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실 침수 독도여객선 승무원·해경 신속대응 위기모면

  • 정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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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02   |  발행일 2018-04-02 제8면   |  수정 2018-04-02
독도∼울릉도 운항 엘도라도호
기관실 바닷물 60㎝가량 차올라
승무원 배수펌프 가동 유입차단
인근 해상 경비함 급파 구조조치
탑승자 403명 전원 무사히 구조
기관실 침수 독도여객선 승무원·해경 신속대응 위기모면
엘도라도호가 해경 경비함의 안전관리를 받으며 31일 밤 11시37분 저동항에 도착해 계류 중이다.

[울릉] 하마터면 ‘제2 세월호 참사’가 될 뻔한 위험천만한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7시35분쯤 울릉도 남동쪽 22㎞ 해상에서 승객·승무원 등 403명을 태우고 독도에서 울릉도로 운항 중이던 여객선 엘도라도호 기관실로 바닷물이 유입됐다. 다행히 승무원들이 배수펌프를 가동하고 해경이 긴급대응에 나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인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은 1일 이번 사고는 엘도라도호가 바다 위를 떠다니던 불상의 물체와 부딪쳐 일어난 것으로 잠정 결론내렸다. 포항해양수산청에 따르면 이날 엘도라도호가 있는 울릉도에 직원을 급파해 조사한 결과 1번 기관실 외부 스케그가 어떤 물체와 부딪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충격으로 기관실 일부가 휘어지고 갈라지면서 바닷물이 들어온 것으로 추정했다. 스케그는 배의 키 아래를 지탱하면서 선박 기울기를 완화해주는 일종의 날개다. 그러나 이 여객선과 부딪친 바다 위 물체가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해양수산청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판단한다"며 “이런 경우 선사에 특별한 제재를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동해해경에 따르면 668t급 여객선 엘도라도호는 31일 오후 4시 울릉도 저동항을 출항해 5시55분 독도에 도착했다. 여객선은 독도 동도 선착장에 30분간 머무른 뒤 오후 6시25분 독도를 출발해 울릉도로 돌아가던 중 기관실에 바닷물이 유입된다고 경북운항관리센터를 경유해 신고했다. 여객선은 예정대로라면 이날 오후 8시20분쯤 울릉도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울릉도와 독도를 운항하는 이 여객선엔 승객 396명·승무원 7명이 타고 있었다. 한때 기관실에 바닷물이 최고 60㎝ 가까이 차올라 자칫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

침수가 시작되자 여객선 승무원들은 신속하게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모두 입도록 하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해해경은 신고를 받은 뒤 인근 해상에서 경비 중인 1천500t급 경비함을 현장에 급파했다. 이어 해경 대원 6명이 사고 여객선에 올라 안전구호 조치 등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여객선은 침수가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배수펌프를 작동해 바닷물 유입을 차단하는 한편 해경이 가져간 보조펌프로 물을 모두 퍼냈다. 여객선은 해경 경비함의 안전관리를 받으며 6∼7노트 저속 운항을 통해 밤 11시37분 울릉도 저동항에 도착해 안전하게 계류를 마쳤다. 저동항에 도착한 승객들은 다소 지치고 피곤한 상태였지만 건강엔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해경은 밝혔다. 사고당일 울릉도와 독도 인근 해상엔 파도가 1m 내외로 잔잔하고 풍속도 약한 편이어서 여객선 운항에 큰 무리는 없었다. 동해해경은 해운사 관계자를 비롯해 선장 등 승무원, 승객을 대상으로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운행 선사인 대저해운 측은 1일 엘도라도호 사고 부위를 임시로 수리해 더는 기관실에 물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해운사는 2일 한국선급 포항지부 확인을 거쳐 임시 운항 허가를 받으면 육지에 있는 조선소로 옮겨 수리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한편 진수일이 1999년인 엘도라도호는 호주에서 건조한 쌍동 쾌속선이다. 전장 47.33m·전폭 13.0m로 평균 34노트 속력으로 울릉도∼독도를 1시간40분에 운항한다. 지금까지 운항한 울릉도∼독도 쾌속 여객선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이며 지난해 6월부터 운항을 시작했다.

글·사진=정용태기자 jy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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