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화의 패션스토리] 프린트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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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3   |  발행일 2018-04-13 제40면   |  수정 2018-04-13
회화·팝아트·카툰 일러스트·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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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제임스 딘
베르사체 브랜드 상징 대표아이콘

프라다, 여성 인권 목소리 전달
여성히어로 캐릭터 모아 컬렉션

구찌, 호랑이와 디즈니 캐릭터
디올, 동식물·공룡 캐릭터화
루이뷔통, 드라마 포스터 프린트

해외 컬렉션에 한글도 대거 등장
예술·문화 아름다움, 패션 접목
디자이너의 또다른 메시지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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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체의 팝아트 프린트.

최근 디자이너들이 프린트의 매력에 흠뻑 빠진 듯하다. 매 시즌 봄과 여름 컬렉션이면 단골처럼 등장하는 플라워 프린트에 변화를 주며 애쓴 모습이 보인다. 또 회화적인 요소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프린트, 인쇄물이나 팝아트적인 느낌의 프린트 등 다양한 예술적 가치와 나아가 상징적인 의미를 불어넣고자 한 흔적이 역력하다.

마르니는 미국 출신 유명 화가인 데이비드 살르의 러프한 드로잉을, 조르조 아르마니는 입체주의와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스페인 출신의 화가 호안 미로, 디자이너 알렉산더 지라드의 작품에서 각각 영감을 얻어 실제 작품의 일부분을 의상에 그대로 프린트했다. 꼼데 가르송의 디자인 디렉터인 레이 카와쿠보 역시 이탈리아 밀라노 출신 화가 주세페 아르심볼도의 초현실주의 회화를 옮겨와 한층 아티스틱한 컬렉션을 연출했다. 뿐만 아니라 꼼데 가르송은 일본의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만화 속 여주인공의 이미지를 담은 프린트 의상으로 시선을 끌기도 했다.

한편 디자이너들은 팝아트에서 모티브를 얻기도 했는데 2018 봄·여름 베르사체 컬렉션에서 선보인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제임스 딘의 프린트는 1991년 지아니 베르사체가 앤디 워홀의 예술적인 감각과 대중성에 반해 제작한 대표적인 프린트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세계적인 히트와 명성을 얻게 한 이 프린트를 재해석해 바로크 프린트와 함께 ‘베르사체’라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다시 한번 자리매김하게 했다.

이처럼 프린트는 곧 브랜드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버버리의 클래식 체크, 구찌의 GG 로고와 루이뷔통의 LV 로고 등도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프라다 또한 이번 시즌 프린트를 가장 잘 활용한 브랜드 중 하나인데, 여성 카툰 일러스트레이터 8명의 작품 속 강인한 히로인 캐릭터만 모아 의상, 백, 슈즈, 액세서리 등 컬렉션의 전반에 프린트했다.

평소 패션 이외에도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은 미우치아 프라다는 정치학 전공자답게 위트 있는 카툰 일러스트를 통해 여성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재치 있게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 밖에도 다수의 브랜드가 동물이나 그라피티, 타이포그래피를 프린트해 제작된 아이템들을 선보였다.

2018 봄·여름 구찌 컬렉션에서는 다양한 프린트 의상이 등장하였는데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호랑이와 디즈니 캐릭터다. 호랑이를 연상시키는 레오파드 프린트 아우터와 살짝은 야생적인 느낌의 플로럴 점퍼슈트의 매치는 안 어울릴 듯하면서도 기묘한 조화를 이루어내는 매력을 자아냈다.

또한 디올도 여러 동식물을 컬렉션 곳곳에 프린트했는데, 특히 공룡을 캐릭터화해 디올 고유의 캐릭터를 만들어 관심을 끌었다. 한편 루이뷔통은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포스터를 프린트한 티셔츠를 런웨이에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이를 두고 드라마와 컬래버레이션한 것은 아니냐, 넷플릭스의 홍보 마케팅 전략으로 사용된 것은 아니냐 등등 여러 의견이 분분했지만 단지 디자이너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라 시즌 2 론칭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옷이라고 한다. 이것은 아마 세계로 뻗어나가는 넷플릭스의 영향력을 방증하는 단적인 문화 현상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의 2018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도 빼놓을 수 없다. 모자에 ‘자연이 빚은 명품, 상주곶감’이라고 한글 프린트가 새겨진 것이다. 이는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디자이너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 그는 스포츠 백 브랜드 이스트백과의 컬래버레이션에서도 한글을 안감에 프린트한 아이템을 대거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런가 하면 일본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가 뉴욕에서 선보인 2018 봄·여름 컬렉션에서도 한글로 ‘나무아미타불’이라고 프린트된 넥타이를 맨 모델을 등장시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렇듯 디자이너들은 프린트를 통해 예술이 가진 문화적 가치와 아름다움을 패션에 접목시켜 브랜드의 상징으로 승화시키기도 하고, 때론 자신이 담아내고 싶은 메시지를 프린트를 활용해 표현하기도 하며 사회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프린트는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 외에 훨씬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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