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과 책상사이] 학습의 기본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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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9 07:59  |  수정 2018-03-19 07:59  |  발행일 2018-03-19 제18면
[밥상과 책상사이] 학습의 기본 원칙

“아빠는 제가 공부하는 방법이 틀려서 노력한 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수학 문제를 연습장에 직접 풀어야 하듯이, 영어 단어도 수차례 종이 위에 적어보고, 다른 과목도 연습장에 여러 번 적으며 공부해야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다고 하십니다. 제가 눈으로만 대충 건성으로 보기 때문에 늘 실수를 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틀린다고 나무랍니다. 저는 수학 외에는 연습장에 적어가며 공부하지 않습니다. 제 방법이 정말 잘못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아빠 때문에 정말 미치겠습니다.” 어느 고2 학생의 말이다.

서점에 나가보면 효율적인 학습법에 관한 책이 엄청나게 많다. 내용을 살펴보면 저자마다 제시하는 방법이 다 다르다. 이는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학습법이 없다는 말과 같다. 종이 위에 적어야만 제대로 기억할 수 있다는 주장도 여러 학습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수학이나 물리는 애써 적어가며 암기하지 않아도 기본 개념이나 원리를 이해하면 그 내용을 비교적 오래 기억할 수 있다. 그러나 영어 단어나 단편적인 정보는 여러 차례 반복해서 암기해야 기억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암기할 때 연습장에 여러 번 적어보는 방법을 선호했다. 그러나 요즈음 학생들은 그냥 반복해서 읽거나 한두 번 가볍게 적어보는 방식을 택한다.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이라고는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부모님 시절에는 단편적인 지식을 무조건 암기하기만 해도 점수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현행 수능시험은 사고력과 응용력, 추론 능력 등이 있어야 문제를 풀 수 있기 때문에 맹목적인 암기보다는 개념의 이해가 훨씬 더 중요하다. 엄격한 의미에서 이제는 암기 과목이라는 것이 없다. 모든 과목은 교과서 내용을 이해해야 문제를 풀 수 있다.

아직 신학기 초반이다. 생산적 학습을 위해서는 예습을 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공부할 내용을 가볍게 미리 읽어보고 수업을 들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집중력과 이해도가 훨씬 높아진다. 모르는 부분에 줄을 쳐서 수업에 참여하면 선생님께 질문하고 토론할 기회도 많아진다. 또한 미리 고민했기 때문에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예습 습관은 새로운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예습은 낯설고 새로운 것을 접할 때 위축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배양하고 자신감을 가지게 해 준다. 예습은 지적 호기심과 창의력도 길러준다. 예습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은 과목당 10분씩만 미리 읽는 습관을 들여 보자. 예습을 한 후, 수업 시간에는 개념과 원리의 이해에 중점을 둔다면 학습의 생산성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복습을 할 때도 처음에는 무조건 암기하려 하지 말고 배운 내용을 천천히 읽어보며 다 이해가 되는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확실하게 이해되지 못한 것이 나오면 밑줄을 쳐 두었다가 다시 선생님께 질문하는 습관을 가지자. 선 이해 후 암기를 항상 염두에 두자.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그러나 제대로 된 예습, 복습은 어떤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는 학습의 기본원칙이다.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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