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터뷰] 홍성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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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0   |  발행일 2018-03-10 제22면   |  수정 2018-03-11
“2020년쯤 중국시장 5% 점유해도 500兆 대구경북 中企 진출 STEPI와 협업하자”
20180310
홍성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7일 세종시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가진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진출을 위한 대구시·경북도와의 협업 방안을 제안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헌법개정 등으로 1인 장기집권체제 마련에 나섰다. 이에 따라 대국굴기를 향한 시 주석의 야망은 보다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에 영남일보는 지난 7일 국책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인 홍성범 박사를 만나 향후 중국 시장과 한·중 관계 등을 전망해 봤다. 중국과학기술정책과 한·중 과학기술협력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홍 박사는 대구·경북 중소기업의 중국 진출을 위해 STEPI와의 협업을 제안했다. 인터뷰는 세종시에 위치한 STEPI에서 진행됐다.



▶대구·경북지역 기업들이 변화무상한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아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보는가.

“결론부터 얘기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중국 내수시장은 2020년쯤 1경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서방 예측기관들은 판단하고 있다. 이같은 중국내수시장의 5%만 점유한다고 해도 500조원이다. 5천만 한국 국민이 먹고사는 데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중국 시장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해결책으로 정부 및 공공기관이 혁신협력플랫폼을 중국에 신속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이른바 ‘혁신가치사슬(Innovation Value Chain)’이란 ‘연구개발-성과창출-기술사업화-창업-생산-마케팅-IPO(기업공개)-M&A(인수·합병)’ 전 과정에서 일어나는 혁신 협력을 의미한다. 현재 STEPI는 상하이과학원·상하이산업기술연구원과 공동으로 ‘한·상하이글로벌혁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상하이과학원은 상하이시 정부가 운영하는 분야별 41개 연구기관을 가진 헤드쿼터이고 상하이과학원 산하기관인 상하이산업기술연구원은 연구성과 실용화 및 기술사업화 전담기관이다.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 제품을 상하이산업기술연구원과 공동으로 중국향(중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성향)의 제품으로 개발하고, 이를 위한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기술과 R&D(연구·개발)는 한국이 맡고 생산과 마케팅은 중국이 전담한다.

이를 통해 중국시장에 진출하고, 나아가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한다면 중국증시에 상장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M&A 등으로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수많은 중앙정부 및 지자체 차원의 지원프로그램은 기존의 산업 간, 기술 간 협력에서 ‘혁신협력’의 개념으로 새롭게 세팅돼야 한다. STEPI와 대구시·경북도가 공동으로 협력해 한·중 실용화 및 사업화센터를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中 내수 2년 뒤엔 1경원 규모로 확대
필요로 하는 기술 알고 뛰어들어야
기존산업·기술간 협력지원 개념보다
정부·공공 ‘혁신협력’플랫폼 구축을

운영 중인 한·상하이글로벌혁신센터
기술력 있는 중기 제품 中맞춤형 개발
韓 기술·R&D, 中 생산·마케팅 전담
M&A로 대기업 성장 기회 포착 가능


▶중국 기업들의 기술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중국 과학기술부의 기초·원천 분야 국가연구개발프로그램인 ‘973계획’에 따르면 매년 100여건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수행되고 있다. 프로젝트들을 분석한 한국 전문가들은 4가지 측면에서 충격을 받았다.

첫째, 전 세계 연구트렌드를 꿰뚫어 보고 중국이 가야 할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중국 전역의 해당 분야 전문가그룹들이 총망라돼 체계적으로 연구가 추진된다는 점. 셋째,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은 이미 세계 톱클래스 수준이거나 프로젝트가 완결되는 5년 후에는 확실하게 톱클래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 넷째, 특정 기초·원천 분야에서 우리는 소규모 개인과제로 근근이 버티고 있어 갈수록 격차는 벌어질 것이라는 점이었다.

기술이 산업이 되고 산업이 경제가 된다는 일반론으로 본다면 5년 후, 10년 후가 더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중국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된 지 오래됐다. 중국시장도 문제지만 세계시장에서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이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해야 하는 분야,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상생해야 하는 분야, 중국을 추격해야 하는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이에 걸맞은 그랜드디자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4차산업 분야에서도 중국이란 사회주의 국가가 뛰어난 기술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뭔가.

