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지역 스토리를 웹툰으로…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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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2   |  발행일 2018-04-12 제31면   |  수정 2018-04-12
[영남타워] 지역 스토리를 웹툰으로…
백승운 사회부 특임기자 겸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팀장

지역 특화 스토리는 ‘산업화가 되느냐 안 되느냐’가 성패의 가늠자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유통과 배급이 되지 않고,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역 스토리를 활용한 스토리텔링은 반드시 원소스 멀티유스(One-Source Multi-Use)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 매번 강조하지만 원소스인 스토리를 뮤지컬, 영상, 관광상품 등으로 개발해 유통하고 배급해야만 산업화가 가능하다.

지역 특화 스토리의 산업화 모델은 다양하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장르가 웹툰이다. 원작 산업으로서 웹툰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출판을 비롯해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2~3차 콘텐츠로 확장할 수 있다. 웹툰이 원소스 멀티유스의 최적화된 모델로 불리는 이유다. 특히 웹툰은 상대적으로 저비용 제작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온라인으로 연재되기 때문에 실시간 댓글을 파악할 수 있어 시장성 여부를 테스트하기에도 용이하다. 예산이 넉넉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도해볼 만한 콘텐츠다.

대구·경북 지자체 중 웹툰 제작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안동이다. 안동시는 2013년부터 하회마을, 제비원, 간고등어 등을 소재로 다양한 웹툰을 제작하고 있다. 웹툰을 통해 안동의 이야기와 문화유산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웹툰 주 독자층인 젊은 층 수요를 끌어들여 관광산업으로 이어지게 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안동시가 가장 먼저 제작한 웹툰은 2013년 포털사이트에 연재한 ‘제비원이야기’다. 이 작품은 보물 제115호인 고려 시대 마애불인 ‘안동 이천동 석불상’ 주변 지역을 일컫는 ‘제비원’을 소재로 했다. 2013년 12월부터 2014년 3월까지 포털에 연재해 750만 조회를 기록했다. 평점은 무려 9.9를 받았다. 2014년 6월에는 단행본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2014년 발표한 ‘궁외전, 별신의 밤’은 만화 ‘궁’의 주인공 ‘이신’과 ‘채경’이 결혼해 첫 휴가지인 안동에서 하회탈 장인 ‘윤성’을 만나 펼치는 미스터리 로맨스물이다. 이 작품도 포털 연재에서 조회수 670만에 평점 9.9를 받았다. 2017년 초 연재한 ‘안동간고디’는 식객으로 유명한 허영만 작가가 참여해 큰 관심을 받았다. 시골 할머니의 간고등어 좌판을 배경으로 신세대에게 감동을 주는 스토리를 담아 실제 간고등어 구매로 이어져 화제가 됐다. 연재 당시 간고등어 매출이 20% 이상 늘었다고 한다. 경북도는 “38억원의 소득유발효과를 얻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외에 2015년 내놓은 판타지물 ‘별신마을각시’를 비롯해 2016년 제작한 ‘당신 소원은 무엇입니까’, 2016년부터 2017년 4월까지 연재한 ‘용이라고 불러줘’도 인기를 끌었다.

웹툰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된 지는 오래다. 산업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올해 880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013년 1천500억원에 비해 5배 이상 커진 규모다. 이용자도 계속 늘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인터넷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천400만명이 매월 네이버 웹툰을 방문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웹툰’이 새로운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웹툰에 대한 대구·경북지역 지자체의 관심은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안동 외에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지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저비용 고효율 산업인 웹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기존의 방식과 전략으로 문화산업의 수요가 다양해진 시대를 따라갈 수는 없다. 지역 스토리가 무궁무진한 대구·경북 지자체가 깊이 고민해 볼 시점이다.
백승운 사회부 특임기자 겸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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