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작가의 ‘교환 독서’ 감상기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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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4   |  발행일 2018-02-24 제20면   |  수정 2018-02-24
책 읽다가 이혼할 뻔
부부작가의 ‘교환 독서’ 감상기
엔조 도·다나베 세이아 지음/ 박제이·구수영 옮김/ 정은문고/ 272쪽/ 1만3천800원

책을 좋아하는 부부라면 한번쯤 시도할 만하다. 서로에게 책을 추천하고 독후감상문을 쓰게 하는 게 무척 흥미로운 일일 것 같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될 것인지, 너무나 다름을 확인할 것인지 꽤나 궁금하다. 이 책의 저자들처럼 굳이 부부 작가가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다. 서로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데 꼭 화려하고 유려한 문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독서 취향이 전혀 다른 부부 작가의 교환 독서 감상기다. 릴레이 서평이 톡톡 튄다. 남편은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이고, 아내는 일본호러소설 대상 수상작가다. 책 제목이 말해주듯 부부는 서로의 추천 도서를 보면서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는커녕 위기를 맞는다. 남편은 ‘어림짐작 부부’라는 제목의 독후감상문을 통해 “내 안에서 이 연재가 ‘계속하면 할수록 점점 더 부부 사이는 악화되는 연재’로 자리 잡아가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내가 쓴 글이 게재되는 날에는 아내의 기분이 눈에 띄게 안 좋아 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내 역시 ‘정신 착란 기미를 보이는 현장에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남편은 왠지 모르게 어느 날 갑자기 ‘내 마음도 몰라주고’라는 말이 달랑 쓰인 메모를 남기고 여행을 떠나 버릴 듯한 예감이 들어서 불안하다”고 적었다. 결론도 재미있다. 연재가 끝날 무렵 부부는 ‘서로 다른 느낌을 가졌으면서도 같이 사는 이유는 자신과 다르다는 점을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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