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내용 국민 지지할만한 내용이라면 누가 하든 상관없어”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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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2   |  발행일 2018-03-12 제6면   |  수정 2018-03-12
■ 하승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
20180312

전국을 다니며 개헌(자문)안 마련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하승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의 개헌 논의 및 정부 개헌(자문)안 마련 과정, 지방분권 개헌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하 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대통령 주도 개헌 논의에 대해 정치권 일각의 반대가 있는데.

“개헌의 내용이 국민들이 지지할 만한 내용이라면, 어디가 주도하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지금 30년 동안 개헌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이지 않나. 헌법에는 발의권이 국회에도 있고, 대통령에게도 있다고 돼 있다. 정치적으로는 국회가 발의하는 게 더 좋으니 그동안 국회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줬지만, 결과적으로 잘 안 됐다. 지금은 누가 발의하느냐를 따지는 것은 본질적이지 않다고 본다. ‘개헌안의 내용이 어떠한가’ ‘개헌안 내용이 국민들 다수가 지지하는 내용인가’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계속 개헌 논의가 투트랙으로 진행되는 것인가.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과 국회에서 합의해 발의하는 것 두 가지를 모두 놓고 논의할 수 있다. 이후 상황을 좀 더 봐야 한다. 지금은 국회에서 합의된 안이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 아닌가.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다 하더라도 이후 국회에서 개헌안에 대한 합의가 된다면, 그 내용들을 가지고 논의해 교통정리하면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개헌 국민투표까지 가기 위해선 국회와 협의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도 당연한 절차다.”

▶정치권의 개헌 공방이 계속되자 ‘원포인트 개헌’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에 대한 생각은.

“개헌 방법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30년 동안 누적된 과제들이 너무 많아서 그중에 몇개만 골라서 개헌을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현재는 특위도 포괄적인 안을 만들고 있고, 가능한 한 공감대가 높고 합의가 될 수 있을 만한 내용을 최대한 담아내는 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취사선택한다는 것도 사실 인위적인 일이고. 지역에선 지방분권 요구가 높고, 농민단체에선 농민 헌법, 노동단체 쪽에선 노동 관련 사안들 요구사항이 굉장히 많다. 이 같은 요구는 30년 동안 누적돼 왔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권력구조(정부형태) 입장차가 큰데, 포괄적 개헌이 가능할까.

“정치권에선 정부 형태에 대한 관심이 많아 그쪽으로 많이 논의가 됐지만, 사실 국민의 삶에서 보면 기본권이나 지방분권,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많은데 이런 것들이 정치권에서 잘 논의가 안 된 부분이 있다. 이상적으로 다 담아낼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많은 국민의 요구를 개헌에 담아내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개헌 시기를 두고도 시끄럽다. 그런데 6월 지방선거 때 동시 개헌 국민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는.

“개헌 시기와 관련해서도 그동안 합의가 전혀 안 되다가 지난해 5월 대선 때 처음으로 지방선거·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합의가 됐다. 6월에 하자는 건 국민과의 약속이었다. 정치권 일각에서 6월 지방선거를 넘겨서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고 하지만, 사실 믿기 어렵다. 정치권에서는 선거구 획정도 법정 처리 시한을 두 달이나 넘기지 않았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권의 약속을 신뢰할 수만은 없다.”

▶이번 개헌에서 지방분권이 왜 헌법으로 보장돼야 하는가.

“현행 헌법에는 지방자치 관련 조항이 단 두 조항밖에 없다. 보수나 진보를 떠나 지금 헌법으로는 지방자치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는 게 공통된 이야기다. 헌법에 보면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정할 수 있는데,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자세하게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거기에 어긋나는 조례를 만들 수가 없는 것이다. 국민들이 지방의회 비판을 많이 하지만, 지방의회가 조례 만들려고 하면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걸려 못 만드는 사례가 많았다. 재정 문제를 보더라도 지자체들이 지금 재정 집행은 많이 하지만, 재정에 관한 결정권은 거의 없다. 십수 년 동안 지방분권 개헌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지금에 와서 현행 헌법으로도 강력한 지방분권이 가능하다는 이들은 그냥 딴지 거는 것에 불과해 보인다.”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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