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로 하나 된 남과 북…평양서 첫 합동시범

  • 입력 2018-04-02 00:00  |  수정 2018-04-02
70년간 다른 길 걸어왔지만 뿌리는 하나
"南 다채로운 뮤지컬 같고 北 실전무예 같은 비장미"

 10여 년 동안 가로막혔던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튼 태권도가 마침내 평양에서 남북 화합의 장을 펼쳤다.


 남측 세계태권도연맹(WT)과 북측 조선태권도위원회 시범단의 공연이 2일 오후 평양대극장 1천200여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 앞에서 열렸다.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리일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부위원장, 김경호 조선태권도위원장 등 북측 체육계 주요 인사들이 관람했으며, 우리측에선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일출 태권도시범단 총괄단장이 참석했다.


 시범공연은 남측 25분, 북측 30분, 남북 합동 5분 등 총 60분 동안 진행됐다.


 경쾌하고 속도감 있는 남측 공연과 힘과 비장미가 느껴지는 북측 공연이 쉴새 없이 이어지는 동안 관람석에선 박수와 탄성이 쏟아졌다.


 '4월의 꽃(환희)'을 주제로 한 남측 시범은 유려하면서도 절도가 있는 승무 퍼포먼스로 시작해 '고향의 봄'에 맞춘 품새시범, 박진감 넘치는 호신술시범으로 이어졌다.


 도복 띠로 눈을 가린 단원이 발차기로 공중의 표적을 정확히 가격하자 객석에서환호성이 울렸다. 공연은 경쾌하게 편곡된 '아리랑'을 배경음악으로 한 태권무와 화려한 고공 발차기 격파 시범으로 마무리됐다.


 뒤이은 북측 시범은 음악 없이 우렁찬 기합 소리에 맞춘 틀(품새) 시범으로 시작됐으며, 위력적인 격파 시범과 실전을 방불케 하는 호신술 시범이 주로 펼쳐졌다.


기왓장과 벽돌, 10㎝는 돼 보이는 두꺼운 송판이 종잇조각처럼 부서져 흩어질 때마다 객석에서 환호성과 박수가 터졌다.


 마지막으로 남과 북 30여 명의 단원이 한 무대에 올라 품새를 선보인 뒤 손을 흔들며 인사하자 관람객들이 일제히 일어나 길게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한 북측 관람객은 "태권도가 같긴 같구나. 내용이 좀 달라서 그렇지 남북이 같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우리 태권도시범단의 평양 방문은 16년 만이자 분단 이후 두 번째다. 2002년 남북장관급회담 합의에 따라 대한태권도협회가 평양 태권도전당에서 두 차례 단독시범공연을 선보인 바 있다. 남북 합동시범은 이번이 처음이다.


 태권도는 남북 모두의 국기(國技)로 뿌리는 하나지만 분단 후 70여 년간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남측 태권도가 WT를 중심으로 올림픽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며 변화해온 반면 국제태권도연맹(ITF)이 주축이 된 북측은 '무도'로서 태권도의 원형을 유지하며 발전해왔다.


 남측 관람자는 "남측 공연은 다채롭고 스토리텔링이 있는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반면 북측은 사실적이고 실전 무예에 가깝고 비장미가 느껴진다"고 평했다.


 이번 시범공연은 오는 27일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의 사전행사이자 평창동계올림픽 때 북측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의 방남 공연에 대한 답방 행사 성격도 있다. ITF 소속 시범단은 앞서 지난해 6월 전북 무주에서 열린 2017 WT 세계선수권대회 때도 방한해 4차례 시범공연을 함으로써 중단됐던 남북 교류를 재개하는 발판이 됐다.


 지난달 31일 평양을 방문한 우리 태권도시범단 22명은 1일 평양 태권도전당에서50분 동안 단독공연을 선보였다.
 태권도시범단은 3일 우리 예술단의 남북 합동공연이 끝나면 밤늦게 예술단과 함께 전세기 편으로 인천공항으로 귀국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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