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청송의 魂 樓亭’ 책을 마무리하며…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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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2   |  발행일 2018-02-22 제31면   |  수정 2018-02-22
[영남타워] ‘청송의 魂 樓亭’ 책을 마무리하며…

요즘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은 출판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해 연구용역을 받아 영남일보에 연재한 시리즈를 책으로 묶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 지역 구석구석의 이야기를 발굴해 스토리텔링한 소중한 결과물이다. 종류도 다양하고 내용도 풍성하다.

수많은 출판물 중 유난히 애착이 가는 책이 ‘청송의 혼(魂) 누정(樓亭)’이다. ‘청송의 혼 누정’은 지난해 6월21일부터 11월22일까지 총 20회에 걸쳐 영남일보에 연재한 시리즈를 엮은 책이다. 청송군 8개 읍·면에 산재한 누정 76곳의 이력을 담았다. 특히 곳곳에 흩어져 있는 청송 지역의 누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집대성한 의미가 크다. 누정에 깃든 선조들의 정신과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한 점도 애착이 가는 이유다. 뿐만 아니다. 시문(詩文)과 누정기(樓亭記)를 소개하면서 옛 선조들의 풍류와 사상을 되짚었다. 여기에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의 기자들과 여행전문 칼럼니스트가 공동으로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누정을 무대로 펼쳐진 사람살이와 다양한 이야기를 발굴해 흥미롭게 풀어냈다. 수백년간 내려온 한 가문의 내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누정도 있었고, 부모를 향한 애틋한 스토리가 깃든 정자도 있었다. 어린시절 헤어져야만 했던 형제의 지난한 여정도 엿볼 수 있었다.

시리즈를 연재하고 책을 묶으면서 청송 지역에 이렇게 다양하고 가치있는 누정이 많은 줄 필자 역시 처음 알았다. 한동수 청송군수도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마치 책상에 앉아 지역의 누정들을 둘러본 느낌이었다. 소개된 누정 중에는 미처 가보지 못한 곳도 있고, 이름을 처음 듣는 곳도 있어 흥미로웠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만큼 묻혀있는 원석이 많았던 것이다.

누정은 누각과 정자를 일컫는다. 예부터 풍광과 어우러져 경치를 감상하는 유상(遊賞), 독서하고 강론하는 강학(講學), 조상의 은덕을 생각하는 추모(追慕)의 공간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돼 왔다. 자연과의 심미적 교감이 이루어지는 소통의 장이면서 세속과 탈속의 경계를 허무는 공간이기도 했다. 문학의 집단적 향유 문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진 곳 역시 누정이다. 이 때문에 누정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선조들의 정신과 혼이 깃든 정신문화의 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누정에 깃든 다양한 이야기는 시·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문화콘텐츠로도 손색이 없다. 마무리 중인 책 ‘청송의 혼 누정’에 애착이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은 이달말 발간될 예정이다. 하지만 출간일이 가까워질수록 괜한 걱정도 생긴다. 단순히 책 한권 만드는 데 그칠까해서다. 서두에서도 말했듯이 누정에 스민 역사와 삶의 정취는 고리타분하고 죽은 역사가 아니다. 도시 정체성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숨어 있는 원석이다. 지역의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청송만의 특화 콘텐츠로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대부분 지자체들은 스토리텔링 연구용역을 통해 나온 출판물을 책으로만 남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누정과 같은 지역 특화 소재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OSMU(원소스 멀티유스(One-Source Multi-Use)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원소스인 스토리를 활용해 뮤지컬, 웹툰, 영상, 관광상품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흩어져 있는 점(단일 관광점)을 선(관광코스)으로 잇고 이를 면(관광지)으로 묶어 관광벨트화하는 장기 계획도 뒤따라야 한다. 이러한 전략이 전제될 때 청송의 누정은 단순히 역사적인 공간을 넘어 대중이 공감하는 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다. 곧 출간될 ‘청송의 혼 누정’책이 단순한 출판물로 그치지 않고 특화 콘텐츠로 확대재생산 되는 ‘씨앗’이 되길 기대한다.

백승운 (사회부 특임기자 겸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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