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企 출신 회장 배척하는 경총 대기업의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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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4   |  발행일 2018-02-24 제23면   |  수정 2018-02-24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신임 회장으로 추대됐던 박상희 대구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총회 전형위원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박병원 회장과 김영배 상임부회장이 사임하는 경총은 초유의 지도부 공백 사태를 맡게 됐다. 경총을 대표하는 회장과 내부 살림을 총괄하는 상임부회장이 모두 공석이 된 것은 1970년 경총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재계에 따르면 경총 회장단이 지난 19일 오찬 모임에서 박상희 대구경총 회장을 7대 회장으로 추대하기로 합의했고, 박 회장도 이를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2일 열린 총회 전형위원회 회의에선 박상희 회장이 경제계를 대변하는 경총 회장을 맡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회장단이 추대한 회장을 총회 전형위원회에서 제동을 걸면서 경총은 내홍에 휩싸였다.

박상희 회장 선임이 없던 일이 되면서 전형위원회의 구성 방식과 위원들의 성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전형위원회는 현 박병원 경총 회장이 총회에 참석한 회장단 중 일부를 지명해 꾸려졌다. 이번 총회에선 6명의 전형위원 중 박복규 전국택시연합회 회장을 제외하곤 대기업 경영진 일색이다. 총회 진행 중 전형위원회 구성을 두고 참석자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거나, 박병원 회장이 박상희 회장 선임을 강하게 반대해 무산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경총 구성원 간 갈등을 노정하는 대목이다. 박상희 회장 역시 자신의 회장 선임 무산이 대기업 회원사들 입김 때문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박상희 회장은 철강업체 미주철강의 창업자이자 현 대표이사다. 1995~2000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을 맡았고 새누리당 재정위원장 경력도 있다. 이 때문에 노·사·정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을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 회장이 추대되자 전경련과 함께 대기업 입장을 대변해왔던 경총의 변신을 예상하는 등 여론도 호의적이었다. 그러나 경총 전형위원회는 별다른 이유 없이 중소기업 대표 출신 신임 회장을 배척했다. 중소기업 기술 탈취도 마다 않는 대기업의 횡포와 속성(屬性)이 경제단체장 선임 과정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난 것이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있고 고용의 88%를 담당한다. 중소기업 활성화 없인 일자리 창출도, 경제 활력 제고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대기업이 여전히 국내 경제 생태계를 지배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박상희 회장의 경총 회장 선임 좌절이 그래서 더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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