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유승민, 대구시장 출마하라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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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06   |  발행일 2018-04-06 제23면   |  수정 2018-04-06
[조정래 칼럼] 유승민, 대구시장 출마하라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는 경쟁력 있는 대구시장 후보를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한국당과 진검 승부를 펼치겠다는 결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당의 대구시장 후보 경선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자칫 이번에도 한국당 일당의 집안잔치로 맥 빠진 선거가 되지 않을까 우려가 짙어지는 시점이다. 유 대표의 복심 대구시장 후보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호사가들의 구구한 억측을 낳고 있는 요즘이기도 하다. 기자가 탐문해 본 바로는 유 대표 본인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 거듭된 출마 고사에도 불구하고 후보 구도가 윤곽을 드러낼 즈음 전격 출마를 선언할 수도 있을 것이란 일말의 추측성 예단은 그의 출마를 원하는 대구 시민의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대권후보를 지낸 사람이 어떻게 대구시장 선거에 나오냐는 반론이 없지 않지만, 그런 즉물적 반응은 도식적이고 세상의 변화를 거스르는 퇴행적 몸짓에 불과하다. 시장·도지사를 거쳐 대권후보로 가는 수순이 민주적·분권적 가치와 시대정신에 부합한다. 상향식 공천과 정당 민주화 등이 진전된 미국의 대권후보 선출 절차는 본받아야 할 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 보스 중심으로 운영되는 우리의 독과점 형태 정당정치는 어떤 식으로든 변혁되고 종식돼야 할 개혁의 과제임이 틀림없다. 차세대 리더, 대권 후보급으로 클 사람을 시장·도지사로 발굴·발탁하자는 여론이 탄력을 받는 것도 이런 시대적 흐름과 무관치 않다. 지금까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제외하곤 지방정부 수장이 대통령이 된 적 없지만 없는 길도 만들어 가야 하는 게 진정한 리더 아닌가.

유 대표에 대한 출마 권유는 대구시장 선거의 흥행성을 높이자는 계산이 앞서는 건 물론이다. 선거는 정치적 축제이고 그를 통해 스타들이 탄생하는 만큼 재미 또한 유권자들이 누려야 할 하나의 권리다. 역으로 상대에 필적할 만한 후보를 내지 못하는 것은 공당으로서 예의가 아니다.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 마당에 험지 출마를 통한 희생이 필수다. 강요받기보다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차원의 새로운 도전이 유 대표의 선택으로 안성맞춤으로 보인다. 이전 대권후보들이 간 길을 답습하기보다는 새로운 이정표를 써 내야 창조·창의적인 후보가 된다. 주저와 두려움보다는 돌진과 긍정의 리더십이 발휘돼야 할 순간이다.

유 대표의 대구시장 출마는 승패와는 별개로 그의 정치 행로에 플러스 족적을 더할 전망이다. 승리는 바로 바른미래당 내에서 입지 다지기는 물론 대중 정치 리더로서 외연을 확실하게 확대·증폭할 게 틀림없다. 보수 장·노년층 사이에서 그의 약점으로 꼽히기도 하는 친밀도와 스킨십 부족 문제도 일거에 날려버리게 된다. 남경필, 원희룡 등 보수의 차세대 리더들의 공통점이기도 한 탄탄대로를 걸은 엘리트 부잣집 도련님 이미지 또한 벗어던지게 되지 않을까. 설령 선거에 지더라도 지금보다 더 잃을 게 없다. 대구 내에서는 동정론이 일 수 있고, 밖에서는 오히려 지지율이 반등하는 효과를 낼 게다.

지금처럼 백의종군이란 허울 뒤에 숨어 있는 것보다는 깨지더라도 부딪치는 게 정답이다.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변화막측하고 생물과 같아 잘 상하기도 하지만 죽었다 살아나는 공능(功能)을 보이는 게 정치 아닌가. 대구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험지 출마, 자기 희생은 차기 정치지도자로서 장착해야 할 필수 엔진이다. 실패의 기억과 스펙은 차기 대권가도에 자양분이 될지언정 흠결이 될 리는 만무하다. 한국당의 경선이 본선과 같은 선거구도는 분명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수많은 사람의 격려와 권유가 있다면 그에 응답하는 게 정치인의 의무다.

유 대표가 대구시장에 출마하면 대구시장 선거는 일약 보수의 적자를 가리기 위한 대접전장으로 변한다. 보수 바람의 진원지로 삼아 대구로 날아든 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 사이 정면 격돌이 성사되는 것이다. 누가 이기고 지든 보수는 카오스적인 파괴와 생성을 거쳐야 하고, 새로운 재편과 개편의 기운을 받아야 살아날 수 있다. 재탄생을 위한 혼돈이다. 보수궤멸과 보수재건 여부를 가리는 승부라면 피할 이유가 있나. 보수의 메카 탈환을 둘러싼 건곤일척의 승부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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