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명 갇힌 시리아 동구타는 대학살장

  • 입력 2018-02-22 00:00  |  수정 2018-02-22
무차별 폭격으로 이틀사이 250명 숨져
정부군, 반군거점 맹공습
최악의 인명·물적 피해
‘제2의 알레포 참사’우려
40만명 갇힌 시리아 동구타는 대학살장
19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 반군 점령지역인 동구타 지역의 한 병원에서 부상당한 어린이가 고통스러워하며 울부짖고 있다. 연합뉴스
40만명 갇힌 시리아 동구타는 대학살장
20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 반군 장악지역인 동구타 하무리아에서 정부군의 공습으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40만명 갇힌 시리아 동구타는 대학살장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동쪽 반군 지역인 동(東) 구타가 시리아 정부군의 무차별적인 공습과 포탄 공격을 받으면서 알레포처럼 대재앙을 맞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역 주민 40만명이 시리아군의 봉쇄에 갇힌 동구타의 병원 시설 대부분도 대대적인 공습으로 운영이 중단되면서 인도주의적 위기는 한층 더 고조됐다.

21일 알자지라 방송과 BBC,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9~20일 시리아군은 전투기와 헬기, 박격포 등을 동원해 반군이 장악한 동구타를 맹공격했다. 전례가 없을 정도의 공격으로 이틀간 동구타에서 어린이 58명을 포함해 민간인 최소 250명이 숨졌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추정했다. 이틀 연속 100명 넘는 민간인 희생자가 나온 것이다. 이는 시리아에서 2013년 이후 이틀 동안 발생한 최악의 인명 피해다. 사망자 중에는 의사 3명도 포함돼 있으며 임신한 여성과 아기들이 팔·다리를 잃기도 했다고 영국 더타임스는 전했다.

또 지금까지 동구타에서 약 1천200명이 부상했고 이 중 수백 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현지 활동가들은 동구타 전역에서 적어도 10개 타운과 마을이 폭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동구타에 있는 민가와 학교, 재래시장은 물론 병원 시설도 시리아군의 공습을 피해가지 못했다. 시리아군 전투기들은 동구타 상공을 비행하며 반군과 민간 시설을 가리지 않고 쉴 새 없이 폭탄을 떨어뜨렸다.

동구타의 한 주민은 “미사일이 비처럼 떨어졌다"며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고 영국 BBC에 말했다. 이로 인해 동구타에 있는 병원 6곳이 타격을 받았고 이 중 3곳이 운영을 중단했다고 유엔은 밝혔다. 동구타의 아르빈 병원은 하루 동안 2차례 공습을 받기도 했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폭격에 숨진 환자도 속출했다.

BBC는 시리아군 전투기들의 비행은 동구타에서 ‘더는 숨을 곳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AFP통신 사진 기자는 아르빈에서 러시아제 전투기인 Su-34 전투기가 목격됐다고 전했다.

동구타에서 활동하는 현지 의료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제의료구호기구연합(UOSSM) 직원 제둔 알조아비는 “몇 달간 의약품과 의료 물자가 이 지역으로 반입이 막혔다"며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는 환자가 있어도 사실상 의료 지원을 할 수 없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동구타 주민은 식량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오도 가도 못한 채 집 또는 은신처에서 불안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거주민들은 자신의 집에 있는 한 방이나 은신처에 한데 모여 폭격을 받을 시 서로를 도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동구타에서 빵이나 쌀과 같은 기본적인 식량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도 급등했다. 빵 한 묶음은 전국 평균 가격에서 22배 가까이 올랐고 5세 이하 아동 가운데 12%는 사실상 영양실조에 걸린 상태다.

두 자녀의 어머니인 샴스는 “(시리아군의) 포위 때문에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며 “폭격으로 죽지 않는다면 우리는 배고픔으로 죽게 될 것"이라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UOSSM 소속의 한 현지 의사는 “주민들은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들은 생존을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봉쇄에 따른 배고픔으로 매우 쇠약해졌다"고 했다.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해지면서 동구타가 ‘제2의 알레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마스쿠스 외곽의 구호원 칼리드 압둘라베드는 현재의 동구타 상황을 두고 “미친 대재앙"이라고 부르며 밤낮을 가리지 않는 공습에 알레포가 연상된다고 전했다. 시리아 제2의 도시이자 경제 거점이던 알레포주의 알레포시는 7년째를 맞은 내전 중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으로 기반 시설 대부분이 완전히 파괴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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