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사이비 정치

  • 허석윤
  • |
  • 입력 2018-04-14   |  발행일 2018-04-14 제23면   |  수정 2018-04-14

세상에는 늘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가 있다. 그중에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것도 많아 속기 십상이다. 알다시피 이를 사이비(似而非)라고 한다. 사이비란 말은 공자가 만들어냈다. 마을에서 신실(信實)하다고 존경받는 사람을 일컫는 향원(鄕原)을 ‘사이비 군자’라고 비난하면서다. 겉으로는 나라를 생각하는 군자인 척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영달을 위해 잔머리만 굴리는 족속이라는 것이다. 공자는 시류에 영합해 교언영색(巧言令色)하는 향원을 도덕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보고 가장 혐오했다고 한다.

요즘 시대에 향원은 없지만 그와 비슷한 사이비 부류는 적지않다. 그럼에도 사이비는 유독 언론과 종교 친화적인 용어가 됐다. 그렇다고 관련 분야 종사자들이 그리 억울해 할 일은 아니다. 그만큼 국민의 눈에는 사이비 기자나 사이비 종교인이 많아 보이는 것도 사실 아닌가. 최근 언론에 대해서는 사이비 기자라는 말 대신에 ‘기레기’라는 표현이 주로 쓰인다. 물론 극히 일부라고 믿고 싶지만 이런 말을 들어 마땅한 언론인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만 해도 내로라하는 언론사 고위 간부들이 재벌가 집사격인 대기업 사장에게 잘 보이려고 아부를 떤 사실이 밝혀져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사이비 종교의 폐해는 언론보다 더 심각하다. 온갖 비리와 추문이 끊이지 않다보니 이제 웬만한 사건은 뉴스거리가 되지 않을 정도다. 국내에 사이비 종교가 얼마나 많은지 가늠이 안되지만 신앙을 빙자한 범죄집단 같은 곳도 있다. 급기야 며칠 전에는 서울의 한 대형교회 목사가 여신도들을 수십 년간 성(性) 노리개로 삼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기도 하다.

사이비의 뜻을 좀 더 폭넓게 적용하자면 정치도 예외일 수 없다. 아니 오히려 공자가 말한 사이비 군자는 주로 정치권에 포진해 있는 듯하다. 실제 겉으로 훌륭해 보이는 정치인 중에 소인배나 파렴치한(破廉恥漢)이 적지 않음을 모르는 이가 없다. 그런 정치인 중에는 대통령에서부터 지방의회 의원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해당될 수 있다. 알다시피 정치의 막대한 영향력은 언론이나 종교에 비할 바가 아니어서 사이비가 판을 치면 그 해악도 엄청나다. 6·13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사이비 정치인의 발호(跋扈)를 막으려면 선거에서 제대로 된 인물을 뽑는 게 최선이다.

허석윤 논설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