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중국이 북한을 감싸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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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6   |  발행일 2018-02-26 제30면   |  수정 2018-02-26
北이 계륵 같은 존재이지만
중국은 포용하는 것이 유리
시진핑과 김정은의 관계는
마오쩌둥·김일성부터 시작
삐걱거린다는 건 우리 착각
[아침을 열며] 중국이 북한을 감싸는 이유
이정태 경북대 교수

긴 겨울밤을 하얗게 지새우게 만들었던 평창동계올림픽이 폐막되었다. 근심과 걱정을 잊을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올림픽 폐막으로 일장춘몽에서 깨어난 현실은 암담하기 그지없다. 미국의 군사적·경제적 압박이 무차별적으로 진행되고, 중국의 사드공세도 이완의 기미가 없다. 평창올림픽이 북한 참여라는 특급이벤트로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고, 그 덕분에 경제적 득실을 떠나 ‘평화의 씨앗’이 되었다고 자평하지만 그뿐이다.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과 트럼프의 딸 이방카가 개·폐회식에 번갈아 오갔지만 변한 것은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한 전면압박과 한국에 대한 경제압박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트럼프가 한반도 상황을 유리하게 조정하려는 것은 중국시장으로 직진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아시아 국가들이 모아놓은 단물 때문이다. 전쟁종결 후 일본·한국·중국이 축적한 엄청난 부와 과실이 탐나고, 신흥시장인 동남아·아프리카·중남미의 국가가 아시아로 모여드는 것이 샘나는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는 군사와 경제, 강압과 회유라는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여 동아시아의 아킬레스건 한반도를 노리는 것이다.

문제는 궁지에 몰린 북한의 행보다. 사면초가에 처한 북한이 택할 수 있는 선택은 항복하거나 대항하는 것이지만 실제 항복도 대항도 어려운 상황이다. 핵무장 해제가 항복수락의 조건인데, 이미 미국 측에서 김정은 일가를 ‘악의 가족 패거리(evil family clique)’라고 규정한 상황이어서 정권을 보장받기 어렵다. 대항은 더욱 어렵다. 정면대응하려면 필수적으로 중국의 허가와 러시아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특히 중국은 북한의 대항을 적극적으로 말릴 것이고, 북한이 임의대로 전쟁을 발동하게 되면 직접 개입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항복도 대항도 아닌 의존이다. 최적의 의존대상은 경제와 안보를 동시에 보장할 수 있는 중국일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북한이 계륵과 같은 존재이지만 배척하는 것보다는 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최악의 경우 북한이 미국에 항복을 한다면 중국은 미국과 직접 국경선을 맞대는 상황이 발생한다. 때문에 중국은 북한이라는 완충지대를 존속시키면서 동북3성지역과 북한을 연계 발전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중국과 북한을 지켜보는 제3국들이다. 중국이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들은 중국의 북한 관리를 자국의 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소위 중국식 모델에 대한 신뢰성의 문제와 연관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익구조와 계산만으로 보면 북한은 중국에 의존하고 중국은 북한을 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자관계에서 더 핵심적인 사실이 있다. 북한과 중국 양국에는 마오쩌둥과 김일성이라는 불멸의 황제가 존재한다는 점과 지금의 최고 권력자 시진핑과 김정은이 그들의 화신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시진핑과 김정은의 관계는 마오쩌둥과 김일성에서 찾으면 이해가 쉽다. 1970년 10월8일 김일성이 베이징의 마오쩌둥을 찾았을 때 마오쩌둥은 직접 김일성의 숙소를 찾아 저녁을 먹었다. “우정이 첫번째고 오해는 그 다음”이라는 말로 양자관계를 정리했다. 1975년 4월17일 김일성은 다시 베이징을 찾았다. 저우언라이 병문안이 이유였지만 그 자리에서 마오쩌둥은 “석유와 원자탄이 제일 중요하다. 그거 두 개면 어디 가도 큰소리칠 수 있다. 그게 없으면 아무리 잘난 척해도 국제사회에서 알아주지 않는다”고 통치 노하우를 전수했다. 그것이 오늘날 북핵을 만든 것이고 시진핑과 김정은은 마오쩌둥과 김일성의 약속을 실행한 것이다.

천안함 폭침사건이 발생한 직후인 2010년 5월 김정일과 그의 일행들이 중국을 방문하고 같은 형식의 인수인계를 했다. 후진타오 주석을 포함한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이 김정일 일행을 성대하게 환대하고 혈맹관계를 확인했다. 그 자리에는 당시 부주석이던 시진핑과 차기 권력자 김정은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과 김정은의 북중관계가 삐걱거린다는 것은 우리의 착각이다. 양자는 이미 마오쩌둥-김일성, 후진타오-김정일을 거치면서 다듬어졌고 서로 감쌀 수밖에 없다.

이정태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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