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文정부, ‘장관’이 안 보인다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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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9   |  발행일 2018-03-19 제30면   |  수정 2018-03-19
초반부터 뚜렷했던 ‘靑우위’
남북대화, 지방선거국면에
심해지는 내각과 여당 패싱
당정청 3각축균형 무너지면
견제 없는 독선과 독주 우려
[송국건정치칼럼] 文정부, ‘장관’이 안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5·9 대선에서 당선되자마자 바로 19대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다. 대통령직인수위 활동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새 정부의 인적 구성에 혼선을 빚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끄는 1기 내각이 완성된 건 문재인정부 출범 195일 만인 11월21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마지막으로 각료 임명장을 받은 때였다. 그 시점까지 국정운영의 중심엔 임종석 비서실장이 이끈 청와대 참모진이 있었다. 대통령비서실이 초기의 내각 구성과 일자리위원회 설치, 한국사 국정교과서 폐지, 4대강 보 6개 상시 개방 같은 주요 정책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유일한 보좌를 했다. 그때 국정운영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불거진 건 헌정사에서 처음 경험한 조기 대선 때문이었다. 따라서 내각 구성이 완료되고 집권여당이 된 민주당의 체제가 안정되면 다시 당-정-청 세 축이 조화를 이루며 정권을 이끌어 나갈 걸로 예상됐다.

하지만 1기 내각 구성이 완료된 지 넉 달이 다 된 지금도 여전히 청와대가 국정을 장악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내각은 ‘패싱’되고, 여당은 존재감이 없다. 민주당이야 6·13 지방선거 준비로 국정에 간섭할 여력이 없다 칠 수 있지만, 내각은 국정운영에 치고 들어갈 틈이 없다. 최근의 핫 이슈만 따져도 내각 패싱 현상은 확연히 발견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정상회담 논의를 위해 꾸린 대통령 대북특사단의 단장은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었다. 나머지 멤버 4명(서훈 국정원장·천해성 통일부차관·김상균 국정원 3차장·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중 내각 소속은 천 차관뿐이다. 대북특사단의 활동 결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가 꾸려졌는데, 위원장은 임종석 실장이 맡았다. 위원으로 정의용 실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서훈 국정원장과 함께 조명균 통일부 장관(총괄간사), 강경화 외교·송영무 국방장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등 행정부 인물 4명이 들어가긴 했다.

그러나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노무현 대통령-김정일 위원장의 2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추진위원회가 구성됐을 때 내각에서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법무부·문화관광부 장관이 포함됐던 일과 비교하면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내각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에서 장관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은 초기부터 꾸준히 있었다. 박근혜정부에서 장관급(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인사 중에서 유일하게 발탁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조세나 일자리 정책에서 소외된다는 말은 이제 화젯거리도 아니다. 김영철 북한 통전부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해 넘어올 때 통일대교가 반대 시위대에 봉쇄되자 우리 측 군사도로인 전진교로 우회했는데, 그 순간에 송영무 국방장관은 알지도 못했다. 청와대 국방개혁비서관실과 해당 사단 지휘부가 서로 연락해 결정했다는 말이 들린다.

‘장관 패싱’은 청와대 참모에게로 힘이 쏠리는 결과를 낳는다. 지금 임종석 비서실장은 역할 측면에서 ‘역대급’이란 평가가 나온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은 건 그렇다 쳐도 지방선거를 비롯한 국내정치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하는 징후가 다방면으로 포착된다. 임 실장이 심각한 외교 문제가 얽혀 있는 걸로 알려진 UAE에 특사로 다녀오고, 곧 있을 문 대통령의 UAE 방문을 수행하는 것을 두고는 ‘외교부 패싱’ 논란이 일 수도 있다. 임 실장이 서울시장 후보 경선 문제와 관련해 박영선 의원을 만난 사실이 알려졌을 때 민주당에선 ‘여당 패싱’ 얘기가 나왔다. 정권의 세 축인 당·정·청의 균형추가 무너지면 독선과 독주로 흐를 수 있음을 과거 정권에서 충분히, 뼈저리게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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