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저출산, 경제적 관점으로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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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20   |  발행일 2018-03-20 제31면   |  수정 2018-03-20
[CEO 칼럼] 저출산, 경제적 관점으로 바라보다
진영환 (전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일본의 경제발전이 한창일 때 일본 9대 전자업체라는 말이 있었다.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히타치 등을 일컫는 말인데, 이 기업들이 일본경제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일본기업의 중요한 성장비결 중 하나가 1억명의 든든한 내수시장에서 다져진 경쟁력이었다. 최근 중국의 여러 기업들이 앞다투어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14억명의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한 규모의 경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가와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인 인구는 경제를 지탱하는 기둥이자 근원적인 힘이 되기도 한다. 노동력의 공급원이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다. 한 나라의 인구는 그 규모에 따라 다양한 혁신을 창출할 수 있는 토양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산업화가 진행된 국가에서는 인구증가율과 경제성장률은 대개 비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심각한 인구감소의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10년 뒤에는 인구가 감소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작년에 합계출산율이 1.05명까지 떨어지면서 올해부터는 생산인구도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인구절벽의 위기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인구가 줄어들면 유치원과 학교라는 작은 공동체가 사라지는 것을 시작으로 사회와 국가경제 전체의 크고 작은 기반이 흔들리게 된다. 기업은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고, 제품을 만들어도 팔 곳이 없어지면서 소득감소와 경제규모의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경제규모가 줄어드는 만큼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짐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성장동력에 공급되는 에너지는 점차 줄어드는데 저항은 점점 더 커진다는 이야기다.

정부기관과 언론 등에서는 저출산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을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찾고 있다. 국가경제를 지탱해야 하는 핵심 경제요소인 인구가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감소한다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맞벌이, 야근, 여성의 경력단절, 비정규직 등 경제활동과 관련된 여러 가지 요인이 젊은이들의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몇년전 ‘삼포세대(三抛世代)’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경제적인 이유로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꼬집는 말이었다. 한 세대가 출산을 포기한다는 것은 다음 세대를 포기한다는 뜻이자 사회의 존립자체를 흔들 만큼 중요한 일인데, 그 원인이 경제적인 이유라면 경제계에서 더 적극적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출산의 해결을 위한 경제계의 노력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안정적인 일자리야말로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해소하는 가장 큰 힘이자, 생산과 소비를 증대시키는 기반이 된다. 둘째는 흔히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라 부르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둘째로 많은 근로시간으로 유명하며, 이로 인해 가정과 육아에 대한 부담이 출산율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도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기업도 일·가정 양립을 위한 노력에 더 적극적으로 동참했으면 한다. 다만 무조건적인 근로시간 단축이 아니라 기업의 어려움을 배려하고 효율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마지막으로 여성인력에 대한 배려의 부분이다. 맞벌이 여성의 출산과 육아는 정부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반의 배려와 협조가 필요하며 경제계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기업에서 맞벌이 여성에 대한 다양한 배려책을 마련하고, 경력단절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연 근무제나 재택근무 등을 확대한다면 분명 저출산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저출산을 특정 연령·계층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더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야 할 때다. 진영환 (전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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