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 .5] 10차 개헌 이번엔 할 수 있을까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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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2   |  발행일 2018-03-12 제6면   |  수정 2018-04-19
국회 지난 1년여간 미적미적…“더 못기다려” 정부가 개헌안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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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회의장, 여야 헌정특위 위원 초청 KPF 언론포럼’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오른쪽 둘째)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의 개헌 역사는 굴곡진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다. 헌정사를 돌이켜보면, 개헌 작업 대부분은 정치 권력자의 집권 욕심과 이해관계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합법적 절차를 거친 개헌도 있었지만, 국민의 참여와 숙의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던 개헌도 있었다. 특히 지방분권에 대한 내용은 미약하기만 하다. 이제 우리는 ‘10차 개헌’을 앞두고 있다. 다만,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 당초 약속했던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 국민투표’ 실현에는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지금까지 9차례 개정된 헌법
대부분 독재 수단으로 악용
9차서 최초 여야합의 이뤄져

국민헌법자문특위 조만간 보고
地選과 동시투표 여부는 불투명


◆지난 ‘9차례 개헌’은 어땠나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 7월17일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9차례 개정이 됐다.

1952년 6.25전쟁 와중에 임시수도 부산에서 이뤄진 제1차 개헌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임기 연장을 위한 목적이었다. 이 전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위해 헌법상 대통령 선출 방식을 바꾼 것이다. 첫 개헌은 군대와 경찰이 국회의사당을 포위한 가운데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2년 뒤 이뤄진 1954년의 2차 개헌은 초대 대통령에 한해 연임제한을 폐지한 것으로, ‘4사5입’ 헌법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자유당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영구집권을 위해 개헌을 제안했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재적의원 203명 중 1명을 제외한 202명이 출석해 찬반투표를 했다. 찬반투표 결과 개헌에 필요한 재적의원 203명의 3분의 2인 136표에 1표가 부족해 부결됐다. 하지만 정부는 4사5입(반올림)에 의해 203명의 3분의 2는 135명이라고 봐도 된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개정안은 가결됐다.

3차 개헌은 4·19혁명이 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국민투표에 부쳐졌으며, 대통령의 권력집중을 견제하기 위한 의원내각제 정부구성이 골자였다. 5개월 후 이뤄진 4차 개헌의 주요 내용은 3·15 부정선거 관련자와 이승만 정권 당시 부정축재자를 처벌하는 것이었다.

5~7차 개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기집권 욕심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5차 개헌의 주요 내용은 대통령 중심제(국민직선, 임기 4년, 재선 가능)로의 환원과 참의원 폐지 등이었으며, 6차 개헌(1969년 10월27일)은 대통령의 3선 허용을 위해 단행됐다.

이른바 유신헌법으로 불리는 7차 개헌에선 대통령 임기를 6년으로 연장, 중임제한 규정 폐지와 함께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을 보장하는 등 막대한 권력을 대통령으로 집중시켰다.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뒤 이뤄진 8차 개헌에선 임기 7년 단임의 선거인단 간접선거 대통령 선출을 그 내용으로 한다.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물인 9차 개헌은 대통령 직선제 환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최초로 여야 합의를 통해 이뤄진 개헌이었다.

◆‘10차 개헌’은 어디까지 왔나

‘10차 개헌’ 작업은 지난해 초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1월5일 국회 개헌특별위원회가 첫 전체 회의를 열고 본격 개헌 논의를 시작했다. 1987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국회 차원의 헌법개정 특위가 가동된 것이다. 당초 개헌 특위는 올해 2월까지는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영남일보에서도 국회 개헌 논의 과정을 집중 취재했지만, 국회 개헌 논의는 쳇바퀴만 맴돌았다. 개헌특위 위원들의 회의 참석률은 저조했고, 상당수 위원들은 원론적인 자기 주장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올해 1월15일에는 국회의 2기 개헌특위가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2기 개헌특위는 활동 기한을 6개월로 정하고, 단일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해왔다.

그러나 세부적인 개헌 내용에 대한 입장차가 워낙 커 합의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개헌 국민투표 시행일로 약속됐던 6·13 지방선거일이 다가오자 각 정당에서는 부랴부랴 정당 차원의 개헌안 마련에 나섰고, 정의당이 가장 먼저 개헌안 시안을 공개했다.

지난 1월 개헌안 시안을 공개하며 정의당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노회찬 원내대표는 “지난 1년 동안 국회에는 개헌 특위가 구성돼 개헌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의욕적으로 출발한 국회 개헌특위는 그 소임을 제대로 다하지 못했다”며 “‘지방선거 동시 개헌’이라는 국민과의 약속마저도 논쟁의 한복판에 휘말려 있는 상태다. 정의당의 개헌안이 기폭제가 돼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개헌 논의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년여간 국회의 개헌 논의 과정을 지켜본 문재인 대통령은 결국 ‘정부 개헌안 발의’ 카드를 빼들었다. 더 이상 국회의 합의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

이에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는 대통령 개헌안 마련을 준비해왔으며, 조만간 대통령에게 개헌(자문)안을 공식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치권의 공방 속에 대통령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목표로 한 지방선거 동시 개헌 국민투표 실시가 가능할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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