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토크] ‘치즈인더트랩’ 히로인 오연서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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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6   |  발행일 2018-03-16 제43면   |  수정 2018-03-16
“하고 싶은 것 많은 청춘, 현실에 맞서 긍정적으로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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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서는 늘 새로움을 갈망한다. 어릴 적부터 동경했던 배우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을 농밀하게 채워줄 작품과 캐릭터에 갈증을 느낀다. 그래서 스스로를 신인이라고 낮추는 그녀다. KBS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에서 새침하고 상큼한 연기를 펼쳐 주목을 받은 오연서는 MBC ‘왔다! 장보리’(2014), SBS ‘돌아와요 아저씨’(2016) 등에서 보여준 팔색조 연기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리고 최근 종영된 tvN ‘화유기’에서의 진선미 역은 그간 쌓아온 연기 내공과 섬세한 감정 표현력이 캐릭터와 완벽히 일체된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스스로도 한 뼘 성장했음을 느꼈을까. ‘화유기’를 마친 그녀의 첫 일성은 “내면 연기에도 도전하고 싶다”였다. 네이버 누적 조회수 11억 뷰의 전설적 웹툰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이 그 시험무대다. 이미 드라마로 제작돼 인기를 모았지만 ‘치인트’의 영화화를 누구보다 기다렸던 원작 팬들의 관심은 홍설 역을 맡은 오연서에게 모아졌다. 원작 웹툰이 연재될 당시부터 여주인공 홍설과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는 배우로 꼽혔던 그녀다. 기대에 보답하듯 오연서는 일명 ‘개털’ 헤어스타일부터 스타일리시한 패션까지 진정한 만찢녀(만화책을 찢고 나온 여자)의 모습으로 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영화는 그런 홍설과 속을 알 수 없는 선배 유정(박해진)의 달콤하고 살벌한 로맨스를 그린다.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스타트라인에 섰지만 자신감은 전에 없이 충만하다.

▶원작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을 텐데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꼈나.

“요즘 한국영화에서 멜로물 보기가 쉽지 않다. 어릴 적부터 멜로와 로코물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그 점이 늘 안타까웠다. 그래서 이 기회가 너무 반갑고 소중했다. 말씀하신 것처럼 원작 웹툰이 되게 유명하고 드라마도 잘돼서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연기 욕심이 더 컸다. 평소 생각과 고민이 많은 내면적인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었는데 그게 딱 홍설 캐릭터였다. 무엇보다 홍설의 시점으로 인물들의 만남과 관계를 풀어가고 그 과정에서 홍설의 심리적인 모습까지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원작이 영상화되면 ‘홍설과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배우’ 가상 캐스팅 1순위였다. 어디가 닮았다고 생각하나.

“외모로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눈매가 비슷해서 그런 것 같은데 사실 외형적인 건 꾸미기 나름이다. 원작과 머리를 똑같이 하고 옷도 비슷한 느낌으로 입다 보니 내가 봐도 비슷하긴 했다. 조용한 성격에 눈치를 많이 보는 것도 홍설과 비슷하다. 하지만 나는 답답한 게 있으면 바로 얘기를 하는 편이다. 설이와 유정이 힘들게 로맨스를 펼쳐가는 이유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조심스러움 때문인데 나라면 먼저 내 감정과 느낌을 얘기했을 것 같다. 촬영하면서 그게 늘 답답했다.”


주인공 홍설과 싱크로율 100%‘만찢녀’
선배 유정과 달콤 살벌한 로맨스 그려

“원작웹툰·드라마 인기에 부담감도 커
대학생활 돌아간 듯해 행복하게 촬영
도서관서 머리 받쳐주는 신 가장 설레
미묘한감정 부분에선 의견내며 소통”

“형사·악역·액션물에도 도전하고 싶어
배우라는 수식어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



▶또래 배우들과의 호흡이라 다른 현장보다는 편하고 즐거웠을 것 같은데.

“아닌 게 아니라 촬영 내내 다시 대학생활로 돌아간 것처럼 재밌고 즐거웠다. 대학 캠퍼스가 주무대인 데다 내용이 무겁거나 어렵지 않아서 모두 재밌게 노는 분위기였다. 사실 나는 대학 시절에는 유명하지 않아서 나름 학교를 열심히 다닌 편인데 캠퍼스 커플은 아니었다. 그래서 비록 극 중이지만 함께 손잡고 캠퍼스를 누비고,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고, 카페에서 데이트도 하고, 같이 영화를 보던 학창 시절의 평범한 일상이 새삼 행복하고 즐거웠다. 많은 관객들도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설렐 것 같다. 대학생이라면 당장 캠퍼스 커플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고, 사회생활을 하는 분이라면 ‘나도 저때는 저랬지’라며 당시의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릴 듯하다.”

▶특히 설렜던 장면을 꼽는다면.

