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제4회 밥상머리교육 우수사례 공모전 - 동상 정현교씨 가족 수기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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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02 08:00  |  수정 2018-04-02 09:13  |  발행일 2018-04-02 제18면
“눈 맞추고 대화…평소 몰랐던 아이 마음 알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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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교씨는 동네 도서관에서 자녀와 함께 책을 읽고 외식을 하는 것으로 밥상머리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집 밖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엄마와 자녀는 서로를 이해하며 한발짝씩 함께 나아가고 있다.

독서후 외식…요리 재료 이야기 나눠
주고받는 대화의 소중함 깨달아
맛있는 음식 찾아가는 전국여행 계획


#1. 늦은 결혼으로 저는 엄마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어렵고 힘든 과정을 잘 견딘 저에게 최고의 선물을 주셨습니다. 2010년 여름 저는 예쁜 딸 다영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채 부모라는 엄청난 이름을 원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를 양육한다는 것은 태어나 지금껏 해본 일 중에서 가장 어렵고도 힘든 일이었습니다. 저는 다영이가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빠짐없이 부모교육을 듣고 있습니다. 어느덧 다영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습니다.

#2. 여러 선생님들이 한결같이 밥상머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십니다. ‘밥상머리 교육’은 남편이 인천에서 근무를 하고 있어 주말부부로 지내는 저희 가족에게는 참으로 어렵고도 부담스러운 교육입니다. 평일에는 물론이고 주말에도 함께 밥 먹는 횟수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다영이와 둘이서 할 수 있는 즐거운 밥상머리 대화를 생각하고 고민했습니다. 학원을 다니지 않는 다영이는 일주일에 두 번 화요일과 금요일 학교가 끝나면 우리 마을 안심도서관에서 저와 함께 각자 좋아하는 책을 읽습니다. 처음에는 한권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점점 양이 많아져서 지금은 두 시간쯤은 거뜬히 책을 읽습니다.

책 읽기가 끝나면 아이는 배가 고프다고 합니다. 집으로 가서 저녁을 준비하고 먹기에는 시간도 늦고 체력도 부족합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맛있는 저녁을 사먹기로 합니다.

어떤 날은 감자탕, 또 어떤 날은 추어탕, 한식 위주로 우리는 그날 그날 느낌에 따라 메뉴를 정합니다. 도서관에 가는 날은 엄마와 맛있는 외식을 하는 날로 아이에겐 신나는 일이 되었습니다.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으며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감자탕에 들어있는 뼈가 무슨 뼈인지 궁금해하는 다영이에게 돼지등뼈라고 알려줍니다. 옛날에는 소를 농사에 이용해야 하니까 돼지고기를 많이 먹었을 거라는 얘기도 들려줍니다. 추어탕에 들어있는 시래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들으며 겨울에도 먹을 수 있는 풀이 있다는 사실에 다영이는 신기해합니다. 미꾸라지의 생김새가 키도 크고 날씬해서 멋지다며 어항에서 한번 키워 보자고도 합니다.

#3. 집에서는 마냥 어린애처럼 보이던 다영이도, 여러 가지 집안일로 분주하다 보니 아이 얘기를 건성으로 듣고 대답하던 저도 이렇게 밖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서로 눈을 맞추고 마주 보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평소에는 몰랐던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알게 됩니다. 한사람이 일방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서로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엄마의 지나친 엄격함이 아이로 하여금 자꾸 반대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다영이가 무슨 놀이를 할 때 많이 웃는지 어떤 일들을 힘들어하는지에 대해서도 점점 알아가고 있습니다. 아이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그때 그때 해소해 주지 못하고 그냥 넘기게 되면 다른 방식으로 후유증을 앓게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학기가 지났습니다. 가을에도 저는 변함없이 다영이와 함께 화요일과 금요일이 되면 수업이 끝나고 도서관으로 갈 것입니다. 이제는 한식을 벗어나서 그림책에서 본 세계 여러나라 음식들에도 관심을 가져볼 생각입니다.

멕시코 음식점을 찾아서 타코도 먹어볼 생각이고 태국 음식점에 가서 팟타이도 먹어볼 계획입니다. 얼마전 방과후 요리 시간에 팟타이를 만들었는데 태국 식당에 가서 요리사 선생님이 만든 팟타이를 먹어 보고 싶다고 다영이가 제안을 합니다.

#4. 다영이와 저는 이번 겨울방학에는 대구를 벗어나 우리나라 전국으로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나보기로 계획을 세웁니다. 역사를 좋아하는, 특히 선덕여왕을 존경하는 다영이를 위해 경주를 먼저 가 볼 생각입니다.

교육이란 말이 붙으면 일단 부담스럽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저는 ‘밥상머리 대화하자’라고 다영이에게 말합니다. 앞으로도 쭈욱 이렇게 다영이와 일주일에 두 번은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맛있는 밥을 먹으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이웃 엄마들이 중학교에 가면 공부량이 많아져 그렇게 하기가 힘들 거라고 얘기합니다.

부모와 사이가 좋지 않은 사춘기 청소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가족이 모두 모여 한끼 밥을 같이 먹기가 힘든 바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족은 얼굴을 마주 보며 함께 밥을 먹어야 합니다. 자꾸만 같이 밥을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나, 둘 이야기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5. 집과는 다른 새로운 환경에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재미있는 메뉴로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 엄마품을 떠나 독립을 하게 되더라도 혼자서 쓸쓸히 밥 먹는 일이 없도록 지금부터 함께 밥 먹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으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조금 힘들고 어려운 일들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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