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대구경북이 더이상 부끄럽지 않으려면 교육부터 혁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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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02 07:52  |  수정 2018-04-02 07:52  |  발행일 2018-04-02 제15면
[행복한 교육] “대구경북이 더이상 부끄럽지 않으려면 교육부터 혁신하자”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대구경북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배출한 지역이고, 지금도 17개 시·도에서 유독 보수적 입장을 남다르게 견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넷이 감옥살이를 했다. 나는 좀 부끄럽다.

어제 오후부터 지금까지도 방송은 세월호가 침몰하고 귀한 304분이 목숨을 잃는 시간에 대통령이 잠을 자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국민이 말문이 막힐 정도로 분노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고 권력을 향유했던 이들의 핑계와 변명과 떠넘기기 하는 아전인수, 자가당착의 말들을 들으면 당장이라도 뛰어가서 혼쭐을 내고 싶어진다. 이런 무책임한 사람들이 보수라는 이름으로 대구경북을 지배해 왔으니 나 같은 교사들이 백날천날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치느라 용을 써 봐야 별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국어시간에 이야기글에서 인물의 성격을 알아보는 공부를 했다. 인물의 생각과 마음과 성격은 인물이 하는 말과 행동, 표정, 패션과 화장에서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경주 최부자댁 가훈으로 쓴 동화가 텍스트다. 어마어마한 부자인데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나누는 행동과 말, 심지어는 하인들의 제사도 지내면서도 정작 손자 최준에게는 종이 한 장도 낭비하지 못하도록 가르친 것에 대해 아이들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아무리 좋게 보아도 보통의 마음씨가 아니어서 언뜻 정신 나간 사람으로 보인다. 작가는 어마어마한 마음부자라고 표현한다.

아이들에게 최준을 검색해 보게 했다. 독립운동까지 했던 최부자에게 놀란다. 나도 지금의 영남대학교를 자기 땅과 돈을 내어서 세운 이야기를 보태어 들려주었다. 그 대학이 부정한 권력자들에게 넘어간 이야기에서 아이들은 실망했다.

부자나 권력자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는 여러 이야기를 찾기가 어렵다. 더구나 이명박과 박근혜와 함께 권력을 누린 이들의 최근 행태를 보면 차마 아이들에게 부끄러워서 가르칠 수가 없다. 대구경북에 사는 우리는 이런 수준 낮은 이들을 선택해왔던 안목을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같이 부끄러워해야 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져야 한다. 말과 행동은 생각과 마음이 드러난 것이니 결국 생각과 마음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어른이 된 사람들은 잘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어른들의 잘못을 그대로 답습하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생각한다면, 결국 미래를 위해서라도 교육을 바꾸어야 한다. 교육은 교사가 하는 것이니 먼저 교사들을 바꾸어야 한다. 교사도 어른이니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착한 생각과 마음이 불의에 침묵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악이 선을 이기지 못하도록 선을 지켜주는 방도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교사들이 스스로 착함을 지킬 수 있도록 적어도 교장선출보직제는 미루더라도 내부형교장공모제를 도입하고 노동3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학교 숲, 산과 들에 온갖 풀과 나무들이 꽃을 피우고, 새잎을 드러내고 있다. 요 며칠 나는 틈나는 대로 학교 숲에 핀 꽃 사진을 찍어서 모든 교직원에게 보내 주었다. 다들 이렇게 고운 꽃들이 피어있다는 것을 잊고 살았다면서 고맙다거나 아이들과 같이 나가 보겠다는 답을 했다. 그만큼 교사는 여유가 없다. 또 우리 교육이 그만큼 종이 지식에만 머물러 있으니 굳이 꽃이 피는 것을 교사가 몰라도 된다는 말이 된다. 교육 혁신은 교사의 여유를 찾아 주고, 교사를 착한 길로 가도록 도우면 된다. 대부분의 교사는 착하고 똑똑하다.

며칠 전, 초등교사로 일하면서도 대안학교를 꿈꾸고, 양심적 병역거부로 교직을 떠나 이제는 물 맑고 바람 고운 영양 청송을 오가며 택배기사로 일하는 시인이 전화를 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여름방학 동안에 석면철거 공사를 하는데, 석면이 이렇게 위험한 줄 몰랐다면서 뉴스검색을 하다가 더 심각해졌다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왔다. 이런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지 않고 아이들 곁에서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

대구경북이 더 부끄럽지 않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숨겨져 보이지 않는 대구경북의 자존감을 오롯이 되살리는 길은 교육혁신밖에 없다. ‘좋아요’도 누를 수 없는 금치산자인(공무원과 교원은 피선거권이 없고, 선거운동을 할 수도 없다. 이런 교사들이 교실에서 민주주의와 시민의 정치적 권리를 가르친다) 나는 그저 이렇게 칼럼으로나마 하소연해 볼 뿐이다.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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