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피해 어린이집 지원은 왜 안되나요?” 애타는 호소

  • 박태칠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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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1   |  발행일 2018-02-21 제13면   |  수정 2018-02-21
영일어린이집 운영 장진관씨
지원대책 미비한 탓 보수못해
900여명 동의 얻어 국민청원
청와대 아무런 답변없어 답답
“지진피해 어린이집 지원은 왜 안되나요?” 애타는 호소
영일어린이집을 운영하던 장진관씨가 지진으로 크게 금이 간 어린이집 내부 벽을 바라보며 실의에 빠져 있다.

지난해 11월15일 규모 5.4의 강진이 포항을 할퀴고 지나갔다. 지진은 육중한 흥해 대성아파트를 흔들어 주민들을 이주시켰고 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설 연휴였던 지난 17일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 중 하나인 영일어린이집을 찾았다. 3층 건물 외벽 가운데 무너진 서편 2·3층 벽면은 푸른색 천막천으로 덮여 있었다. 적벽돌로 쌓은 외벽은 군데군데 굵은 금이 갔다. 부인과 함께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장진관씨(58)는 “지진발생 후 갈라져서 위태롭게 붙어있던 상층부 외벽을 제거하고 바람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덮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곳은 부부가 피땀 흘려 모은 돈으로 구입한 건물로, 2014년 영일어린이집을 개원하면서 그들의 꿈을 키워온 공간이었다. 3년2개월 동안 지역 주민의 신뢰와 부부의 사랑으로 운영되던 어린이집은 11월 강진으로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당시 ‘쿵’하는 소리에 놀란 교사들은 함께 자고 있는 영아들은 안고, 깨어있는 아이들은 손을 잡고 정신없이 흥해초등으로 달려갔다고 한다. 정신을 차려 돌아와보니 건물 외벽은 곳곳에 금이 가고 2·3층 옆면의 벽돌은 벽체와 분리되어 간신히 매달려 있었다. 건물 옆에 주차해 놓은 통학차량 2대 중 한 대는 완전히 찌그러졌고 나머지 한 대도 지붕과 옆면이 파손됐다. 평화롭던 어린이집은 순식간에 폭격을 맞은 듯 변해 버렸다. 부부는 망연자실했다. 아이들을 사랑하며 열심히 살아온 그들에게서 지진은 모든 것을 빼앗아 가 버렸다.

그러나 망연자실도 잠시, 주민보호를 위해 건물에 매달린 벽돌을 제거해야 했다. 급한 마음에 행정기관에 철거와 보호막 설치를 수차례 요청했으나 규정에 없다는 소리만 되돌아왔다. 시장 비서실에 직접 호소해 겨우 철거할 수 있었다. 건물을 보수하려 해도 주택이나 상가는 저리대출을 해주는데 어린이집은 적용규정이 없어 그마저도 차단된 상태였다.

모든 것을 규정대로 처리해야 하는 공무원들 앞에서 그들은 점차 절망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장씨 부부는 재난피해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방안을 적극 검토해 달라는 국민청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했고 지금까지 900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으나 아직 아무런 답변이 없다.

최근 정부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40%까지 확대한다며 민간어린이집의 국공립 어린이집 장기임차방식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그 대상에 지진피해 민간어린이집이 선정되도록 하는 지침이라도 내려왔으면 하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희망이다. 꼭 예산이나 후원금이 아니더라도 제도나 지침만으로도 재난피해 국민을 도울 수 있다면 그것은 관계기관에서 적극 검토해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다.

글·사진=박태칠 시민기자 palgongsan7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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