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 두고 뛴 팀추월…올림픽 정신은 파벌이익에 추월당했나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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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2 00:00  |  수정 2018-02-22
20180222
지난 19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8강전에서 한국의 김보름(왼쪽), 박지우와 팀을 이룬 노선영이 결승선을 향해 역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선수 특혜 의혹 제기 등
노선영 ‘왕따 의혹’ 진실공방
기자회견 불참해 논란 커지자
7∼8위 결정전선 팀워크 발휘

빙상연맹 고질적인 파벌 문제
한국체대-非한국체대 대결서
한국체대 내부 다툼으로 확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결과를 놓고 파문이 식지 않고 있다. 진실공방의 지경에까지 빠져들었다. 올림픽 이후가 더 걱정이다.

지난 19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는 김보름(강원도청), 박지우(한국체대), 노선영(콜핑팀)이 나섰다. 세 명 모두 한국체대 동문이다. 경기 직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이날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경기장 워밍업 존에서 세 명의 선수는 보프 더 용 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작전을 점검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가장 선배인 노선영이 박지우와 김보름의 어깨에 손을 얹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박지우에게는 손가락으로 ‘2’를 표시하는 장면도 나온다. 마지막에는 노선영과 김보름이 웃는 얼굴로 ‘막내’ 박지우를 격려하며 레이스 준비를 마쳤다.

실제 경기에서 박지우가 먼저 스타트하고 김보름과 노선영이 뒤를 이어 레이스를 펼쳤다. 6바퀴를 도는 레이스에서 노선영이 2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선두로 달리다가 3번 주자로 내려왔고 김보름과 박지우가 레이스를 이끌었다. 1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마지막 주자인 노선영은 뒤처지기 시작했고, 앞서 나간 김보름과 박지우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큰 간격이 벌어진 채 결승선을 통과했다. ‘한 팀’이 돼 결승선을 통과해야 하는 팀추월에서 마지막 선수가 뒤처지는 장면이 나오는 것은 작전의 실패다. 노선영이 처진 상황을 앞선 두 선수가 챙기지 않았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고, 김보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태도 논란까지 일었다.

빙상연맹은 지난 2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의 해명을 들었지만 노선영이 기자회견에 불참하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백 감독은 경기 전날 노선영이 원해서 마지막 자리에 넣었다고 말했지만, 노선영은 SBS와의 인터뷰에서 “시합 당일 워밍업 시간에 어떻게 하기로 했느냐 물어보셔서 저는 처음 듣는 얘기인데요 했더니…”라며 반박했다.

21일 김보름-박지우-노선영 등 준준결승 멤버 그대로 7∼8위 결정전에 나선 여자 추월팀은 함께 경기를 펼친 폴란드(3분03초11)에 4초21 차로 패해 8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준준결승과는 달리 뒤로 처지는 선수 없이 동시에 결승선을 끊었지만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특히 여자 대표팀은 준준결승에서 노선영이 마지막 주자였지만 이번에는 2번 주자로 바뀌었고, 박지우가 맨 마지막 주자 역할을 맡았다. 준준결승 결과를 의식한 듯 선수들은 기록보다는 레이스 도중 앞 선수를 밀어주는 팀워크를 앞세워 관중의 큰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여기서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거짓말의 당사자가 드러나면 후폭풍도 거셀 전망이다. 여자 팀추월은 노선영이 애초 빙상연맹의 행정실수로 평창올림픽 출전권을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불화가 예견됐다. 출전권을 놓친 노선영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팀추월 훈련을 제대로 못 했고, 김보름 등 특정 선수들이 훈련의 특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노선영이 대표팀에 재합류하면서 팀추월팀이 다시 꾸려졌지만 좋은 팀워크를 갖출 시간은 부족했다. 결국 출발부터 삐걱 소리를 낸 여자 팀추월은 최악의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실패로 끝났고, 더군다나 작전을 놓고 진실공방까지 벌어지는 황당한 상황이 됐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선수를 앞세워 상대 진영에 상처를 주기 위한 파벌 싸움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최근 빙상계 파벌 싸움의 대상자로 지목되는 사람들 모두 한국체대 동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체대-비(非)한국체대로 양분됐던 빙상계 파벌 싸움이 이제는 일부 빙상 관계자나 지도자 자신들의 이권에 맞춰 선수를 앞세운 대리전 양상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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