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호순의 정신세계 이야기] 여자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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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0   |  발행일 2018-02-20 제22면   |  수정 2018-02-20
[곽호순의 정신세계 이야기] 여자의 마음
<곽호순병원 원장>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라서 그런지, 혹은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아서’ 그런지, 아니면 ‘알 수 없는 것이 여자의 마음’이라서 그런지, 몇몇 마음의 병은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잘 오고 더 자주 온다. 특히 정서 장애와 섭식장애 같은 병들은 여자들에게 특히 더 많이 발생하는 마음의 병이다.

정서 장애 중 대표적인 ‘우울증’만 해도 여자들의 발병률은 남자들에 비해서 월등히 높다고 한다. 우울증은 너무나 다양한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신경성 우울증, 주부 우울증, 빈 둥지 증후군, 반응성 우울증, 산후 우울증, 계절성 우울증, 이차성 우울증, 갱년기 우울증, 가면성 우울증 등으로 불린다. 이렇게 다양한 우울증이 여성에게 두 배 이상이나 더 많이 발생한다니 그 이유가 궁금하다.

과거 조울증으로 불렸던 ‘양극성 장애’ 역시 여성에게 발병률이 조금 더 높다. 기분이 고양되거나 과민하거나, 혹은 흥분돼 있거나 행복감을 느끼는 등의 정서 반응을 조증이라 하는데 이 조증과 우울증이 교대로 나타나거나 섞여서 나타날 경우 이를 양극성 장애라 한다. 이 양극성 장애 중 특히 ‘급속 순환형’은 여성에게서 더 자주 나타난다. 이런 병 역시 여성의 기분 변화와 더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불안 장애도 여자들에게서 더 자주 나타나는 병이다. 특히 안절부절못하거나 긴장이 고조돼 있거나 매우 과민해지는 병인 ‘범 불안 장애’ 같은 병은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갑작스럽게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숨이 가쁘거나 답답한 느낌이 들거나 어지럽거나 이러다가 죽을 것 같은 공포감까지 느껴지는 ‘공황장애’ 역시 그러하며, 대부분의 불안 장애들이 여성에게서 더 잘 발병한다. 흔히 결벽증이라고 불리는 ‘강박 장애’ 또한 여성에게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섭식 장애는 여성의 전유물이라 할 정도로 여성에게 잘 나타나는 병이다. 특히 거식증이라 불리는 ‘신경성 식욕 부진증’은 최소한의 정상 체중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식사를 거절하는 현상인데 체중 증가와 비만에 대해 극심한 두려움을 느끼는 현대인의 병이다. 날씬함이나 가녀림을 이 사회가 원하는 여성상으로 인식하면서 심지어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거식증 여성들이 있을 정도다.

이런 마음의 병들은 왜 여자들에게 더 문제가 될까. 그 원인을 연구한 몇 가지 이론이 있다. 우선 ‘호르몬 가설’이다. 호르몬의 변화는 여성에게서 더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이런 병이 더 잘 온다는 이론이다. 이는 생물학적 차이로 인한 원인을 찾고자 함이다. 뿐만 아니라 ‘생활 스트레스 이론’이 있다. 우리 사회 구조에서 여성이 남성보다는 더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하지만 이를 극복할 힘은 반대로 약하다는 이론이다. 이런 병들이 여성에게 더 많이 발병하는 이유를 밝혀낼 연구가 필요하다. 왜냐면 치료에 대한 접근을 달리해야 할 필요성 또한 절실하기 때문이다. <곽호순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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