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미의 가족 INSIDE] 반복적인 관계패턴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8-04-12 08:06  |  수정 2018-04-12 08:06  |  발행일 2018-04-12 제21면
늘 결정적 순간 약속 깨는 A
어린 시절 관계 패턴의 답습
상담·교육으로 패턴 규정후
더 나은 관계 맺기 노력해야
[송유미의 가족 INSIDE] 반복적인 관계패턴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겸 대구사이버대 교수

“내가 믿는 사람들 누구나 나를 배신하고 나를 떠나요.” “사람들은 늘 내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요구해요. 그렇지만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나는 항상 다른 사람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것을 포기해야 해요. 남들과 잘 지내면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하거나 혼자가 되겠죠.”

다양한 대인 관계에서 사람들은 동일한 반복적인 관계패턴을 경험한다. 예를 들어 “나는 가치가 없다” “나는 어울리지 않아” “무엇이든 저 사람들이 원하는 걸 따라야 한다”라는 잘못된 믿음과 태도를 가진 사람들도 있고, “난 모두가 싫어” “버려진 듯해서 우울해” “억울해서 참을 수가 없어” 등과 같은 감정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있다. 불안정하거나 분열된 애착, 행동조절이 어렵거나, 타인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평정을 유지하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행동으로 관계패턴을 반복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반복적인 관계패턴들은 어린 시절의 경험에 연유하고 있다. 어린 시절 양육과정에서 좌절과 거절 등 부정적인 감정과 관계를 경험했다면, 어른이 된 후에 맺게 되는 많은 친근한 인간관계들에서도 어린 시절 자신들이 경험했던 것과 유사한 부정적인 상황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새롭게 직장생활을 하거나 결혼을 하는 등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더라도, 자신이 원가족(부모)과의 어린시절 관계 패턴을 답습한다는 것이다. 연극으로 이야기하자면, 새로운 배우들과 새로운 연극을 하지만, 자신은 여전히 동일한 배역을 맡으며 반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A씨는 약속을 거절하지 못하거나, 약속을 다 잡아둔 채로 약속 당일이 다가올 즈음만 되면 왠지 불편해지고 가기 싫어져 핑계를 대며 피해버린다거나 결국, 약속을 깬 적이 종종 있어 왔다. 늘 결정적인 순간이라 신뢰받지 못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왜 그러는지에 대해 물으니 자신은 늘 주류가 아닌 이류인 듯하고, 나가도 “사람들이 나를 우습게 생각할 것 같다”고 했다. A씨의 부모님은 A씨가 어릴 때부터 공부 잘하는 언니와 비교하고 “니가 하는 게 그렇지 뭐, 이따위밖에 못 하냐” 등 무시를 했다. 그럴 때면 너무도 서러웠고, 억울했고, 외로웠다. 뭐든 막상 하려고 하면 언니 앞에서는 위축도 되고 주눅이 들어 아예 피해버리거나 안 해버리는 일들이 많았다.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상사가 새로운 일을 지시하거나 좀 더 강도 높은 일을 지시할 때면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할 수 있을까? 못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찰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아예 손 놓고 있다거나 잊어버리고 있다거나 하는 경우가 반복되다 보니 신뢰할 수 없는 직원으로 낙인찍혀 있다.

B씨는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하며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싶은데, 늘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이미 결정해서 통보하는 관계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친정 엄마와의 관계에서 친정 엄마가 자신의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며, 나이가 들어서도 친정엄마는 거역할 수 없는 존재로 남아있다. 친정 엄마로부터 받았던 패턴대로 아이들에게 똑같이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관계패턴은 새로운 인간관계에까지 넓혀져 어떤 결정 안을 가지고 대화하기가 어렵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스스로가 한심하고 답답해 결국, 다른 핑계를 대고 일찍 나와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복적인 관계패턴의 해결책은 우선 자기 스스로든 상담 또는 교육을 통해서든 핵심이 되는 관계패턴을 규명하는 것이다. 동시에 늘 마음에 머물러있는 그 어린 시절 고통스러웠던 경험과 힘겨웠던 감정들에서 가능한 한 멀리 도망가지 않는 것이다. 다음으로 실제 삶에서 안전하고 지지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즉 자신의 관계패턴을 규정짓고, 그들의 실제 삶에서의 관계들과 관계 맺기의 다른, 좀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겸 대구사이버대 교수 songyoume@dcu.ac.kr>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