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유발지진

  •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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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2   |  발행일 2018-03-12 제31면   |  수정 2018-03-12

지난해 11월 발생한 포항지진이 유발지진(induced earthquake)이라는 논란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일부 학자들은 포항지열발전소가 땅에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단층에 자극을 줘 지진을 유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지열발전소는 수년간 수천t의 액체를 주입한 후 지진이 발생한 미국 등과는 달리 훨씬 적은 양의 물을 단 몇차례 넣었기 때문에 지진과 연관성이 있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주장도 아울러 제기됐다. 이에 지열발전소 사업에 참여했던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을 둘러싼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최근 정밀조사단 구성을 완료하고 본격 조사에 나섰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땅을 깊이 파서 지하수를 퍼내거나 지하에 물을 주입한 것이 지진원인 중 일부로 의심되는 유발지진 사례가 곳곳에 많은 것으로 보고됐다. 포항과 유사한 사례는 스위스 바젤이다. 이곳에서는 2006년 12월 지열발전소가 시추를 시작하자 불과 엿새 만에 규모 3.4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이후 지열발전소 운영은 중단됐으나 2007년 1~2월에도 규모 3.0이 넘는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에 스위스 정부와 과학자들은 3년간에 걸친 정밀분석 결과 지열발전소가 땅에 구멍을 뚫고 뜨거워진 물을 뽑아 올린 것이 지진의 원인이라고 결론짓고 지열발전소를 영구 폐쇄조치했다. 또 독일·호주·미국·프랑스 등지에서도 지열발전소 건립을 위해 시추공을 뚫자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포항지진이 발생한지 근 4개월 만에 정밀조사단이 구성된 것은 여진과 심각한 지진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그렇지만 산업부가 공고를 거쳐 수행기관을 선정하고 미국·스위스·일본·뉴질랜드 등 4개국 5명의 해외연구진을 참여시켜 이제라도 조사단을 꾸린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국내 조사단원 9명 중 6명이 현재 서울대 교수이거나 이 대학 박사 출신으로 구성됐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서울대는 지열발전소 건립 사업에 산업부와 함께 참여한 기관이다. 이 때문에 정밀조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조사단은 각종 자료를 분석하고 지열발전소 아래 단층구조를 확인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으로 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항지진이 유발지진으로 기록되는 사례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마창성 동부지역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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