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까치산(해발 615m·청도군)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8-03-30   |  발행일 2018-03-30 제37면   |  수정 2018-03-30
산 밑자락부터 연둣빛 생명력 ‘꿈틀’…막 피어난 생강나무 꽃에 ‘킁킁’
20180330
아담한 바위봉우리인 정상.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진달래(아래 작은사진).
20180330
방음리 새마을동산.
20180330
전망바위에서 본 운문산 방향.

들머리에 새마을운동 기념동산 조성
운문댐 둘레 벚나무 가로수 꽃봉오리
봄의 문턱 내린 눈 속 진달래 꽃망울
정상 오르는 길 토끼·멧돼지 발자국

발아래 운문댐, 뒤로는 옹강산 배경
정면으로 호거암·운문산·억산 포개져
까치는 안보이고 까마귀떼 날아들어
방음리 내려서면 미술관 옆으로 나와

봄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닌가 보다. 때아닌 폭설에 금방이라도 터뜨릴 것 같은 꽃망울이 다시 얼어붙었다. 발목까지 빠지는 눈은 녹아내려야 하고, 얼어붙은 땅 밑에서 치열하게 막바지 겨울과 맞서 싸워야 한다. 희끗희끗 잔설이 남아있는 산이지만 완전한 회색으로 칙칙하진 않다. 나목마다 연두색으로 한껏 물이 올라 산 밑자락부터 꿈틀거리며 서서히 봄이 깨어나고 있다. 까치산으로 향하는 길에 운문댐 둘레의 벚나무 가로수는 입김만 불어도 툭툭 꽃망울이 터질 듯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들머리가 되는 방음리 입구 버스승강장과 붙어있는 방음리 새마을동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주변을 둘러본다. 이곳 동산은 새마을운동을 기념해 각종 자료와 기념비 등을 설치해둔 곳이다. 주차장에서 지나온 도로를 따라 작은 연못을 거쳐 100m쯤 되돌아가면 왼쪽으로 시멘트포장길이 나온다. 150m쯤 오르면 시멘트포장길이 끝나고 정면에 10기 정도의 묘지가 보이며 시멘트길 끝에서 오른쪽으로 리본이 몇 장 걸려있다. 본격적인 산행 들머리가 되는 지점이다. 소나무가 주를 이루는 숲 사이로 길이 나 있고, 간혹 꽃망울을 부풀린 진달래가 나직하게 깔려있다. 잠시 선명한 길이다가 눈에 부러진 나뭇가지가 가로막거나 짐승 길 같은 희미한 길도 여럿 만난다. 고도를 높이자 바닥에 눈이 깔려있어 길 찾기가 까다롭다.

봄꽃을 만날 수 있는 산행이 될 것이라는 예상은 시작부터 틀어졌다. 겨울에도 만나지 못한 눈을 봄의 문턱에 들어선 계절에 한없이 밟게 되다니. 쉬엄쉬엄 50분가량 올라선 능선에는 ‘상수원보호구역 운문댐 92’ 철제 표지기와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설치한 삼각점이 나란한데 이곳 표고는 572m봉우리다. 남쪽으로 이어진 능선인 왼쪽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까치산 정상으로 가게 된다. 아무도 지나지 않은 눈 위에 멧돼지며 토끼, 고양이과 동물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있다. 그중 방금 지난 듯 토끼 발자국이 진행 방향으로 앞장서간다. 우리 일행의 인기척에 놀랐는지 멀리 뛴 발자국은 2m 가까이 뛴 것도 있다. 뜻하지 않게 정상을 향해 토끼를 몰아가는 사냥꾼이 된 기분이다. 20분 정도 몰다가 정상 가까이에서야 토끼는 왼쪽 숲으로 숨어들고, 아담한 바위 봉우리를 올라서면 까치산 정상이다. 바위 정수리에 작은 정상석이 놓여있고, 발아래는 바닥을 드러낸 운문댐이, 그 뒤로는 옹강산이 배경을 하고 있다. 진행 방향의 정면으로는 호거암, 운문산과 억산이 포개져있다. 가지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 산군이 조망되는 곳이지만 기온이 오르면서 희뿌연 연무에 가려 분간이 어렵다.

