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원장의 한의학 레터] 요통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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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0 07:52  |  수정 2018-04-10 07:53  |  발행일 2018-04-10 제21면
“신체 부위별 뼈가 제 역할을 해야 허리가 편안하다”
20180410

요즘은 의학기술도 발전하고 살기도 좋아져서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할아버지나 할머니로 보이지 않아 버스에서 자리 양보도 못 받는 우스운 상황도 적지 않을 만큼 활동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외모와 마음은 청춘인데 몸이 따라오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 몸이 가지는 한계가 있기에 통증이라는 부담은 올 수밖에 없으며, 우리 몸을 지지하는 허리에서 특히 많이 느끼게 된다. 어떻게든 나타나는 증상들을 극복하려고 진통제를 먹거나 시술을 받고 수술을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여전히 그 통증은 다시금 나타나게 된다. 최근 몇 년 새 정형외과나 통증클리닉 쪽으로 환자들이 몰리는 분위기가 발생하는 것은 이와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요통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거기에 대한 대처방안은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한의학에서는 12경락으로 우리 몸을 기능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구조적인 관점에서 ‘골경(骨經)’이라는 개념으로도 진단하고 있다. 골경은 말 그대로 몸을 형성하는 뼈끼리의 흐름을 말한다. 각 부위에서 뼈가 중심을 잘 잡고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진단하며, 또한 치료에 있어 골경을 자극해 그 부위에서 뼈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유도한다.


한의학에서 몸 형성하는 뼈 세 골경
슬개골·지반·명반 약해지면 통증
무릎 ‘슬개골’ 가장 크고 체중 완충
골반 위 ‘지반’ 기운의 성쇠에 직결
어깨 견갑골 ‘명반’은 목·머리 지탱



골경에서 가장 중요한 세 부위가 있는데, 첫째는 슬개골이다. 슬개골은 우리 몸 전체 마디를 이루는 뼈 중에서 가장 크며, 우리가 서 있을 때 체중을 이길 수 있게 완충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을 기능적인 부분과 기질적인 부분으로 나누었을 때, 슬개골은 모든 기질적인 부분의 받침대 역할을 한다.

해부학적으로도 윤활액이 되는 진액이라든가 뼈를 보호하는 연골 같은 것들도 가장 많이 구성돼 있어 무릎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신 관절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윤활액에 해당되는 성분들이 부족해지는 증상이 무릎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허리의 골반 부위로 ‘지반(地盤)’이라고도 부른다. 여기서 ‘반(盤)’이란 땅을 딛고 지지하는 기능적인 부분의 받침대라는 이야기다. 골반의 모양을 보면 엉덩이 전체를 감싼 채 허리 중앙의 꼬리뼈로 양옆에서 연결돼 꼭 큰 받침대 모양으로 생긴 것을 알 수 있다. 한의학에서 보한다고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이 부위의 기운을 돋우는 것을 말한다. 한의학을 떠나 기공에서 단전수련을 하는 것 역시 이 부위에 기운을 집중시키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사람이 태어나서 땅을 디디고 살아가고 또 나이가 들어 죽어가는 기운의 성쇠가 지반의 상태에 달려 있다.

셋째는 견갑골 부위로 ‘명반(命盤)’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명(命)’이란 목숨으로, 명반이란 목숨을 지지하는 받침대라는 이야기다. 허리 쪽에서 골반이 받침대 모양으로 지지하고 있었다면, 어깨 부위를 보면 견갑골이 어깨부터 척추 근처까지 감싸며 받침대 모양으로 목과 머리를 지지하고 있다.

머리가 몸에서 기능적인 모든 부분의 중심이 되기에 목숨 명이 붙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지반이 버티는 받침대라면 명반은 우리가 생각하고 고민하고 무엇인가를 만드는 등 활동하는 모든 것을 받쳐 주는 받침대가 된다. 공간 안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다리로는 땅을 딛고 서있으며, 손으로는 공간을 휘저으며 향유하고 있다. 너무나 당연하기에 의식하지 않고 살고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하늘과 땅 사이에서 우린 지반으로 땅에 버티고 서서 명반으로 하늘을 짊어지고 살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 세월은 번개같이 흘러가며 마음과 달리 몸은 쇠해 무릎은 닳기 시작한다. 그렇기에 생이라는 무게를 이기지 못해 육체는 요통이라는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생명이 가지는 힘은 명반·지반·슬개골의 형태로 받침대가 돼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삶이 끌고 가는 대로 내 몸을 내버려두기엔 이제는 앞으로 누려야 할 생의 시간이 예전보다 많아졌다. 다른 특별한 것은 없다. 안 그래도 무거운데 걱정으로 더 무겁게 만들지 말고 긍정적으로 명반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어야 된다. 쉴 때 쉬어주고 식생활 습관을 절제해 지반의 기운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저축해야 나중까지 쓸 수 있다. 뼈도 말라있는 것이 아니라 뼈 안으로 진액이 순환되고 있기에 무리가 되지 않는 꾸준한 운동으로 슬개골이 약해지는 속도를 더디게 만들어야 된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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