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국립지진방재연구원이 경북도에 와야 하는 이유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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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07   |  발행일 2018-03-07 제30면   |  수정 2018-03-07
여진 피해접수 4만6천여건
포항의 불안감 나타낸 수치
불안 떠는 지역민 외면하고
지진연구기관 설립 눈 감은
중앙정부·정치인 필요없다
[동대구로에서] 국립지진방재연구원이 경북도에 와야 하는 이유

지난 2월11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4.6 지진으로 인한 주택 피해 건수를 3월까지 접수한 결과 4만6천393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규모 5.4 본진 때 개인 시설 피해 3만4천933건보다 1만1천460건이 많다. 그러나 이 수치는 단순한 보상에 대한 기대감이라기보다는 지진에 대한 두려움이다.

지금 20대 이상 성인은 누구나 학교 과학시간에 한반도는 일본을 포함한 지진활성대에서 비껴나 있어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안전지대라고 배워왔다. 그러나 이같은 ‘진실’은 2016년 경주 강진 이후 ‘거짓’이 됐다. 지금껏 들어보지도 못했던 활성단층이 경상도를 지나고 있고 지질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앞으로 더욱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2016년 9·12경주지진, 2017년 11·15포항지진 등 2년에 걸쳐 큰 규모의 지진과 이어지는 여진에 놀라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경북도에 사는 사람들의 불안감과 정신적 피로는 다른 지역에서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경주와 포항에서 멀리 떨어진 안동에 살고있는 필자도 가끔 옆자리 후배에게 “지금 조금 흔들리지 않았냐”고 묻는다.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는 표정을 보고는 ‘내가 너무 민감한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글을 읽고 있는 경북지역 많은 사람이 필자의 말에 더 공감할 것이다. 경북사람들은 이런 불안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경북도는 지진발생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지진방재대책을 발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지진방재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하는가 하면 대구경북연구원에 재난안전연구센터를 열어 지진대응 조직 및 연구 인력을 보강했다. 뿐만 아니라 전국 최초로 지진대비 도민행동요령 종합안내서를 발간하고 지진 안전지킴이 영상물도 제작했다.

그러나 지진은 사후보다 사전이 더 중요하다. 물론 폭풍이나 해일 등 다른 자연재난도 마찬가지지만, 지진은 이들에 비해 더 파괴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누출 피해는 영원히 회복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 가동 원자력발전소의 절반이 위치한 경북도 사람들에게는 일본 후쿠시마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한국지질자원연구원·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지진관련 연구기관이 있지만, 이들은 울산·대전·부산 등지에 분산되어 있고 기능도 연구개발·조사·실험으로 나눠져 있는데다 제한된 연구로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경북도는 경주지진 이후 줄기차게 중앙정부에 지진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전문연구기관인 국립지진방재연구원 건립을 요구하고 있다. 연구기관의 위치도 지진 발생 빈도가 가장 높고 주민관심이 높은 지역에 설립하여 주민불안까지 해소하자는 것이다. 일본이나 미국도 지진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에 지진관련 연구소를 두고 있다.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와 정치권은 경북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경북도는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 타당성 용역 실시 후 주무부처와 국회의원 등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으나, 중앙에서의 반응은 수용곤란하다는 답변뿐이다. 정치인들에게 지진은 더욱 더 먼 이야기인 것 같다. 자신의 안위나 국회에서의 발언이 더 중요한 분들에게 자신의 지역구와도 상관없는 지진에 귀 기울일 틈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중앙정부와 정치인은 경북도에서 발생하는 지진이 경북만의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우선해야 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과 행복이다. 불안에 떨고 있는 경북도민도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전영 경북본사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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