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제·지신밟기 전통과 함께한 청도 통점마을…68가구 주민들 무사태평 기원

  • 이외식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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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4   |  발행일 2018-03-14 제14면   |  수정 2018-03-14
당산제·지신밟기 전통과 함께한 청도 통점마을…68가구 주민들 무사태평 기원
정월대보름을 맞아 지난 2일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 통점마을에서 마을의 풍요와 안녕을 위한 지신밟기가 진행되고 있다.

“주인 주인 물리소. 나그네 손님 들어간다 ~ 지신밟자 성주야…온갖 잡신은 물 알(아래)로 만복은 이 집으로.”

풍물장단 소리와 함께 구성진 긴 가락의 앞소리꾼 추임새가 고요한 산촌을 들썩거리며 긴 계곡을 넘어 메아리친다. 지난 2일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 통점마을은 정월대보름을 맞아 세시풍속 지신밟기로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활짝 폈다. 마을의 풍요와 평안을 지켜주는 수호목에 당산제를 지내고 지신밟기를 하면서 어울림 한마당을 함께한 것이다.

지신밟기에 앞서 주민들은 열흘 전부터 마을 앞 지룡산 기슭에 자리잡은 수령 5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수고 30m 지름 2.5m인 적송나무 ‘당산할배’에게 치성을 드렸다. 왼쪽으로 꼰 새끼금줄을 두르고 잡귀의 침범을 막는 황토를 뿌리며 정토의식을 하기도 했다. 또한 정월 열나흘 저녁에는 참기름 종지에 불을 피워 종짓불을 마치는 자시(밤 11시~새벽 1시)까지 피워둔다.

당산제는 우리 민족의 토속신앙으로, 풍년을 기원하고 무병재액(無病災厄)을 빌어주는 마을 공동체 제례다. 당산제를 주관하는 제관 선정은 매우 신중하다. 생기복덕(生氣福德)을 가려 심신이 맑고 깨끗한 사람을 선정해 한 해 동안 상가 출입이나 장기간 외지출타를 금하고 개고기 등 비린 음식을 피해야 하는 등 금기 사항도 많으며 언행도 삼가고 근신해야 된다.

이날 당산제는 자시에 목욕재계한 제관이 정성을 다해 제물을 진설하면서 고유제를 시작으로 주민 68가구의 소원과 기원을 담은 68장의 소지를 불태우며 마을의 무사태평을 빌었다. 특히 근 2년 동안 비다운 비가 오지 않아 운문댐의 바닥이 맨살을 드러낸 상황이어서 주민들은 운문댐에 물이 가득 차기를 소망하는 간절한 마음을 기원하기도 했다. 당산제를 마친 주민들은 마을회관에서 음복을 하며 덕담을 나눈 뒤 이어 풍물꾼 20여 명이 지신을 밟으면서 마을을 순회, 마을공동체적 유대와 친목을 풍물소리와 함께했다.

통점마을의 당산제 기원은 정확한 고증이 없어 확인할 수는 없지만 대략 500년 정도 전승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운문댐 조성으로 논밭이 수몰돼 지금 주민들은 펜션·민박·야영장·식당 등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통점마을은 원래 솥계마을로 불리었다. 좋은 가마솥을 만들어 만사형통하자며 마을이름을 통점으로 개명하였으며 속칭 통지미라고도 불린다.

이번 당산제를 주관한 제관 안휴영씨(64)는 “마을 특성상 토착민과 이주민, 외지인이 혼성된 지역으로 이질적인 갈등의 요소가 잠재돼 있지만 지금은 마을 대동제인 당산제와 지신밟기 등으로 한데 어우러져 애향심과 정주의식이 높아졌다”면서 “주민들은 전통문화 계승 발전에 청도군에서 많은 관심을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외식 시민기자 2whysik@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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