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새대열’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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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30   |  발행일 2018-03-30 제23면   |  수정 2018-03-30
[조정래 칼럼] ‘새대열’
논설실장

‘새로운 대구를 열고자 하는 사람들’(새대열)이 새로운 정치결사체로 출범했다. 새대열은 지방분권 운동을 주창해 온 인사들로 구성되고, 김형기 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부)가 상임대표를 맡았다. 새대열은 지역정당 창당을 목표로 하고 당장 오는 6·13 지방선거에서 지향점이 같은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도 할 계획이다. 지역정당 창당을 위해선 중앙당은 서울에 두고 전국 5개 이상 광역 시·도에 지부 정당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는 정당법 개정을 추진하고 여의치 않으면 위헌 법률 심판을 신청할 예정이다. 지역민의 자기결정권을 무시한 중앙집권적, 중앙예속적인 정당법을 넘어 지역정당을 쟁취해내려는 새대열의 정치실험과 도전에 수많은 지역민들의 공감과 동참이 기대된다.

기존의 지방분권운동이 중앙정부가 가진 권한을 분산해서 나눠 갖자는 투쟁이라면, 새대열의 지역정당 창립 운동은 지역 내 토호들에 의해 독과점된 권한을 주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생활 속의 분권운동으로 의의를 지닌다. 지방분권운동은 문재인정부 들어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 개헌의 실현을 목전에 두면서 1차적 목적을 달성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지역은 여전히 중앙정치인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토호들에 의해 배타적으로 장악된 식민지 상태다. 이러한 지역정치의 중앙예속을 벗어나야 명실상부한 지방분권과 자치가 완성된다. 새대열이 ‘지방분권운동 시즌2’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셈인데 시의적절하고 반드시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분권 개헌 쟁취가 위로부터의 개혁이라면, 새대열의 지역정당 창당은 아래로부터 지역정치 부활을 꾀한다. 새대열이 추구할 5가지 지향점 중 ‘실질적 지방분권과 지방자치가 실현되는 탈(脫)중앙의 대구 만들기’와 ‘새로운 대구를 열어 새로운 대한민국 만들기’가 핵심 가치를 담고 있다. 새대열의 향후 정치활동 로드맵은 기존의 정당 구도를 혁파하느냐에 초점이 모아질 게 틀림없다. 지역 내부의 자치 역량을 어떻게 증대·결집해내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다. 지방분권 시대 지역정당의 당위성과 새대열의 지향점이 당위성을 갖고도 남는 만큼 기존의 보수와 진보의 정치구도를 혁파하는 거대한 물결을 만들어내길 바란다.

새대열의 정치실험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지방정치는 지방민의 손의 의해서’라는 지방분권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다. 지방의회 의원과 지방정부 수장까지 지역구 국회의원이 공천을 하는 구조는 분권적이지도 않고 민주적이지도 않다. 국회의원은 대통령 못지않게 제왕적 권력을 행사한다. 책임공천이든 전략공천이든 현행 공천제도는 지역 정치인을 견제받지 않는 권력자인 국회의원의 노예로 만든다. 공천권을 내려놓겠다는 여야 정치권의 공약은 항상 공염불에 그쳐왔다. 정당이 중앙 중심 대표 독재로 운영되니 상향식 공천이 될 리 없고 자연 낙하산이나 해바라기가 판을 치니 지방정치는 여전히 겨울이다. 국회의원들은 중앙정치를 하고 지방정치는 지방의원들이 하는 게 자치와 정당민주화의 요체다.

민주·한국 두 거대 양당의 지역주의에 기댄 횡포도 지역정당의 필요성을 웅변해준다. 여야를 대표한 민주당과 한국당은 막말공세와 사생결단을 마다하지 않지만 공동의 이해가 걸린 사안에는 찰떡 궁합을 과시한다. 이를테면 최근에 마무리된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민주·한국 양당은 4인 선거구 확대를 골자로 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당초안을 완전히 뒤집어 모두 2인 선거구로 쪼개는 다수당의 전횡을 저질렀다. 바른미래·정의당 등 소수당의 집단 반발을 초래했지만 그들은 서로 상대의 게리맨더링을 묵인했다. 이러한 적대적 공생관계는 고질적인 병폐로 지목된 지 오래. 지방의회 의원들을 중앙정치와 국회의원의 하수인 내지 거수기로 전락시키는 현행 구도는 지역정당에 의해 사정없이 격파돼야 하지 않을까.

지방정치와 민주주의를 예사로 찢어발기는 중앙 중심의 정당을 지방민들이 언제까지 용인해야 할 것인가. 새대열이 시대적 분기점에 서서 우리 지방민들의 각성과 선택을 촉구하며 제대로 된 지방분권을 염원하고 있다. 지역주의를 넘어 ‘과거 회귀적인 보수, 갈등 유발적인 진보를 모두 거부하고 대구 사람만으로, 대구를 위한 정당을 만들겠다’는 새대열의 결기가 새롭다.

조정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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