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대구연극계의 전성시대 오나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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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22   |  발행일 2018-03-22 제31면   |  수정 2018-03-22
[영남타워] 대구연극계의 전성시대 오나
김수영 주말섹션부장

지난 2월 대구예총 신임회장에 김종성 전 대구연극협회장이 취임했다. 극단고도 대표 등을 지내면서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김 회장의 이번 취임은 지역문화계에서 여러 가지 측면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예총 회장들보다 나이가 적은 50대 초반이라서 예총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은 물론 대구예총 역사상 처음으로 연극계에서 배출된 회장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 지역문화계에서 연극계의 활동이 좀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사실 그동안 지역문화계에서는 연극계를 비주류로 여기는 이들이 많았다. 근대예술이 도입되던 시기부터 음악, 미술 등이 강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최근까지도 이들 장르가 주류로 자리 잡아온 것이 사실이다. 현재 대구예총에 가입된 협회는 연극협회를 비롯해 음악협회, 미술협회 등 10개인데 회원 수에 있어서도 연극협회(200여명)는 음악협회(1천600여명), 미술협회(2천300여명)보다 훨씬 적다. 아니, 심하게 말해 비교할 바가 아니다. 대부분의 예술이 중앙집중화되어 있지만 음악, 미술 분야에 비해 연극 분야의 중앙집중화 현상이 더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의 연극 관련학과도 지역에서는 계명대, 계명문화대, 대경대, 대구예술대, 대구과학대에 있는 정도인 데 비해 미술과 음악 관련학과는 대부분의 대학에 개설돼 있다. 대학에서 배출되는 인력이 적으니 협회의 회원 수가 적을 수밖에 없고 지역문화계에서의 입지도 이와 연동돼 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대구예총 선거에서 연극인인 김 회장의 당선은 당연히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지역문화예술계에서는 변화와 소통을 바라는 마음이 세대교체의 표심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하면서 김 회장의 젊고 신선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는데 기자 역시 이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번 김 회장의 선거 이전에 이미 연극계가 일으킬 지역문화계의 지각변동은 시작됐다. 현 대구문화예술회관 최현묵 관장은 2012년 수성아트피아 관장으로 선임됐다. 최 관장은 극단 처용 등에서 활동한 지명도 높은 연출가이자 극작가였다. 그동안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기관의 단체장을 음악인들이 많이 차지했는데 그 당시 최 관장의 선임은 이채로웠다.

현재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단체장의 면면만 훑어봐도 음악인들의 힘은 가히 짐작이 간다. 음악전문 극장인 대구콘서트하우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물론 수성아트피아, 웃는얼굴아트센터 등의 극장과 달서문화재단 대표도 음악인 출신 수장이다.

최 관장은 연극인 출신의 첫 수성아트피아 관장이었으며 이는 지역 공립극장에서의 첫 연극인 출신 관장의 탄생이기도 했다. 최 관장은 2년 임기를 마친 뒤 2015년부터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수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외에 2015년 지역 출신은 아니지만 연극인 심재찬씨가 대구문화재단의 대표를 맡아 2년 정도 활동했다.

지역문화계에서는 다양한 장르에서 문화단체의 수장들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 예술계의 균형적 발전이 기대된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관장이 문화예술행정을 하기 때문에 장르와 상관없이 행정을 펼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아무래도 기관장이 몸을 담아왔던 장르에 대한 정보, 관심이 많다 보니 그 장르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역의 한 중견예술인은 “최근 동구문화재단은 문학인, 북구문화재단은 미술인 출신의 인사가 대표가 됐다. 연극만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서 기관장이 나온다는 것은 여러 장르가 골고루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준다. 균형 잡힌 발전을 통해 지역문화 전체가 건강하게 커갈 수 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일각에서는 ‘연극인의 전성시대가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측도 내놓는다. 이 말은 단순히 연극인들이 기관장을 많이 맡게 되거나 연극계의 파워가 커진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연극인의 전성시대가 곧 일파만파되어 다른 장르의 전성시대로까지 확산되리라는 기대일 것이다. 그런 좋은 기운이 이어지고 그런 기대가 현실화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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