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분권시대, 지역신문을 읽자

  • 배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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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09   |  발행일 2018-04-09 제31면   |  수정 2018-04-09
[월요칼럼] 분권시대, 지역신문을 읽자

흔히 급변하는 이 시대 미디어 환경을 일컬어 종이신문의 위기라고 말한다. IT 시대에 발맞춰 스마트폰과 인터넷 보급이 늘면서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무료 이용이 가능한 온라인뉴스가 대세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종이신문 가구구독률만 보더라도 1993년 63%였던 것이 2017년에는 9.9%로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TV 등장 이후에도 라디오가 꾸준히 사랑을 받듯이 종이신문의 역할과 존재이유는 지금도 유효하다. 여전히 가장 품격 있는 논평과 검증되고 믿을 수 있는 뉴스콘텐츠를 생산한다. 전문가들이 정치·경제 등 내용별로 뉴스가치를 따져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한눈에 그날의 이슈와 사회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풋풋한 잉크냄새를 맡고, 종이의 촉감을 느끼고, 신문을 넘기는 소리를 들으며 오감으로 뉴스를 접할 수 있는 것도 종이신문만이 주는 여유다.

신문 특성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세상을 보는 창’이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한 말이다. 아이디어를 얻고, 지식을 쌓고, 상상력을 키우기에 이만한 것이 없다. 그는 “내 상상력의 대부분은 신문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단언한다.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생전에 “나는 신문대학을 나왔다”고 농담 섞인 이야기를 한 것도 신문의 힘을 강조한 말로 들린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과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도 신문에서 혜안을 얻은 신문 마니아였다. 신문읽기는 학생들의 사고력·논리력·어휘력을 향상시켜 성적에도 도움을 준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고교 3학년 학생 4천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신문을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가정의 학생은 비구독 가정 학생보다 수능 점수가 과목별로 평균 6~8점 높았다.

신문의 기능과 사회적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의외로 유독 지역뉴스에 담을 쌓거나 지역신문의 중요성을 가볍게 보는 지역민이 많다. 수도권 주민들이야 그럴 수도 있다지만 비수도권 사람조차 지역신문은 볼 게 없다며 평가절하하는 소리를 할 때면 안타깝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막대한 자본과 인력으로 전국을 장악한 서울 미디어가 지방민의 생각과 의식을 지배하고 의제설정도 중앙중심으로 흐르면서 빚어진 현상이 아닌가 한다. 다시 말해 서울지역 신문과 TV가 비수도권 주민들의 눈과 귀를 장악하면서 지역민들이 지역의 소식보다 서울소식에 더 밝고, 지방의회 등 지역 정치권 소식보다 여의도 움직임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 인력·자본의 수도권 쏠림에 더해 이제는 뉴스마저 중앙의 시각으로 해석되면서 지방소외와 수도권 일극주의가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비록 미디어 환경이 바뀌고 서울지역 신문의 공세에 밀려 구독률이 떨어지는 등 위상이 예전만 못해도 지역발전에 대한 열정과 지역정보 제공 기능만큼은 아직까지 지역신문을 능가하는 매체가 없다. 대구경북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지방권력을 감시하는 것도, 향토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핵심 주체도 지역신문이다. 고령화로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농어촌의 현실을 진단하고, 지역청년들의 일자리 대책을 촉구하는 것도 지역신문의 몫이다. 무엇보다 수도권 중심주의에 맞서 치열하게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논리를 생산하고 이행을 촉구하는 역할을 지역신문이 맡고 있다. 반면에 소위 중앙지로 불리는 신문들은 지방의 목소리에 애써 귀를 닫는다. 두툼한 발행면수에 어울리지 않게 지방뉴스를 다루는 지면은 많아야 하루 1~2개 면에 불과하다.

마침 지난 7일은 제62회 ‘신문의 날’이었다. 1957년 독립신문 창간 61주년을 맞아 신문의 자유를 강조하고 사명과 책임을 자각하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당연히 잔칫날이지만 서울지역 신문의 무차별 공습과 거대공룡 포털의 횡포로 고사위기에 놓인 지역신문으로서는 축하받을 처지가 못된다. 이럴 때일수록 지역민들이 수도권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풀뿌리민주주의 근간인 지역 언론에 더욱 관심을 갖고 구독도 많이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부도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의 상시법 전환, 포털의 지역신문 차별 철폐, 신문구독료 소득공제 등 지역신문의 발전을 담보할 전향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지역신문이 살아야 지방이 살고 나라도 산다.

배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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