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비파라치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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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19   |  발행일 2018-02-19 제31면   |  수정 2018-02-19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유명인사를 미행하거나 따라다니면서 특종 사진을 찍고, 이 사진을 신문·잡지사에 거액을 받고 팔아 넘기는 전문 사진사를 ‘파파라치’라고 부른다. 파리나 모기처럼 웽웽거리며 달려드는 벌레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Paparazzi’에서 유래됐다. 파파라치는 복수형이며, 단수형은 파파라초(Paparazzo)이다. 이탈리아 영화감독인 페데리코 펠리니가 만든 영화 ‘달콤한 생활’에 등장하는 신문사 카메라맨의 이름 ‘파파라초’에서 따왔다는 게 정설이다. 미국의 여성 팝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결혼 이후 집요하게 사생활을 파헤치는 파파라치로부터 심각한 괴롭힘을 당했다. 이혼 등으로 몰락해 한동안 피폐한 삶을 살던 그녀는 파파라치로 인해 ‘사는 게 죽기보다 더 힘들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또한 재클린 오나시스를 비롯한 많은 유명인이 밀회장면 사진이나 나체 사진 폭로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전 영국 왕세자빈 다이애나도 파파라치의 피해자였다. 그녀는 1997년 8월31일 파파라치 오토바이의 추적을 피하려다 파리 센강변 자동차도로 중간의 터널에서 자동차 충돌사고로 사망했다. 이를 계기로 파파라치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다.

파파라치는 한국에서 각종 불법행위 사진을 찍어 행정기관에 제출해 포상금을 받는 전문 신고꾼을 지칭하는 말로 진화했다. 자동차 신호위반 등을 촬영해 포상금을 받는 ‘카파라치’, 노래방이나 학원의 불법 영업행위를 신고해 포상금을 받는 ‘노파라치’ ‘학파라치’ 등 포상금을 노린 다양한 전문 사진꾼이 등장했다.

건물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가 잇따르자 소방당국이 비상구 확보에 묘수를 던졌다. 안동소방서는 건물 비상구의 불법 폐쇄 등 내부인의 비상 탈출을 방해하는 불법 행위에 대한 신고포상제를 지난달 26일부터 확대운영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방화시설의 폐쇄·훼손 행위에 대해 신고하는 이에게 포상금을 주고 있었지만 이번에 소방시설의 전원차단과 피난에 장애를 주는 행위까지 신고 대상 범위를 넓혔다. 사진 또는 영상을 촬영해 안동소방서 공식 홈페이지 소방신문고로 신고하면 된다. 위법사항이 확인될 경우 신고자에게 건당 5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비상구와 파파라치의 합성어인 ‘비파라치’의 확산이 예고되는 시점이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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