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한국당의 대북특사 비판을 비판하며…

  • 송국건
  • |
  • 입력 2018-03-05   |  발행일 2018-03-05 제30면   |  수정 2018-03-05
김영철 역풍에 고무된 野
특사파견도 여론전 몰두
대안제시 없이 헐뜯거나
논리비약하면 몽니 비쳐
북풍의 선거변수는 옛말
[송국건정치칼럼] 한국당의 대북특사 비판을 비판하며…
서울취재본부장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로 이뤄졌던 김여정·김영철 일행 방남과 환대에 반발하며 장외투쟁을 벌였던 자유한국당은 지금 고무된 분위기에서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자신들이 ‘평양올림픽’이라고 지칭했던 평창올림픽이 끝난 직후 열린 3·1절 태극기 집회를 통해 보수세력의 대대적인 재결집 가능성을 봤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여세라면 한때 여당 싹쓸이가 예상된다며 포기하는 편이 낫다는 말까지 나오던 6·13 지방선거도 해볼 만하게 됐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그러다 어제(4일) 문재인 대통령 특사의 평양파견이 결정되자 “위장평화 쇼를 하고 있다. 북핵 개발 축하사절단이냐”고 여론전을 펼치며 ‘북풍(北風)’ 전선을 넓혀나가고 있다.

굳이 선거를 앞두고 있지 않더라도 보수야당이 진보정권의 대북정책에 견제를 날리는 건 마땅히 해야 할 책무이고 역할이다. 다만 대안 없이 비판만 하고, 논리 없이 공격만 하면 공연히 트집을 잡아서 심술을 부리는 몽니로 비친다. 그러면 북풍이 역풍이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남북대화의 의미를 깎아내리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본질은 놓치고 변죽을 울리거나, 앞뒤 맞지 않아 급조된 냄새가 나는 메시지가 벌써부터 여럿 발견된다. 가령 한국당은 서훈 국정원장이 특사단에 포함된 걸 두고 “간첩 잡는 국가 정보수장을 적의 수괴와 대화하라고 평양에 파견하느냐”고 하는데, 이는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한국당의 뿌리인 박정희정부(이후락 중앙정보부장), 전두환정부(장세동 안기부장), 노태우정부(서동권 안기부장) 때도 정보수장을 대북 밀사나 특사로 활용했던 까닭이다.

국정원장은 한국정부 당국자 중 북한 사정에 가장 밝고 문제를 다룰 줄 알기 때문에 줄곧 특사 카드로 써왔다. 더구나 서훈 원장은 국정원에서 대북전략실장까지 지낸 북한통으로, 1990년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북한 신포 경수로사업장 현장사무소장으로 2년 동안 상주했던 인물이다. 2000년과 2007년 1, 2차 남북정상회담 때도 막후 협상 실무자였다. 그런 점을 간과하고 ‘국정원장은 특사가 되면 안 된다’는 단순사고에 빠져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한 측면이 있다. 한국당이 특사단 파견을 반대하는 데 사용하는 또 하나의 논리는 “북한은 미국이 대화의 조건으로 제시하는 ‘비핵화’에 아예 관심이 없는데 무슨 대화가 되겠느냐”는 ‘무(無)성과론’이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결국 문재인 정권이 혈맹인 미국과 망나니 북한을 어설프게 중매 서겠다고 나서다 술 석 잔은커녕 뺨만 석 대 맞는 꼴이 될 것”이라고 아예 대화실패를 예단하기도 한다.

오늘(5일) 오후 평양으로 가는 특사단은 회담을 하러 가는 게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받고 응답했던 ‘여건’을 만들어 갈 수 있을지를 탐색하기 위한 사절단이다. 여기엔 남북정상회담의 길목이 돼버린 북-미대화의 여건도 포함된다. 그 과정에서 논의가 깊어지면 양쪽은 ‘핵 없는 평화’와 ‘핵 있는 평화’를 놓고 설전을 벌일 수도 있다. 불과 두세 달 전까지 우리 민족이 다시 전쟁의 불길 속에 들어갈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던 점을 잊으면 안된다. 물론 위기가 해소된 것도 아니고 자칫 북한의 시간벌기 전략에 말려들 위험도 있다. 그러나 이왕 대화가 시작됐으면 정치권부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야당도 무작정 비판보다는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의 대북정책 노하우를 전수해줘야 한다. 문재인정부의 대북관이 노무현정부 시절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만 하지 말고 한국당이 이어줘야 한다. 북풍이 더 이상 선거의 변수가 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면 그렇게 할 수 있다.
서울취재본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