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꽃보다 학습공동체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8-04-16 07:49  |  수정 2018-04-16 07:49  |  발행일 2018-04-16 제15면
[행복한 교육] 꽃보다 학습공동체
김언동 <대구 다사고 교사>

“북클럽 올해 첫 책은 뭘로 할까요?” “이번에 나온 이 책은 어떨까요?” 새학기 초, 업무 내용을 알리는 메신저의 홍수 속에서 교사 북클럽 회원들끼리 의견을 주고받았다. 겨울을 지나 몇 개월 만에 다시 읽게 될 책이고, 새로 전입해 온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북클럽의 이미지도 홍보해야 하니 자연히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고민해서 정한 책은 ‘대한민국 자기계발 연대기’(이원석). 3월 내내 읽고 4월 중순에 모임을 가지기로 한다. 바쁜 학교 생활 속에서 책을 통해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은 우리학교 교사 북클럽의 이야기다.

사람 간의 관계가 다양하고 복잡해지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수업을 할 수 있을까”라는 교사와 학생 간의 근본적인 문제에서부터 “정말 학교에 가고 싶은가”라는 학생들의 원초적인 문제까지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교사 학습공동체는 교사 개인이 아닌 집단지성의 힘으로 학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중·고등학교에서 학습공동체에 참여해 동료 교사와 지식을 나누고 배우며 성장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한 명의 교사가 한 학급 전체 학생들의 교과지도와 생활교육을 담당하는 초등학교와 달리 교과담임제 위주로 교육과정이 운영되기 때문에 교사들은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만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범위가 넓은 수능의 영향력이 큰 고등학교에서는 상대적으로 가르쳐야 할 내용이 많고 어렵기 때문에 교사들은 자신의 교과 전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홀로 교재를 연구하고 자신이 담당한 학생들의 성장을 위해 오롯이 달려가는 개별화된 교사들도 많다.

이처럼 개별 교과 교사가 각개전투를 하며 교과 전문성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은 현재의 학교 내신제도 아래서 의도치 않은 문제들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바로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과 민원이 대표적이다. 교사가 수업시간에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평가하느냐에 따라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경험하는 배움의 질에서 차이가 나고 결국 학생들의 성장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와 같이 내신 9등급제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고, 입시에서 수능의 영향력이 큰 상황에서는 이와 같은 교사 효과를 학교 교육력의 결정적인 변인으로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옳은 생각인지를 떠나서 현실적으로 고등학교 교육을 생각할 때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내용이다. 교사들이 별도의 시간을 투자해 교과 역량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도 많은 열정과 시간이 요구되며, 교사의 일상적인 업무 과정을 생각할 때 그리 녹록지 않은 일이다. 담임 교사인 경우에는 생활교육과 학생들의 학업 관리를 해야 하고, 비담임 교사의 경우에는 많은 행정 업무로 하루 일정이 빠듯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 학습공동체는 교사들의 균등한 역량 개발을 위해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학교 안에서 같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점에서 동료 교사의 학습전략과 조언들은 생생하게 다가와 실행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적용하기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학교는 저마다 다른 모양의 문제와 비전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건 함께 연대하고 협력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그만큼 학교가 성장하고 학생들의 성장을 위한 여건이 개선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사들은 학교 안에서 고립된 개인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과 평가를 내용으로 한 교사 학습공동체 활동을 매개로 어려움을 공감하고 함께 헤쳐 나가기 위해 협력하는 가운데서 성장할 수 있다.

대표적인 공동체 활동으로 교사 독서 모임을 들 수 있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 생활의 분주함 속에서 쌓인 심신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 우리는 독서를 한다. 독서를 통해 타인의 사상에 대한 공감을 하고 감동을 받고, 다양한 사색을 통해 인생을 배우기도 한다. 이처럼 독서는 우리의 경험을 확장시키고 삶의 활력을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삶의 가치관도 제공해 준다. 이것들은 학생들의 미래와 성장에 영향을 주는 교사에게 꼭 필요한 요소다. 학생들이 잠재력을 개발하고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과정에서 교사들은 교육 목표와 비전을 함께하고,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 함께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연대하게 된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학교는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과 신념이 공고화되고 학습공동체 활동이 지속적으로 실천되어야 한다. 김언동 <대구 다사고 교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