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호순의 정신세계 이야기] 가상 현실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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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20 07:41  |  수정 2018-03-20 07:41  |  발행일 2018-03-20 제19면
[곽호순의 정신세계 이야기] 가상 현실치료
<곽호순병원 원장>

러시아의 학자 파블로프는 개가 먹이가 아닌 종소리에도 침을 흘리게 만들었던 유명한 실험을 했고 행동주의 학파의 이론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 후 왓슨은 어린 알버트라는 아기를 이용해서 또 한 번 유명한 실험을 하게 된다. 흰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알버트라는 아이에게 흰쥐를 보이면서 무서운 천둥 소리도 같이 들려주어 두려움을 유발하게 만들고 결국 흰쥐를 보는 것만으로도 울음을 터트리며 두려움을 갖게 한 실험은 너무나 유명하다.

왓슨은 이렇게 말한다. “나에게 건강한 아이 12명만 다오. 잘 만들어진 나만의 세계에서 그들을 키우고, 그들의 타고난 특성에 상관없이 내가 선택한 전문직 중 하나로 성장하도록 훈련시킬 것을 약속한다. 그것이 의사든, 변호사든, 예술가든, 상인이든, 심지어는 거지나 도둑이든.”

얼마나 훈련에 의해서 사람을 만들어낼 자신이 있다면 이런 정도의 얘기를 할 수 있었을까. 그는 훈련에 의하면 인간의 마음까지도 얼마든지 조절을 할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만큼 행동주의 학파의 이론은 도발적이고 명쾌했다. 대중 앞에서 매우 어렵고 힘든 상황이 노출돼 큰 창피를 당해 본 적이 있는 가슴은 그 고통이 학습화돼 이제 더 이상 대중 앞에 서지 못한다. 대중 앞에 서는 상상만으로도 오금이 저리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정신이 어찔하고 말문이 닫힐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는 사회공포증이 이런 이유에서 생긴다. 사회공포증을 치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대중 앞에 다시 서게 하는 것이다. 다시 서게 하는 방법으로 실제의 대중 앞이 아닌 가상현실(Virtual Reality·VR) 치료법을 사용한다. 이 VR 치료법이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해 여러 마음의 병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VR 치료는 현재 공황장애,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특정 공포증, 사회공포증, 강박장애, 알코올 중독 같은 병들의 치료에 여러 대학에서 사용하고 있다. 공황장애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직접 현장에 가거나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에 노출을 시켜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때 VR 치료를 통해 환자 개개인의 상태와 특성에 맞게 자극에 노출시켜 안전하지만 리얼하게 자극을 이겨내고 극복해 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컴퓨터 시스템 발달 정도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산하 창의적기술연구소가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던 군인들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치료를 위해 가상현실 애플리케이션인 ‘버추얼이라크’를 제작해 60여 개 병원에서 치료에 적용시킨 사례도 그 치료 효과를 증명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법무부가 알코올 중독 보호관찰 대상자를 대상으로 VR 치료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성공적인 결과가 나와서 재범 방지를 위한 여러 가상현실 치료법들이 도입되기를 기대해 본다.
<곽호순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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