“해진 오빠가 극 중 유정과 비슷한 면이 많다. 모든 사람을 대할 때 굉장히 젠틀하고 매너있게 잘 챙겨준다. 그래서 되게 멋있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그런 유정과 홍설의 감정변화를 보여주게 되는데 그게 좀 답답하게 진행된다. 사랑을 고백하기까지의 고민과 갈등은 그렇다치더라도 손을 잡는 데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요즘에는 만나면 바로 손잡고 얼마 있다가 키스도 하고 후딱후딱 진행되지 않나. 하지만 나는 그런 점이 더 풋풋해서 좋았다. 촬영하면서 제일 설렜던 건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하다 내가 졸면 유정 선배가 손으로 머리를 받쳐주는 장면이다. 예쁘게 포장된 다른 데이트 장면보다 그 신을 찍을 때 더 설레고 좋았다.”

▶영화에선 스릴러를 더 보강했다. 그 부분에서 아쉬움은 없었나.

“덕분에 임팩트가 강해졌다. 방대한 원작을 두 시간 내로 압축하기 위해 어떤 부분을 살리고 죽일 것인지 감독님이 많은 고민을 하셨다. 영화 특성상 좀 더 재밌고 장르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고민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여자의 내밀한 심리에 천착한 이야기다. 그 부분에 대한 감독과의 소통은 어땠나.

“아무래도 남자 감독님이기 때문에 여자의 미묘한 감정과 심리까지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다. 유정 선배와 기숙사 앞에서 헤어지는 장면을 찍을 때가 그런 경우다. 하루종일 이상한 문자에 시달리고 같이 경찰서에도 갔다 왔는데 그냥 헤어지면 너무 서운할 것 같았다. 실제 상황이라면 나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바로 눈물이 쏟아졌을 것이다. 그래서 감독님에게 ‘서운한 감정을 조금이라도 드러내면 어떨까요’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이게 그렇게 서운해 할 일인가요’라고 반문하셨다. 촬영을 해나가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홍설이 감정을 발산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속으로 담아두고 끊임없이 혼자 고민하는 성격이다보니 더 필요했다.”

▶‘치인트’를 찍으면서 자연스럽게 20대를 반추해 볼 기회가 있었을 것 같다.

“촬영하는 내내 떠올랐다. 20대는 남녀를 떠나 모두에게 불안정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꿈도 있고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시기다. 나 역시 그랬다. 배우로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사춘기도 20대 때 왔다. 그래서 나의 20대는 질풍노도의 시기, 고민의 시기, 우울했던 시기로 점철된다. 그만큼 힘들었지만 정말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나도 되는데 왜 안 되겠어요’라고 말이다. 가고자 하는 방향이 분명하다면 노력해서 안 될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긍정적인 마음으로 20대를 잘 보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덧붙여 힘들 때는 집에 혼자 있지 말고 좋은 사람을 만나서 좋은 얘기를 들었으면 한다.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다고 말해주고 싶다.”

▶10대 때 아이돌 가수로 데뷔해 이제 모두가 사랑하는 연기자가 됐다. 스스로 정한 연기적 목표나 바람이 있다면.

“어릴 적 누구나 동경하듯 나도 막연히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노력은 기본이고 감당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그런 과정들을 겪고 배우면서 조금씩 컸다고 생각한다. 배우로서의 목표는 아직 잘 모르겠다. 무언가를 쟁취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앞으로도 이 일을 재밌게 하고 덩달아 내 삶도 충만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 덧붙여 연기를 하면서 나 스스로에게 실망할 때가 많은데 그런 리스크들을 줄여가면서 조금씩 발전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부끄럽지 않은 오연서가 되고 싶다.”

▶특별히 좋아하는 장르나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

“‘도둑들’ ‘오션스 시리즈’ ‘이탈리안 잡’ 같은 멀티캐스팅 영화를 좋아한다. 부담감은 좀 있지만 그런 작품에서 형사 역할이나 악역을 해보고 싶다. 액션물도 탐난다. 입체적인 캐릭터라면 비중과 분량에 상관없이 해보고 싶다.”

▶별다른 부침 없이 지금까지 순탄하게 왔다. 행복이란 단어가 누구보다 가깝게 느껴질 것 같은데.

“글쎄. 아직 잘 모르겠지만 행복의 기준이 돈과 명예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늘 뭔가를 좇고, 이루고 싶어 달려가는 과정에서 불행해지는 것 같다. 나도 욕심을 버리고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살자고 다짐하지만 다음날이면 좀 더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고, 돈을 더 벌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렇게 항상 갈등하고 고민하고 반성한다. 결론은 없다. 그냥 재밌고 즐겁게 살고 싶다. 그게 궁극적인 행복이 아닐까.”

글=윤용섭기자 hhhhama21@nate.com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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