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슈만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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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2 07:36  |  수정 2018-02-22 07:36  |  발행일 2018-02-22 제25면
[문화산책] 슈만의 봄
박소현 <피아니스트>

많은 예술가들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지지만,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1810~56)처럼 삶에서 많은 드라마를 지닌 작곡가가 또 있을까.

1810년 독일 동부 작센주의 츠비카우에서 태어난 슈만은 모차르트나 베토벤처럼 어렸을 때부터 철저히 음악가로 키워진 것은 아니다. 아버지 별세 후 집안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을 지고 있었던 슈만은 안정적인 삶을 위해 어머니의 바람대로 라이프치히대학 법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결국 음악을 향한 열정을 저버리지 못하고 뒤늦게 본격적인 음악가의 길을 걷게 된다. 슈만은 피아니스트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매우 무리해서 연습을 하였고, 결국 손가락 부상으로 그 꿈을 이룰 수가 없게 된다.

연주자로서의 꿈은 좌절되었지만 오히려 평론가와 작곡가로서 이름을 높여가던 그는 또 한번 시련을 마주하게 된다.

9살 어린 스승의 딸 클라라 비크(후에 부인이 된 클라라 슈만)와의 결혼을 위해 몇 년에 걸쳐 소송을 하게 된 것이다. 오랜 소송 끝에 마침내 1840년 클라라와 결혼을 승낙받았다. 이해를 기점으로 슈만의 작품 활동은 더욱 안정적이 되고, 피아노 음악을 넘어 전 영역으로 폭넓게 진행된다. 인생의 초년기에 이미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은 그에게 인생의 봄이 찾아온 시절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바로 이 시기가 아닐까.

이해를 슈만의 작곡 연대기에 있어 ‘가곡의 해’라 부른다. 초기 작품들이 대부분 피아니스트를 꿈꾸며 작곡했던 피아노를 위한 작품인 것에 비해, 이때는 ‘시인의 사랑’ ‘여인의 사랑과 생애’ 등 연작 가곡을 통해 클라라에 대한 넘치는 사랑과 기쁨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다. 확실히 이 시기 슈만의 삶은 봄과 같은 기쁨과 환희로 가득 차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교향곡 제1번 ‘봄’은 슈만의 ‘교향곡의 해’라고 불리는 1841년 처음 작곡한 곡인데 이 곡에 대해 지휘자 타우버트에게 남긴 편지 내용 중 ‘이 교향곡을 썼을 때, 나의 머리에는 봄의 동경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라고 언급함으로써 봄에 대한 강렬한 기대에 사로잡혀 있던 슈만의 정서 또한 엿볼 수 있다.

어느덧 2월도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여전히 찬 바람이 불지만, 그 속에서도 따스한 기운이 느껴진다. 만물이 소생하는 새봄을 슈만의 가장 따뜻했던 시기의 가곡들과 교향곡 ‘봄’으로 새로움을 기대하며 맞이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박소현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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