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요괴마을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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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6   |  발행일 2018-03-16 제23면   |  수정 2018-03-16

일본 돗토리현의 작은 항구 마을 사카이미나토는 1990년대 들면서 심각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주민들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곳 출신 유명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의 작품 ‘게게게노 기타로(ゲゲゲの鬼太郞)’에 등장하는 요괴들의 브론즈 동상을 세우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주민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았고 작가는 저작권료를 받지 않고 고향 살리기에 동참했다. ‘요괴의 길’로 불리는 800여m의 ‘미즈키 시게루 로드’에는 각종 요괴상 150여개가 세워졌고 상점이나 기차역, 열차 등 모든 것이 요괴를 테마로 꾸며졌다. 먹고 마시는 것도 요괴와 연계됐고 기념품이나 공사표지판까지 모두 요괴와 함께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요괴마을은 인구 4만명도 안 되는 작은 도시를 연간 200만명이 찾는 관광명소로 만들었다.

요괴마을이 성공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지만 이 마을이 있는 요나고시(市)나 돗토리현의 관광정책도 한몫했다. 이들은 관광객 유치의 타깃을 한국으로 삼았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거리의 표지판이나 택시운전사 등 모든 곳에 한국인들이 불편 없이 관광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작은 시골마을이지만 인천공항에서 요나고까지 직항로도 개설돼 지금도 많은 한국인이 찾고 있다. 호텔에서는 한국말로 된 맛집지도까지 준비해 나눠줄 정도여서 한국인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테마마을에 대한 시도가 많이 이뤄졌고 곡성 기차마을이나 봉화 산타마을 등 일부는 나름대로 이름을 얻은 곳도 있다. 도자기와 오미자, 사과로 유명한 문경에서도 이들을 테마로 마을을 꾸미려는 시도는 이뤄졌지만 아직까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정책의 일관성 부족과 자치단체장의 교체로 인해 테마의 운명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산업특구 등을 통해 테마마을을 만들려는 노력도 했지만 자치단체나 주민들의 적극성 부족 등으로 별 진척을 보지 못했다. 자치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테마가 바뀌지 않도록 하는 주민들의 의지와 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일관성 있는 정책 집행이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어떤 관광객을 타깃으로 할 테마인지를 명확히 하는 작업은 전문가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확고히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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