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백악관 1인시위라도 하고픈 이유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8-03-19   |  발행일 2018-03-19 제29면   |  수정 2018-03-19
[기고] 백악관 1인시위라도 하고픈 이유
이강덕 포항시장

미국이 태양광모듈과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 데 이어 수입되는 모든 철강재에 25% 관세를 일괄 부과하는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오는 23일부터 그 효력이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미국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국내기업에 미치는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철강산업분야는 수출과 일자리 부문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의 이번 관세부과 조치로 올해만 9천억원의 수출액이 감소하고, 이로 인한 취업자도 1만4천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제조업 중 철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5%를 상회하는 포항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미국시장 수출 철강재 355만t 중 123만여t, 연간 대미수출액이 11억3천300만 달러를 차지하는 등 미국의 이번 조치로 포항이 받게 될 영향은 가히 충격적이다. 금융위기 이후 철강경기 하락과 지속되는 경기불황으로 기업의 매출과 고용감소, 투자위축, 지방세수 감소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11·15지진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재난으로 고통받고 있던 중 닥친 이번 조치는 지역경제에 대한 근심과 걱정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국제무역 시스템에서 매우 이례적인 이번 조치로 인해 국제경제 전반이 나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일을 미국은 왜 추진하고 있는가? 필자는 국내 최대 철강도시의 시장으로서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미국의 수입규제 과정을 바라보면서 답답한 마음을 넘어 억울함마저 든다.

세계경제는 이미 자유무역체제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최근까지 국제사회의 민주주의 수호자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자유무역의 선봉에 서 왔다. 특히 막강한 군사력을 앞세워 자유수호와 세계평화를 지키기 위한 문제에 적극 개입하여 국제질서를 유지해 왔다.

특히 미국은 인구나 군사력, 경제규모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국가로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국제사회에 관용과 지원을 베풀어야 할 뿐만 아니라 국제 문제의 중재자 또는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2012년 한미 FTA 발효로 우리와의 무역에 있어 자국의 철강산업이 적자를 본다고 해서 통상압력을 해 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미국다운 자세가 아니다.

우리 철강업계는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불황과 공급과잉에 이어 가속화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장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이번 관세부과 조치를 ‘폭탄’이라고 비유하는 것이다. 우선 미국은 지금까지 자유무역의 선봉자로서,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으로서 지속적인 국격 유지는 물론 이미 체결된 한미 FTA에 대한 국제무역의 신뢰성 회복 차원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철강관세를 철회해야 한다. 또한 한·중·일 3국의 인접한 경제권과 역사적 교류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타산과 돌파구를 찾기 위한 방편의 일환이자 북핵과 관련한 안보를 무기로 우리나라를 중국 철강의 우회 수출국으로 인정해서 부과한 철강관세는 부당하다는 점 또한 철강관세가 철회돼야 하는 이유다.

끝으로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낳는다. 오늘날 세계는 지구촌이라 불릴 만큼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며 ‘공존’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국의 이익만을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정책은 세계로부터 공감을 받기보다는 오히려 비난만 안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자유무역주의 기본정신에 어긋나는 높은 철강관세를 철회하고 국제사회의 공존과 공동체 회복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이 같은 다급한 상황에 우리 포항이 겪고 있는 지진대처 문제만 아니면 당장이라도 미국 백악관 앞으로 달려가 피켓을 들고 철강도시 포항의 어려움과 아픔을 호소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것이 철강도시 포항시장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지 고민해본다.이강덕 포항시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