[문화산책] 자원봉사자의 행복한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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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6 07:38  |  수정 2018-04-16 07:38  |  발행일 2018-04-16 제24면
[문화산책] 자원봉사자의 행복한 고백
김주원<대구미술관 전 학예연구실장>

11인조 보이그룹 ‘워너원’이 가히 신드롬이라 할 만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쓴 워너원은 아이돌 가수로서는 이례적으로 한 시사주간지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워너원 신드롬’을 만든 건 모 케이블 채널의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돌이나 가수 발굴에 음악전문가나 방송사 관계자가 주도하던 종전의 선발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아이돌 선발의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국민의 손(투표)에 맡긴다. 그야말로 시청자를 ‘국민 프로듀서’ 자리로 끌어올린 것이다. 기존의 아이돌 발굴을 주도하던 음악전문가나 방송관계자들은 ‘국민 프로듀서’인 시청자들이 선택할 연습생들의 경합과정을 1대 1, 혹은 그룹으로 지원하는 ‘멘토’ 역할을 한다. 전문가와 전문가가 되기 위한 연습생들의 매칭, 그에 대한 국민적 공감의 시도는 비단 가요계나 연예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형태는 다르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미술을 다루는 미술관에서도 ‘예술’ 혹은 ‘예술가’와 예술을 사랑하는 이른바 ‘예술애호가’의 매칭을 통해 시민의 공감을 시도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일본 출신 세계적인 작가 다다시 가와마타의 2012년 대구미술관 전시는 좋은 사례다. 1982년 29세의 젊은 나이에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 작가로 초청된 바 있는 그는 1980년대 초 버려진 물건들을 쌓아 구조물을 만드는 파격적인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자신의 작업이 설치되는 도시나 지역을 가장 잘 상징할 수 있는 재료를 선정, 그 재료를 연결하고 쌓아올리는 프로젝트 형식의 전시로 유명하다. 당시 대구미술관 전시에서는, 대구의 특산물이자 상징이었던 사과를 연상시키는 나무 사과상자를 이용한 작업을 설치했다. 사과상자 9천여개를 모아 20m에 달하는 미술관 외벽에 기념비처럼 쌓아 올리거나 전시실 천장 전체를 덮어버린 이 작업은 미술관이 공개모집한 자원봉사자 20명이 다다시 가와마타와 함께 30여일 동안 설치하여 완성했다. ‘예술’ 혹은 ‘예술가’와 예술을 사랑하는 이른바 ‘예술애호가’의 매칭을 통해 개관한 지 1년가량 된 대구미술관이 시민의 공감을 얻는 첫 계기였다.

지난해 가와마타 작업에 참여했던 한 자원봉사자를 국립현대미술관 연구세미나에서 만났다. 그는 미술관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 미술사 박사과정 중이라고 전했다. 가와마타의 설치작업 참여 당시 대학생이던 자신에게 예술가와 함께 예술작품을 만들었다는 경험이 진로를 결정하는 계기가 되었음도 고백했다. ‘예술가’와 ‘예술애호가’의 매칭을 통해 ‘미적 공감’을 경험한 청년의 삶과 미래가 분명한 의미로서 구체화된 것이다. 4월은 대구시가 지정한 ‘자원봉사의 달’이다. 자원봉사가 행복한 시민문화가 되기 위해서는 시민적 공감이 전제되어야 한다.김주원<대구미술관 전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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