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빅 딜 필요한 남부권 신공항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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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3   |  발행일 2018-04-13 제23면   |  수정 2018-04-13
[조정래 칼럼] 빅 딜 필요한 남부권 신공항

남부권 밀양 신공항이 다시 추진될 수 있을까. ‘새로운 대구를 열자는 사람들’ 김형기 상임대표는 지난 10일 대구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공약했는데, 대구에선 대구공항 통합이전이냐 분리이전이냐는 논쟁만 하고 있다”며 “통합 신공항 이전 계획을 중단하고 남부권 밀양 신공항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부권 신공항 재추진 촉구는 성사 가능성을 떠나 시의적절하다.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둘러싼 찬반 논의는 소모적이고 자중지란에 가깝다. 부산이 차선책인 김해공항 확장마저 무산시키고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려는 마당에 집안 싸움이 웬 말인가.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추진은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구가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정치적 공약으로만 치부하거나 비판만 해선 큰코다치게 된다. 김해시는 소음 등을 이유로 김해공항 확장을 결사 반대하고 나섰고, 부산시는 여야를 막론한 시장후보 모두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공약을 내세우며 손발을 척척 맞추는 모양새다. 부산은 문재인정부의 정치적 지지를 업을 수 있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가덕도 신공항 후보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대로 용역이 진행되면 부산시민이 바라는 대로 될 것”이라며 가덕도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김영삼정부 당시 삼성상용차를 두 눈 뻔히 뜨고 부산에 뺏긴 뼈아픈 기억을 떠올리지 못한다면 대구의 리더들은 무책임을 넘어 무기력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의 한목소리와는 대조적으로 대구공항 통합이전 문제는 내부의 적들로 인해 산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반발하고 항의해 본들 가덕도는 달린다는 사실만 부각시킬 뿐이다. ‘말도 안된다’며 대구공항 통합이전만 고집할 게 아니라 가덕도 신공항에 대응하는 비장의 카드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설령 대구공항과 군공항 통합이전이란 원안이 그대로 추진되더라도 그러하다. 이를테면 대구통합공항이 남부권 신공항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급선무이고, 그러자면 정부의 지원을 대폭 받아낼 전략과 전술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다.

남부권 신공항을 둘러싼 대구와 부산의 갈등이 재연돼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그랬던 바와 마찬가지로 지역 간 제로섬 게임은 문재인정부에도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중앙정부에 백지화를 할 빌미만 제공하는 전철을 밟을 게 틀림없다.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 획기적으로 강구돼야 한다. 중앙정부와 대구·부산 간 명분과 실리를 서로 주고받는 이른바 ‘빅 딜’은 국가정책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가령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는 대신 대구공항 역시 또다른 신공항으로 건설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중앙정부와 대구시·부산시 등이 이를 명문화해 양해각서를 체결할 수도 있다.

남부권 신공항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 균형 잡힌 하늘길 분배 차원에서 재조정돼야 한다. 인천공항 일극의 ‘원 포트’ 중심 항공정책은 위험하고 균형발전의 최대 걸림돌이다. 대구와 부산, 비수도권 역시 지역 간 불균형발전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수도권 내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한 지방정부 간 협치와 상생의 리더십이 절실한 때에 반목은 상대와 자신을 동시에 죽이는 이중살인을 하는 격이다. 대구시장 후보 중 누구인들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에 손을 들어주려 하겠는가. 하지만 대승적 양보와 타협 없는 이기적 주장은 다람쥐 쳇바퀴 돌 뿐 실효성을 기약할 수 없다.

선거 때의 공약이 정책으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치적 추진력이 발휘돼야 한다. 국토균형발전 정책 차원에서 남부권 신공항을 추진할 책임을 떠맡도록 국토부를 압박하자면 대구시와 부산시 사이 통 큰 주고받기가 급선무다. 밀양 신공항 재추진 등 전술을 전개하더라도 쟁취 가능한 실리를 염두에 둔 큰 그림을 가져가는 전략이 펼쳐져야 한다. 냉정하게 본다면 인천공항, 부산권 공항, 대구권 공항으로 3등분한 ‘스리 포트’ 공항정책이 균분과 균형의 가치에 부합한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고육지책적 지혜의 발휘가 진정 요구되는 시점, 남부권 신공항의 불씨를 살릴 대타협이 필요하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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