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현수막 전쟁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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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4   |  발행일 2018-03-14 제31면   |  수정 2018-03-14

구미지역에서 정치 1번지로 손꼽는 송정대로에는 요즘 새로운 구경거리가 생겼다. 6·13 지방선거에 출마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 지난달 13일부터 도로변 건물 곳곳에 알록달록한 대형 현수막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정치 1번지 소식이 입소문을 타면서 현수막을 구경하거나, 벤치마킹을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생길 정도다. 구미의 행정타운 진입로인 송정대로는 평소 교통량과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으로 현수막 하나로 선거 효과를 톡톡히 얻을 수가 있다.

행정구역상 구미시 송정동의 송정대로는 형곡네거리~구미시청~구미경찰서~구미교육지원청~구미시문화예술회관~구미상공회의소를 연결하는 1㎞ 구간이다. 13일까지 송정대로에는 구미시장 예비후보와 기초의원 후보 8명이 선거사무소를 차렸다. 아직까지 선거사무소를 차리지 않은 구미시장 출마 예상자와 광역·기초의원까지 가세할 경우 최소한 10개 이상의 선거사무소가 들어설 전망이다.

현행 선거법에는 선거사무소로 신고된 건물의 외벽에 간판이나 현수막 설치가 가능하다. 현재 예비후보자들이 선거사무소를 차린 3~8층 높이의 건물 외벽은 모두 대형 현수막으로 도배한 상태다. 건물 전체를 덮은 현수막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크기와 색깔 경쟁으로 유권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선거철이 아니면 보기 힘든 대형 현수막은 가로 20~40m, 세로 10~20m 크기다. 제작비용만 200만~5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오로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나만 있고 너는 없는’ 선거 현수막 전쟁이 유권자들에게 오히려 피해를 준 사례도 있다. 지난 7일 구미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예비후보자들이 내건 대형 현수막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글이 올랐다. 당시 모 후보 선거사무소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익명의 제보자는 “선거사무소 건물주가 허락했다고 100명이 넘는 입주민에게 양해도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람과 공기도 통하지 않도록 현수막을 내걸어 고통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다음날 후보 측은 곧바로 사과했다. 또 다른 후보의 선거사무소 건물에서도 대형 현수막 피해를 직·간접적으로 호소하는 사례도 있었다. 명확한 규정이 없는 선거용 대형 현수막의 크기를 제한해야 할 이유가 생긴 셈이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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