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레톤 황제 5천만 국민에‘황금세배’를 올리다…윤성빈 남자스켈레톤 금메달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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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19   |  발행일 2018-02-19 제17면   |  수정 2018-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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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강원도 평창군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낸 윤성빈이 관중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차 주행 합계 3분20초55
한국 포함해 亞 최초 썰매 金
2위와 1초63차로 압도적 1위

점프력 뛰어난 체대준비생서
스켈레톤 입문 1년6개월만에
2014 대륙간컵 6차 대회 우승
6년 만에 평창서 세계정상 호령


지난 16일 설날 아침 온 국민이 가족·친지들과 정겨운 설을 보내고 있을 때 한국에 두번째 금소식을 전해준 것은 윤성빈이다.

‘스켈레톤 천재’ 윤성빈은 15~16일 이틀간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에서 1~4차 시기 합계 3분20초55를 기록,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썰매(스켈레톤·봅슬레이·루지) 최초이자 한국 설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이 탄생한 순간이다. 아울러 이번 올림픽 한국의 두번째 금메달이자, 세번째 메달 소식이기도 하다.

천재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전체 30명의 출전자 중 압도적인 기록으로 1위에 올랐다. 은메달을 차지한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니키타 트레구보프와의 격차는 1초63이나 됐다. 이 격차는 역대 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역사상 가장 큰 것이다. 함께 출전한 김지수도 최종 6위로 선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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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스켈레톤계는 이제 ‘윤성빈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며 환호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 스켈레톤계에서는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의 장기 독재가 이어졌다. 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실력으로 10년 가까이 세계랭킹 1위를 지켰다. 철옹성 같던 두쿠르스를 흔든 선수가 윤성빈이다. 윤성빈은 올림픽을 앞둔 2017∼2018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7차례 월드컵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를 목에 걸며 두쿠르스 시대의 종말을 예고했다. 이어 대망의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며 새로운 황제 탄생을 알렸다. 한 시대를 풍미한 두쿠르스는 기량 하락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번 올림픽에서 최종 4위에 머물렀다.

돌이켜본다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짧은 윤성빈의 스켈레톤 인생은 그야말로 엘리트 코스였다. 2012년까지만해도 윤성빈은 그저 운동과 노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고3 학생이었다.

그를 스켈레톤의 길로 이끈 것은 당시 윤성빈의 모교인 신림고에 재직 중이었던 김영태 교사다. 방과후 체대 입시반을 운영했던 김 교사는 178㎝의 키로 제자리에서 손쉽게 농구대 림을 잡고, 제자리 멀리뛰기에서 3m를 가볍게 뛴 윤성빈의 놀라운 운동신경에 주목했다. 김 교사는 당시 서울시 봅슬레이 스켈레톤 연맹 이사를 맡고 있었는데, 그의 동문인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가 썰매팀 선수 영입을 고려 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강광배 교수는 한국 썰매의 레전드다. 김 교사가 강 교수에게 윤성빈을 추천하면서 윤성빈의 스켈레톤 인생이 시작됐다.

남들 보다 늦게 입문했지만, 윤성빈은 세계 스켈레톤을 통틀어서도 충격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썰매에 입문한 지 불과 1년반 만인 2014년 1월 윤성빈은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대륙간컵 6차 대회에서 우승, 한국 스켈레톤 역사상 첫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내친김에 소치올림픽 출전권까지 따낸 윤성빈은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 한국의 역대 최고 성적인 16위를 기록했다. 소치올림픽으로 큰 무대 경험을 쌓은 윤성빈은 더 거칠 것 없이 세계무대의 중심으로 나아갔다.

2014~2015시즌에 월드컵 무대에 출전한 윤성빈은 2014년 12월 첫 동메달, 이듬해 1월 첫 은메달을 따냈다. 당연히 모두 한국 스켈레톤 역사상 최초다. 첫 월드컵 시즌을 기분 좋게 마친 윤성빈은 2016년 2월 마침내 첫 월드컵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적인 선수 중 하나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윤성빈은 그의 압도적인 실력과 더불어 아이언 맨 얼굴 모양의 헬멧으로 대중의 큰 관심을 끌어모았다. 아이언맨 모양의 헬멧을 쓰고, 앞으로 엎드려 빙판 위로 미끄러져 가는 모습은 마치 아이언맨이 날아다니는 모습과 흡사했다. 윤성빈은 아이언맨 피규어를 수집할 정도로 아이언맨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는 국내 헬멧 제조 전문 업체인 홍진HJC가 윤성빈을 위한 맞춤형 헬멧을 제공했는데, 윤성빈이 직접 아이언맨 형태로 제작해 줄 것을 요청해 특유의 아이언맨 헬멧이 탄생했다.

윤성빈의 금메달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한국이 1948년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이후 무려 70년 만에 처음으로 빙상 이외의 종목에서 나온 메달이다. 동계올림픽 종목은 크게 빙상(얼음), 설상(눈)으로 나뉘는데 윤성빈 이전에 한국이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얻은 메달은 모두 얼음 위에서 나왔다. 스켈레톤, 봅슬레이, 루지 등 썰매를 따로 슬라이딩으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전통적으로 설상 종목에 포함된다. 현재는 얼음으로 덮인 트랙 위에서 시합을 치르지만, 본래 썰매는 눈 위에서 타는 것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윤성빈은 한국의 이런 ‘빙상 편중현상’에 마침표를 찍은 주인공이다. 윤성빈을 조련한 이용 총감독은 “향후 10년은 윤성빈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윤성빈 본인도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바라본다. 그는 “난 처음 목표를 잡을 때부터 당연히 베이징까지 봤다"며 “(기량을) 잘 유지해서 베이징에서 2연패를 달성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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