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거짓말 같은 커다란 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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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02 07:53  |  수정 2018-04-02 07:53  |  발행일 2018-04-02 제17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거짓말 같은 커다란 뇌 이야기

어제는 만우절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과 악의 없는 거짓말로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향기박사도 정말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하나 할까 합니다. 많은 분들이 머리가 크면 머리가 좋을 것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 박사의 사후 그의 뇌를 검사해보니 보통 사람 뇌의 용량인 1.35㎏에 못 미치는 1.23㎏으로 밝혀져, 이후 사람들은 뇌의 크기와 지능은 별로 큰 상관관계가 없다 여기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컴퓨터가 부피만 크다고 좋은 성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고 도리어 혁신적인 기술로 반도체가 집적된 컴퓨터가 크기는 작아도 오히려 성능은 훨씬 뛰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아인슈타인 박사는 어쩌면 다른 사람들과 달리 고성능 뉴런이 초집적된 뇌를 가지고 있어 다른 사람들의 능력을 뛰어넘는 일들을 하는 것이 가능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동물 간 뇌의 크기를 비교해보면 대체로 고등동물의 뇌가 하등동물의 뇌보다 큰 것은 사실입니다. 이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간단하게 동물 간의 지적능력을 추정할 때는 머리 크기로 가늠하는 방법을 씁니다. 사실 머리가 크다는 것은 두개골이 큰 것이고 속의 내용물인 뇌 역시 클 가능성이 많습니다. 따라서 원시인의 두개골 화석을 발견하게 되면 당시 인류의 뇌 크기를 유추해 볼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그 당시 인류의 지적능력 수준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두개골 화석의 주인공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네안데르탈인, 베이징원인, 크로마뇽인과는 달리 인류 역사에서 잘 다뤄지지 않은 생소한 인류입니다. 1913년 아프리카의 한 마을인 ‘보스콥’에서 농부 두 사람에 의해 한 두개골 화석이 발견됩니다. 이 화석은 남아프리카 포트엘리자베스 박물관에 보관됩니다. 이후 이 박물관의 관장 프레드릭 피츠사이먼드 박사는 이 두개골 화석에 커다란 호기심을 느끼고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여 ‘보스콥인’이란 이름으로 이 두개골의 주인을 세상에 처음으로 소개합니다.

연구를 통해 밝혀진 보스콥인은 현 인류 정도의 키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되며, 뇌의 크기는 대략 1.8~1.9㎏으로 현 인류에 비해 30% 정도 더 큰 뇌를 갖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즉 이 모습을 상상해보자면 우리 인류의 모습인데 머리가 다른 사람에 비해 30% 정도 큰 모습인 것이죠. 많은 학자들은 이 보스콥인이 뇌는 컸지만 현 인류에 비해 지적 능력이 떨어져 멸종이 되었거나, 지적 능력이 뛰어났지만 그들이 살던 약 1만~3만년 전의 세상은 단순히 지적 능력만 좋은 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 능력이 뛰어난 종이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시대였기 때문에 멸종이 되었을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뇌를 연구하는 향기박사의 궁금증은 이 보스콥인의 역사가 신화로라도 우리에게 전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혹시 보스콥인들은 뇌의 용량은 컸지만 언어를 사용하는 현 인류와 달리 언어를 사용하는 지능은 갖지 못해 그들의 문명을 역사의 흔적으로 남기지 못한 것은 아닐까? 보스콥인들은 우수한 문명을 이룩했지만 무슨 이유로든 어느 한 순간 소리 소문도 없이 지구에서 사라져버린 것인가? 향기박사에게 보스콥인은 언젠가 타임머신이 만들어지면 찾아가 만나보고 싶은 사람입니다. 사실 우리 주변에 머리가 큰 보스콥인의 후예가 남아있을지도 모르죠. 오늘 향기박사가 전한 보스콥인의 커다란 뇌 이야기는 아직 학계에서 논란이 많은 내용입니다. 그러니 믿고 싶지 않으면 그저 향기박사의 악의 없는 만우절 거짓말로 여기고 활짝 웃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웃음 크기만큼이나 치매를 물리치는 여러분 뇌의 행복회로도 함께 활성화되니까요. 이건 진짜 거짓말이 아닙니다!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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