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의 뮤직톡톡] 韓 최초의 재즈 작곡가 김해송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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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09   |  발행일 2018-03-09 제39면   |  수정 201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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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덕분에 TV를 통해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을 보았다. 악기 편성을 보니 일종의 팝스오케스트라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모처럼 북한 밴드음악의 색깔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난 드럼 파트에 관심이 많아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드러머의 율조를 지켜보았다. 북측의 유행가와 그 사람들이 옛날부터 부르던 그들만의 국민가요,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요 등을 기대했지만 남쪽 유행가 위주로 짜인 음악이 대부분이라 조금 아쉬웠다. 내 죽기 전에 우리 밴드도 어느 한여름 개마고원에서 공연을 할 수 있을까? 상상만 해도 온몸에서 짜릿한 전율이 일어났다.

북한 음악이야기로 글을 시작한 것은 6·25전쟁 중 납북된 작곡가 한 명을 소개하면 어떨까 해서다. 그의 이력은 대충 이렇다. ‘한국형 재즈’를 탄생시킨 최초의 작곡가이자 가수, 한국 최고급 전통가요 중 하나인 ‘목포의 눈물’의 가수 이난영 남편, 한국 최초로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7위에 오른 김시스터즈의 아버지, 그리고 KPK 악단의 리더. 그 악단의 전속 MC가 윤항기·윤복희 남매의 아버지인 ‘부길부길쇼’의 창시자 윤부길…. 이 엄청난 인맥과 이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그가 생소할 것이다.

그는 바로 1911년 평안남도 개천에서 태어난 김해송 작곡가다. 그는 거의 같은 시기 작곡가 박태준·현제명과 같이 숭실전문학교에서 공부했다. 어릴 적부터 클래식 기타를 잘 다뤄 사람들은 그를 ‘명수(名手)’라 불렀고 작곡 실력도 출중했다고 한다.

1936년부터 레코드 제작사의 작곡자 겸 가수 트레이너로 활동한다. 이때 콧소리가 매력적인 연습생 이난영과 사랑에 빠져 12월에 결혼하게 된다. 그는 1939년 아내 이난영을 위해 조명암이 작사한 ‘다방의 푸른 꿈’에 곡을 붙여 발표하기도 했다. 이 곡은 기념비적이다. 한국 최초의 블루스 곡이기 때문이다.

새삼스럽겠지만 ‘블루스’란 어떤 특징의 음악인가를 살펴본다면 우리가 막연하게만 느꼈던 블루스에 대한 선입견과 오해를 풀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블루스는 슬프고 느린 음악만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 블루노트를 사용한,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장음계에서 3번째와 7번째 음을 반음 내려 연주하는 기법’을 말한다. 우리가 아는 블루스가 왠지 슬픈 느낌을 주는 것은 주로 사용되는 음들에서 이처럼 반음들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김해송은 한국 최초의 재즈 작곡가이자 최초의 블루스 작곡자, 가요사에 전무후무한 사람이기도 하다.

광복 후 일본 레코드회사가 갑자기 물러가는 바람에 한국가요는 많은 자본과 기술이 들어가는 레코드산업보다는 무대 활동이 중심이 되는 악단 위주로 전개된다. 그 수많은 악단들 중 최고라 불리던 손목인의 CMC 악단과 라이벌인 ‘KPK악단’의 리더가 바로 김해송이었다.

하지만 6·25전쟁이 발발하자 처자를 피란시키고 자신은 서울에 남아있다가 인민군에게 체포돼 납북되고 말았다. 그가 납북된 이유는 과거 악단에 있던 한 멤버가 김해송이 미군 캠프 순회공연을 한 사실을 고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로 인해 그는 그렇게 화려한 음악 경력과 광복 후 대한민국 가요사의 기틀을 만들어나간 주역임에도 불구하고 남쪽에서는 생소한 존재가 돼 버린 것이다. 그가 만약 납북되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한강을 건넜다면 대한민국의 가요사는 새로 써야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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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어보고 난 뒤 얼마 전 개봉된 영화 ‘군함도’에서 조선인 악단들이 연주했던 장면 중 ‘청춘계급’이라는 노래를 검색해 들어보라. 그리고 원곡도 검색해 들어 보기를 권한다. 7년 전 내가 처음 청춘계급을 검색했을 때는 조회 수가 100회를 조금 넘길 정도로 별로 알려지지 못했다. 하지만 음악을 들어보면 뭔가 특별한 곡임을 직감할 것이다. 당시 미국 현지에서 유행하던 재즈 음악을 수준 높은 사운드로 편곡해 연주하고 있다는 것을 금방 눈치채게 될 것이다. 아무튼 한국 최초의 블루스 곡인 이난영의 ‘다방의 푸른 꿈’도 함께 음미해보길 바라며 가사 일부를 소개해본다.

‘내뿜는 담배 연기 끝에 흐미한 옛 추억이 풀린다/ 고요한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가만히 부른다 그리운 옛날을/ 부르누나~ 부르누나~’ 재즈드러머 sorikong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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