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디지스트의 특별한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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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05   |  발행일 2018-03-05 제30면   |  수정 2018-03-05
현풍 지역민·학생과 함께한
디지스트 졸업식 행진 감동
美 하버드·英 옥스퍼드大가
농촌서 세계적 대학 되었듯
훌륭한 교육기관 자리매김
[아침을 열며] 디지스트의 특별한 졸업식
다니엘 스트릭랜드 DGIST 기초학부 교수

지난달 7일 DGIST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지난 몇년간 해마다 졸업식이 있었지만 이번은 특별했습니다. 4년 전 DGIST에 융복합학부가 설립된 후 첫 졸업생을 배출한 졸업식이기 때문입니다. 학부 졸업생 중에는 제가 가르친 학생도 있어 저에게도 뜻있는 졸업식이었습니다. 졸업식과 그에 따른 행사도 특별했습니다. 학위수여식이 있기 전에 모든 졸업생, 총장, 내빈, 교수, 가족친지, 지역 중학생, 주민이 함께 달성군 테크노폴리스 거리에서 졸업기념 퍼레이드를 하는 이색적인 행사를 했습니다. 현풍중학교 기수들, 포산중학교 사물놀이단, 풍선을 단 가장행렬이 축제분위기를 돋웠습니다. 앞으로 이 고장 주인이 될 젊은 세대에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노란조끼를 입은 지역주민 봉사단원들이 따뜻한 마실 것과 핫팩을 참석자들에게 나누어 주며 담소하는 광경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퍼레이드는 기수, 관악대, 사물놀이단, 검정모자와 청색 졸업가운을 입은 졸업생, 총장님, 교수, 가장행렬단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DGIST 운동장에서 시작해 테크노폴리스 거리 비슬공원 옆에서 끝난 퍼레이드에 주민들은 박수를 치며 응원해 주었습니다. 날씨는 영하권이었지만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과 따스한 햇빛, 모인 사람들의 온기와 열정으로 DGIST의 첫 학부 졸업퍼레이드를 성대히 마쳤다고 생각합니다.

20여 년 전, 제가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시에 있는 의과대학에 재직할 때 의대 분교가 있는 작은 도시에서 졸업식 총책임자로 봉사한 일이 있습니다. 그 분교에서는 의대생 교육, 실습 간호사교육을 제공하여 의료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근 농촌이나 소도시에 졸업생들을 취업시킵니다. 그렇게해야 지역 주민들이 건강검진이나 치료를 받으러 큰 의과대학이나 종합병원이 있는 다른 도시로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는 불편을 줄이고, 지방경제발전과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저의 졸업식 행사위원들이 내빈을 모시고 500마일(313㎞) 떨어진 분교를 자동차로 왕복할 수 없기 때문에 네브래스카주 정부 지원으로 경비행기를 이용했습니다. 미국 졸업식은 보통 6월 초에 있으므로 야외운동장에서 하는데, 졸업식장 입구에 걸린 리본과 풍선, 축하의 글과 졸업생 이름이 적힌 현수막 등이 축제분위기를 더해줍니다. 내외빈의 축사와 학위수여가 끝나면 졸업생들은 환호와 함께 사각모자를 공중에 힘껏 던지며 새 출발을 다짐합니다. 졸업 축하객은 부모형제, 친인척, 이웃, 심지어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까지 나비넥타이를 매고 참석합니다. 지역 주민들은 주로 농업에 종사하므로 남자들은 잘 다듬은 청바지에 카우보이 모자를 높이 쓰고, 여자는 넓은 치마나 드레스를 입고 숄을 걸치며 머리를 높게 단장합니다. 미국은 워낙 넓어서 주마다 풍습의 차이가 좀 있습니다. 미국의 소도시에서는 졸업식 때 지역 주민과 거리 퍼레이드 등 공동행사를 전통적으로 하는 곳이 남아있습니다.

미국의 하버드대도 1636년에는 달성군 현풍면보다 더 작은 농촌에 설립돼 세계적인 교육기관으로 성장해오고 있습니다. 저의 어머니 ‘족보’에 따르면 482년 전 외가쪽 조상인 샤뮤엘 라이트 1세(Samuel Wright Sr.)가 하버드대 설립 때 보리 세 자루를 기증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영국의 옥스퍼드대나 캐임브리지대도 오래전에 작은 타운이나 읍 정도 규모의 조용한 농촌에 강을 끼고 설립됐고 학교와 지역발전, 나아가 인류발전을 위해 서로의 존중함·중요함을 인식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DGIST 학위수여식에선 5명의 외국인 졸업생이 눈에 띄었습니다. 5명 중 4명은 석사학위, 1명은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석사학위를 받은 한 외국 여학생은 부모님이 졸업식 참석 차 이란에서 오셨습니다. 현풍에 설립된 DGIST도 세계적인 인재를 양성하여 인류발전에 기여하는 훌륭한 교육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졸업식 참석 기회를 주신 DGIST와 달성군 주민께 감사드립니다.
다니엘 스트릭랜드 DGIST 기초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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