까치산 정상 주변으로 까마귀 떼가 날아들어 나뭇가지에 앉았다가 눈밭에 내려앉아 발자국을 남긴다. 까치산에서 까치는 보이지 않아 까마귀산으로 이름을 바꿔야겠다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정상을 내려선다.

남쪽 사면을 잠시 내려서서 능선을 따라 15분 정도 지나자 넓은 바위를 만나게 된다. 정상에서보다 조망이 더 좋은 전망대다. 호거암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데 그 아래에 운문사가 있다. 전망대를 내려서면 잠시 가파른 길인데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는 눈 때문에 질퍽거리는 길이다. 25분 정도 지나 작은 봉우리를 만난다. 지도상에 555m봉우리인데 여기서 계속 직진해 정거고개를 지나 호거암까지 갔다가 방음리로 하산을 해도 되지만 많은 눈 때문에 속도가 느려 이 지점을 하산기점으로 잡는다. 주의할 것은 555m봉우리를 오르기 직전에 왼쪽 바위 아래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가느다란 밧줄이 매어져있고, 입구에 리본이 촘촘히 걸려있어 길 찾기는 쉽다. 20분 정도 가파른 경사지를 내려서야 하는데 발목까지 빠지는 눈길이라 속도를 낼 수가 없다. 막 피어난 생강나무 꽃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며 향기를 맡아보기도 하고, 부러져 바닥에 깔린 솔가지에 코를 대어보기도 하며 여유를 부린다. ‘상수원보고구역 94’ 표지를 지나 다소 완만한 능선을 만나 20분쯤 내려서자 무덤 몇 기가 보인다. 들머리에서처럼 진달래가 많이 보이는 구간을 지나면 방음리 마을의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는 자리에서 무덤 한 기를 더 만난다. 길은 경운기가 다닐 만큼 넓어지다가 이내 시멘트포장길로 바뀐다. 계곡 맞은편에 호거암에서 내려오는 능선 자락이 방음리 마을에서 끝이 나고 두 능선 사이에 흐르는 물은 모두 운문댐으로 흘러든다.

방음리 마을에 내려서면 보갑사로 적힌 안내판 아래에 ‘영담한지미술관’이라 적힌 건물 옆으로 나온다. 미술관에 들러보려고 입구에 서니 휴일이라 그런지 문이 닫혀있어 발걸음을 돌린다. 방음리 마을회관을 지나고 오전에 차를 세운 새마을동산까지 벚나무 가로수 길을 따라 걷는다. 10분 정도 걸으면 운문댐과 만나는 도로 입구에 버스승강장이 있고, 왼쪽이 바로 새마을 동산 주차장이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산행길잡이

새마을동산주차장-(50분)-571m봉우리-(25분)-정상-(25분)-555m봉우리-(50분)-영담한지미술관-(15분)-새마을동산주차장

까치산은 주변의 운문산, 억산, 옹강산, 가지산 등 굵직한 산들에 비해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들머리가 되는 새마을동산에서 출발해 정상 직전까지는 숲길로 걷는 호젓한 산행이다가 정상 부근에서야 바위봉우리나 전망대를 만나면서 시야를 틔워준다. 산행 당일에도 일행 외에는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을 정도로 조용해서 좋다. 새마을동산 주차장에서 출발해 소개한 코스를 따르면 약 5.5㎞로 약 3시간30분이 소요되고, 호거암까지 돌아 내려오면 약 13㎞로 5시간 정도 걸린다.

☞ 교통 : 경부고속도로 경산IC에서 내려 진량읍소재지에서 69번 국도를 따라 자인면소재지까지 간 다음 919번 지방도로로 갈아탄다. 운문면 운문댐유원지까지 간 다음 다시 69번 국도를 따라 약 5㎞를 가면 방음리 새마을동산 주차장이 나온다.

☞ 내비게이션 : 청도군 운문면 방음리 651(새마을동산주차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