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중국 시진핑 주석의 황제등극과 왕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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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26   |  발행일 2018-03-26 제30면   |  수정 2018-03-26
시진핑을 ‘황제’만든 왕치산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인물
‘연결’ 전략 일대일로 내세워
주변국 생활도 중국화 노려
‘14억 중국인의 꿈’실현 추진
[아침을 열며] 중국 시진핑 주석의 황제등극과 왕치산
이정태 경북대 교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마무리되었다. 전인대 대표 2천980명 가운데 2천970명이 참석한 2018 양회는 중국역사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정헌법안을 통과시켰다. 첫째는 ‘국가주석과 부주석의 두 기수 연임제한 규정을 삭제’한 것이고, 둘째는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명기한 것이다. 표결 결과는 찬성 2천958표 대 반대 2표로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이로써 시진핑은 집권 2기를 시작하면서 명실상부 1인체제와 장기집권을 제도화하는데 성공했다.

현재의 시진핑 중국은 역대 어떤 시기의 중국보다 많은 인구와 강력한 국력을 가졌다. 시진핑 개인의 힘도 마찬가지다. 이미 마오쩌둥을 넘어 역대 어떤 중국 황제들보다 막강한 권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제 남은 것은 시진핑의 중국이 어떤 길을 가려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집권 이후 시진핑은 입버릇처럼 ‘중국꿈’을 말하고 있다.

중국의 저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꿈을 기획한 설계자들을 살필 필요가 있다. 바로 시진핑의 친위조직인 시지아쥔(習家軍)이다. 그중에서도 칠상팔하(七上八下)의 내규를 깨고 귀환한 책사 왕치산을 주목해야 한다. 그는 시진핑을 국가주석으로 만들고 황제로 만든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개헌도 그의 작품이다. 개헌 이후 왕치산은 국가부주석 자리에 올랐다. 중국정치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을 은퇴한 인물이 다시 정계에 복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왕치산은 중국 역사상 최고의 위기였던 2003년 사스 시기에 베이징의 대리시장을 맡았다. 당시 베이징 시장은 사스 초기대응 실패를 책임지고 사임했다. 그는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사스라는 세균과 일전을 치렀다. 차단과 봉쇄 그리고 격리였다. 신속하게 베이징을 봉쇄하고, 균의 전염매개체인 사람들의 이동을 차단했다. 학교와 직장의 문을 닫고 동네마다 차단막을 설치했다. 발병된 지역은 봉쇄해 사람들을 격리시키고 생필품의 안정적 공급과 가격안정을 위해 강력한 통제를 실시했다. 당조직을 동원해 환자들을 간호하게 하고 베이징 외곽에 대단위 수용시설을 지어서 격리했다. 사람의 입을 막는 기술도 대단했다. 당시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시점이었다. 대규모 질병이 발생하면 자칫 올림픽이 취소될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서 왕치산은 매일 아침 외신 기자회견을 주최했다. 실시간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하루를 보냈다. 중국에서 실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취재할 틈을 주지 않고 왕치산이 공급하는 상황과 정보만 받아가게 했다. 기자들을 반강제로 구금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랑스 대통령을 초빙해 중국 땅을 활보하는 모습을 연출하고는 사스 상황이 종료되었다고 선포했다.

사태가 진정된 후 왕치산은 정식으로 베이징시장에 취임했다. 그리고 2008년 국무원 부총리로 승격돼 베이징올림픽을 멋지게 성공시켰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달성하는 인물이다. 더 대단한 것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능력이다. 사스 위기를 개인적 성공의 기회로도 활용했지만 국가적으로도 바이러스 연구와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이후 엄청난 경제적 수익을 얻었다.

방법도 교묘하다. 전략과 전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사드 사태에서 ‘차단’을 전략으로 내세워 전쟁을 치른 왕치산이 최근에는 ‘연결’ 전략을 내세워 일대일로를 추진하고 있다. 길을 내는 사업이 주축인 일대일로가 진행되면 새로 난 길로 사람·재화·자본이 유통되고, 궁극적으로는 문화가 유통될 것이다. 그러면 마치 휴지에 물이 스며들듯이 생필품에서 소비재까지 그리고 음악에서 영화까지 일상생활 전체가 조금씩 중국 색깔에 물들고 중국향이 배어들 것이다. 그러면 아주 자연스럽게 세상은 중국이 된다. 이것이 바로 시진핑이 구상한 중국의 꿈, 위대한 중화의 부흥이다. 중국이 세계화하고, 세계가 중국화하면 궁극적으로 ‘중화대가정’으로 하나가 된다는 구상이다. 이것이 바로 책사 왕치산과 황제 시진핑의 꿈이고, 14억 중국인의 꿈이다.이정태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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