“중국 4차 산업혁명 정책의 특징은 시장형성 초기에는 간섭하지 않고 방임한 채 일정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때까지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을 유도한다. 이후 시장이 형성되고 우열반이 구분되면 문제점을 도출하고 규제할 부분이 있으면 비로소 제도적 법적 조치를 취한다. 이 덕분에 세계 10대 핀테크 기업 중 6개가 중국 기업이다. AI 관련 논문은 미국과 1, 2위를 다투고 있다. 산업용 드론의 1위 기업은 중국의 DJI로 중국기업의 세계 점유율은 60%가 넘는다. 세계 최대 로봇 시장 역시 중국이다. 막 시작된 제4차 혁명의 스타트라인에서 중국은 이미 한 발짝 앞서 가고 있다. 규제 속에서 아직도 헤매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보면 향후 미래발전과 새로운 시장형성이 매우 녹록지 않을 것임을 직감하게 된다.”

▶한국 기업들의 중국내 위상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조언을 한다면.

“지금 중국 시장은 최고의 기술력과 영업력으로 무장한 전 세계 다국적기업들이 경쟁을 펼치는, 글래디에이터(검투사)들의 격전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전투의 규칙이 서방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전장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제품이니 중국에서 통하리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최고의 기술력과 중국 마케팅 능력을 보유한 기업만이 성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현재 중국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알고 뛰어들어야 한다. 정부나 공공부문의 진출 플랫폼 설계도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STEPI는 급변하는 중국시장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플랫폼으로 한·상하이글로벌혁신센터를 상하이과학원 및 상하이산업기술연구원과 공동으로 상하이 푸동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는 가운데 중국이 자유무역주의의 보호자임을 주창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을 뛰어넘고자 하는 중국의 꿈은 실현가능하다고 보는가.

“중국의 모든 정책은 2020년과 2050년에 맞춰져 있다. 2020년은 중국 공산당이 결성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2050년은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팍스시니카(Pax Sinica·중국의 세계지배)의 기반은 2020년까지 닦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77개국이 가입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중심으로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북아프리카, 유럽 65개국을 잇는 일대일로 정책이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2050년까지 중국은 미국과 모든 면에서 대등한 관계가 되는 팍스시니카의 완성에 매진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 중국이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경제적 자본주의에 정치적 사회주의를 접목하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란 유례없는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모순과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뛰어넘는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제시해야만 할 것이다.”

▶사드 배치 결정을 전후로 우리나라의 대중 외교력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대중(對中) 전략을 평가한다면.

“정치외교, 경제 측면에서 우리가 중국을 경시할 상황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의 외교파트를 살펴보면 ‘차이나 패싱’이 역력하다. 일례로 작년 한·중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우리의 신북방·신남방 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를 연계하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 보면 중국의 비중을 줄여 수출 다변화에 초점을 둔 신북방·신남방 정책은 일대일로와 접점을 찾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차이나 패싱의 성격이 짙다. 이 때문에 중국 내에서 반발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의 속내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지금 우리에겐 ‘신북방-일대일로-신남방’을 실제로 연계하는 ‘일대일로 인사이드’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정책결정을 하는 포지션에 부득이 중국전문가를 배치하지 못했다면 국내에 많지 않은 각 분야별 중국 전문가들의 집단지성이 모아질 수 있는 전담 싱크탱크인 가칭 ‘중국연구소 설립’ 등도 고려해 봐야 한다”

글·사진=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홍성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 중국과학기술촉진발전센터(NRCSTD) 객원연구원 △전 한·중 과기장관회담 실무위원 △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대외정책연구부장 △전 중국 칭화대학 경제관리학원 기술경제·관리학과 고급방문학자 △전 한국과학재단 한·중기초과학교류위원회 전문위원 △전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 센터장(과학기술부 베이징파견근무)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동북아사업단장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한·상하이글로벌혁신센터장 △동북아미래기술포럼 간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추진위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기금운용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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