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분권만 떼어낸 개헌안 동시투표에 부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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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5   |  발행일 2018-03-15 제31면   |  수정 2018-03-15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마련한 정부 개헌안 초안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내용과 발의 시기를 두고 야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까지 정부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3일 “문 대통령이 관제 개헌안을 서둘러 발의한다면 대한민국 헌정사에 큰 역사적 오점을 남기는 일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도 개헌은 청와대가 나설 사안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또 제왕적 대통령제 근간을 유지하는 개헌안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기실 정부 개헌안은 급조된 흔적이 곳곳에서 노정된다. 무엇보다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 청산이 미흡하다. 현재 대통령 직속인 감사원을 독립기구로 바꾸고 대통령 사면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과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 대한 대통령 인사권을 축소하는 방안을 담았지만 정치권이나 국민 눈높이엔 턱없이 부족하다. 지방분권도 연방제 수준으로 지방정부 권한을 강화하겠다던 문 대통령의 말과는 괴리가 크다. 자치입법권·자주재정권 관련 조항을 신설했지만 선언적 규정으로 얼버무리거나 세부사항을 법률에 위임한 부분이 많아 논란을 남겼다.

국회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라고는 하나 청와대가 개헌 발의에 앞장서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개헌특위가 꾸려진 지 1년이 넘도록 초안조차 마련하지 못한 국회에 일차적 책임이 있긴 하다. 그렇더라도 개헌은 국회가 주도하는 게 맞다. 정부 개헌안이 발의된다고 하더라도 한국당이 반대하는 한 국회 통과는 어렵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개헌 동력이 떨어지고 정치권의 갈등만 커진다.

그나마 현실적인 방안은 지방분권만 떼어낸 개헌안을 국회 주도로 마련해 6월 지방선거 때 동시투표 하는 것이다. 국회가 개헌안을 발의할 경우 20일의 심의기간과 18일의 공고기간을 거치면 된다. 정부 발의 때보단 여유가 있다. 4월28일까지 개헌안을 마련하면 6월 지방선거와 동시투표가 가능하다. 여야 간 간극이 큰 권력구조 개편과는 달리 지방분권 강화에 대해선 이견이 별로 없다. 한 달 보름의 시간이 있는 만큼 합의안 도출은 그리 어렵지 않다.

지방분권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 없이 지방선거를 넘기면 개헌 자체가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앞으로 한 달여가 지방분권 개헌의 골든타임이다. 동시투표를 반대하고 있는 한국당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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