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 선두 女 컬링대표팀, 의성소녀 고함소리 전국민이 열광하다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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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0   |  발행일 2018-02-20 제3면   |  수정 201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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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여자 컬링 예선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 김은정(위)과 김경애가 스톤 방향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전 패배 쓴 약 삼아 선전
“상대 신경 안 써” 강철 멘탈
5명 김씨 소녀 가족처럼 지내
경기장 정겨운 모습 뜨거운 성원


“올림픽 중계방송 가운데 컬링이 가장 재미있는 것 같아요. 의성 아가씨들이 고함치면서 외국 처자들을 꺾는 것을 보면 속이 다 후련해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한창인 요즘 시민들이 모이기만 하면 화두로 삼는 게 컬링이다. 특히 여자컬링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강팀을 연파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첫 경기부터 파란을 예고했다. 경북체육회 소속 선수로 구성된 세계랭킹 8위의 여자컬링 대표팀은 지난 15일 예선 첫 경기에서 세계랭킹 1위인 캐나다를 만났음에도 주눅들지 않은 플레이를 펼치며 승리를 거뒀다. 다음 경기에서 쉬운 상대로 여겼던 일본에 일격을 당하며 역전패했다. 이는 대표팀에 쓴 약이 됐다. 김경애 선수는 “일본과 했을 때는 이기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던 게 패인이었다. 그래서 다음 경기부터는 내 샷을 만드는 데 집중하자고 결심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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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일본전은 좋은 자극제가 됐다. 여자대표팀은 이후부터 세계랭킹 2위 스위스와 2017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팀 중국(세계랭킹 10위), 세계랭킹 4위이자 컬링종주국 영국, 세계랭킹 5위 스웨덴을 잇따라 꺾으며 현재 5승1패로 스웨덴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라선 상태다. 총 10개팀이 출전한 여자컬링 종목은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진행되며, 1팀이 나머지 9개팀과 차례로 맞붙은 후 최종 4위까지 4강에 진출해 토너먼트전을 치른다. 여자 대표팀은 앞으로 미국, OAR(러시아 출신 선수), 덴마크와의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이 중 한 경기만 승리를 거둬도 4강 안정권에 든다. 남은 3팀은 앞서 맞붙은 팀들보다 상대적으로 기량이 떨어지는 편이라서 방심하지만 않는다면 4강에 무난히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자 대표팀 선수들은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 그대로 시종일관 당당하다. 강팀에 강한 이유를 물어봐도 “상대는 신경 안 쓴다"는 당찬 대답만을 내놓는다. 선수에게서 나올 수 있는 뻔한 대답일 수도 있지만, 이는 훈련이 바탕 된 자신감 없이 내뱉기 쉽지 않은 말이다. 김민정 감독은 “우리는 상대가 누구인지 생각하지 않는 정신력 훈련을 해왔다. 10년 전부터 그 부분에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다"고 강조했다.

여자대표팀은 10년을 가족처럼 보내왔다. 김영미 선수가 의성여고 동창인 김은정 선수와 함께 컬링을 먼저 시작했다. 김영미 선수의 친동생인 김경애 선수도 의성여고에서 컬링의 길을 따라갔다. 김선영 선수는 김경애 선수와 고등학교에서 친한 친구로 지내다가 컬링을 접해 태극마크까지 함께 달았다. 2015년 들어 경기도의 고교 유망주 김초희 선수가 경북체육회 컬링팀에 가세하면서 여자대표팀에 승선했다. 김영미 선수는 “동생에게 많이 의지하는 편이다. 동생이 있어서 더 좋고 편하게 경기할 수 있다"며 가족의 힘을 자랑했다.

경기장에서도 정겨운 모습이 여러 차례 드러나기도 한다. 김은정 스킵이 스톤을 가리키며 “야(얘)랑 야(얘)랑”이라고 외치는가 하면 목이 쉬도록 “아직이야”라고 강하게 소리치다가 끝내 샷을 성공시키는 것을 바라보며 국민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여자 대표팀은 함께한 세월만큼이나 수많은 경험이 쌓여 자신감도 높아졌다고 말한다. 김 감독은 “첫째는 경험이다. 우리의 성장은 결국 경쟁에서 얻었다. 국제무대에서 강팀들과 상대하면서 ‘우리의 문제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흔들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를 극복하는 프로그램으로 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애 선수는 “지금 올림픽에 출전한 팀들과 많이 붙어봐서 그들의 스타일을 안다. 그래서 휘둘리지 않는다"고 덧붙여 말했다.

‘빙판 위 체스’라 불리는 컬링은 운동 능력 외에도 집중력과 정신력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대표팀은 대회 중 집중력이 흔들리지 않도록 선수촌에서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인터넷으로 외부 소식을 접하다 보면 ‘악성 댓글’에 마음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림픽에서의 맹활약으로 인기가 높아진 것을 실감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지금 처음 알았다"고 말할 정도다. 대표팀은 미술 스포츠 심상 훈련, 개인 성향 테스트 등 심리 훈련으로 컬링 경기 중 마음을 다스리는 법까지 익혔다.

각자의 독특한 징크스까지 있다. 김영미 선수는 경기장에서 화장실도 항상 같은 칸을 쓰고 노래도 같은 노래만 듣는 등의 노력을 한다. 김경애 선수는 대회를 앞두고는 머리 묶는 모양부터 아침 식사 메뉴 등 일정한 패턴을 고수한다. 세세한 부분까지 공들인 결과 여자컬링 대표팀은 ‘메달 후보’가 됐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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