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의성소녀들…‘팀 金’은 金을 원한다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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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2   |  발행일 2018-02-22 제17면   |  수정 2018-02-22
(전 팀원이 김씨)
20180222
21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여자 컬링 예선 대한민국과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팀(OAR)의 경기. 한국 선수들이 11-2로 기권승을 거둔 뒤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왼쪽부터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은정. 연합뉴스

11-2로 러시아 출신팀 완파
강릉컬링센터 부실시공 탓에
홈 이점 못살리고 올림픽 출전

훈련 불가능한 컬링장 섭외
테스트이벤트 요구 묵살 등
부족한 연맹 지원 딛고 4강行


경북체육회 컬링팀 선수들로 구성된 컬링 여자 대표팀이 평창올림픽 예선 1위로 4강 진출에 성공했다.

김은정 스킵이 이끄는 컬링 여자 대표팀은 21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여자컬링 예선 8차전에서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팀’(OAR)을 11-2로 완파했다. 경기를 절반까지만 소화한 5엔드 만에 10점차 이상으로 벌리는 압도적인 기량을 뽐낸 여자 대표팀은 6엔드가 끝난 뒤 OAR로부터 기권승을 얻어냈다. 이로써 여자 대표팀은 남은 경기와 상관없이 단독 1위를 확정짓게 됐다.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4강 진출 팀을 가리는 만큼 1위팀은 여러모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4강행 막차를 탄 4위팀과 결승진출을 놓고 승부를 겨루기 때문이다. 예선전에서 강팀을 잇따라 격파한 여자 대표팀은 기세가 오를 대로 올라 어느 팀과 맞붙어도 밀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4강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만큼 한국 컬링 사상 첫 올림픽 메달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일단 결승전에만 진출해도 은메달을 확보하는 만큼 역사적인 첫 메달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세계랭킹 1위인 캐나다가 예선 탈락해서 내친김에 금메달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

올림픽 전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던 터라, 예선 1위라는 결과는 더욱 값질 수밖에 없다. 여자 대표팀은 고국에서 올림픽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본적으로 주어져야 할 ‘홈 이점’을 거의 살리지 못했다. 강릉컬링센터가 부실시공으로 인해 준공시기가 늦어졌고, 이로 인해 강릉컬링센터에서는 단 9차례밖에 훈련을 하지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을 맞이해야 했다(영남일보 1월2일자 32면 보도). 시간으로 따진다면 32시간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턱없이 부족한 훈련량이었다. 스켈레톤의 윤성빈이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2016년부터 올림픽 직전까지 400회 가까이 주행연습을 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대한컬링경기연맹의 행정적 지원도 불만족스러웠다. 컬링팀은 올림픽 전에 연맹측의 요구에 태릉선수촌에 입소했지만, 태릉선수촌 내 컬링장은 훈련이 불가능했다. 연맹이 이천컬링장을 섭외해줬지만, 이곳의 빙질도 훈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다. 대표팀은 연맹측에 국내에서의 테스트 이벤트를 요구했지만 이 역시 묵살됐다. 여자대표팀은 실전감각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올림픽을 앞두고 캐나다 등지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는 모험을 감행해야 했다.

그래서 지난 1월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여자대표팀은 영남일보 취재진에 이같은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연맹과 사이가 틀어지면 어쩌나’ 하는 취재진의 우려에도 김은정 스킵은 “(우리가 밝힌 고충을) 다 이야기(기사화)하셔도 된다. 그만큼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하며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예선 1위를 차지하며 한국 컬링 사상 올림픽 첫 메달 획득이라는 역사적 순간에 한걸음 더 다가선 여자 대표팀이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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